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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월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개인적으로 문체. 내용, 서론, 그리고 그 외 인터뷰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중국 작가인 옌롄커의 작품을 우리말로 읽는 것은 상당히 즐거운 일이었다. 부족한 중국어지만 번역본이 적어 짧은 단편을 바이두 상에서 읽곤 했는데, 웅진지식하우스에서 너무나 감사하게도 연월일을 비롯한 네 편의 단편소설을 김태성 선생님의 번역본으로 출판해주셨다. 깔끔한 표지와 중국홍으로 물든 年月日 세 글자. 개인적으로 올해 노벨문학상을 옌롄커가 받길 바랐다. 물론 지향하는 뜻에 차이가 있어 수상이 어려울 것이라 예상하긴 했지만, 조금 더 많은 이들에게 그의 글이 알려지길 바랐다. 《딩씨 마을의 꿈》, 《물처럼 단단하게》,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지금 읽는 중) 다음으로 한글로 접한 옌롄커의 글은 처음 받았던 그 인상 그대로 아프고 아려서 더 소중했다.

《연월일》은 연월일, 골수, 천궁도,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 총 4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직설적이고 투박한데도 잘 읽히는 편이다. 중국에 몇 없는 '농촌서사'인데 아마 옌롄커의 글을 처음 접하는 분께는 다소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극히 사실적인 묘사가 그의 매력이라, 한 번 괜찮다고 생각하신 분은 끊임없이 찾게 될 것 같다. 센 할아버지, 요우쓰댁, 루류밍, 리좡 할아버지 등 수많은 인물들이 이루는 한 편 한 편의 서사가 참 사실적이라 소설인지 실제인지 헷갈릴 정도다.

'루쉰이나 위화는 알아도 옌롄커는 들어본 적 없는데?' 주변에서 정말 많이 들은 말이다. 《광인일기》와 《아Q정전》, 커다란 두 기둥 같은 글을 쓴 루쉰과 《허삼관매혈기》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는 중국 3세대 문학을 대표하는 위화, 중국문학을 즐겨 읽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이 두 거장의 글을 읽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둘 사이엔 엄연한 빈 공간이 존재한다. 루쉰이 글을 쓰던 1900년대 초반과 위화가 등단한 1980년대 사이의 시대는 중국 농촌에서 죽음이 너무나 당연하게 삶을 따라다녔던 시대다. 모옌과 위화가 농촌에서 도시로 나아가는 방향의 글을 쓰긴 했으나 점점 그들의 글 또한 도시의 삶을 많이 다루게 되었고, 현재 등단하는 작가들은 대부분 '80후', '90후'다. 그리고 옌롄커는 루쉰과 위화 사이의 빈 공간, 즉 농민의 삶으로 가득했던 그 시대의 아픔과 죽음을 서사로 담아낸다. 농촌의 아픔을 두 눈으로 본 '50후'인 옌롄커만이 글로 담아낼 수 있는 이야기, 비록 홍보가 국가 차원에서 금지 당하는 등 출판 상의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읽고 알아야 할 중요한 이야기를 써내는 옌롄커는 현대에 참 소중한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