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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옌롄커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언제 봐도 빨간 표지가 매혹적이네요. 최근 노벨 문학상 수상 강력 후보로 옌롄커가 여러 차례 지명됨에 따라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하지만 앞선 《연월일》 리뷰에서도 말했듯, 중국소설을 처음 접하시는 분껜 다소 힘겨운 책일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为人民服务, 마오쩌둥의 정치 슬로건이자 연설 중 한 말로 유명한 구절입니다. 나의 이익보단 국가 전체, 즉 인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일하라는 의미인데 이 책 속에서는 오히려 마오주석의 뜻에 반하는 행위의 원동력처럼 사용된 말이라 굉장히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재밌었습니다. 한 때는 이 말이 적힌 팻말을 떨어뜨리기만 해도 감옥에 갇히곤 했는데, 오히려 그 옛 상황을 꼬집는 것처럼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말을 반동의 원동력으로 사용하는 것에서 작가가 가지고 있는 중국 사회에 대한 생각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소개해드리자면, 이 소설은 2005년 광동 지역에서 많은 부분이 검열된 상태로 공개된 적이 있어요. 아마 사단장의 아내 류롄과 우다왕의 긴밀한 관계 중 많은 부분, 그리고 반동 행위처럼 보이는 부분들이 삭제되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런데 공개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국가에서 전부 다시 회수했다고 해요.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출판 자체를 금지시키지 왜 늦장대응을 한담?’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아마 곱씹을수록 위험하게 느껴져 내린 조치가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현재도 이 책은 중국에서 출판, 판매가 금지되어 있고 아마 작가가 가르치는 대학생들이나 외국인들만 접할 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많은 분들이 옌롄커라는 작가에 대해 알고 싶을 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에서 드러나는 인물들의 이중성과 책 자체를 둘러싼 이중성이 알면 알수록 재밌기 때문이에요. 일례로 류롄과 우다왕은 끊임없이 반동 행위로 여겨진 짓들을 벌입니다. 마오주석의 석고상을 깨고, 그의 어록과 초상에 낙서를 하는 등 당시에는, 또 지금도 중국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들을 웃으며 합니다. 그런데 여전히 류롄과 우다왕은 한 명의 인민으로서의 상황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생활합니다. 기존 사회 체제에 도전하고 틀을 부수려는 인물이 등장할 법도 한데, 옌롄커의 소설에선 그런 인물이 절대 등장하지 않습니다. 실제로도 없었으니까요. 책을 둘러싼 얘기를 해보자면, 옌롄커는 현재 인민대 문학원에 교수로 있는데, 인민대 문학원이라 하면 문학으로는 거의 중국에서 최고 대학입니다. 또, 중국 내에서는 루쉰문학상, 외에서는 노벨문학상 후보에 거론되고 프란츠카프카 문학상을 받는 등 다양한 문학상을 중국으로 끌어들이고 있지요. 중국에서 가장 위험한 글을 쓰는 작가가 중국에서 가장 유력한 작가가 될 학생들을 가르치며, 중국인의 이름 아래 상을 휩쓴다는 것은 정말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행위가 아닌가 싶어 웃음 지어 집니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읽은 소설 중 가장 재미있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