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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조스 레터 - 제프 베조스가 아마존 주주 서한에서 밝힌 일과 성공의 14가지 원칙
스티브 앤더슨 지음, 한정훈 옮김 / 리더스북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아마존은 내가 스스로 물건을 사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미 너무나도 큰 기업이었다. 나에겐 아마존의 성공이 이미 사실이었다. 그래서 《베조스 레터》를 처음 펼치려 했을 때 조금 걱정이 되었다. 첫 이유는 방금 썼다 싶이 내가 베조스 레터 속 성공 원칙들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 별 감흥을 못 느낄까봐였다. 너무나 당연한 성공이기에 그 원칙 마저 내가 당연하게 받아들일까 두려웠다. 두 번째 이유는 나는 취업, 경영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 책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조금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이 시점에서 말하건대 꽤 읽을 만한 책이었다. 아마존의 성공이 당연한 Z세대, 그 중에서도 경영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내가 이 정도의 흥미를 느낀 걸 보니 많은 그 성공을 눈으로, 피부로 실감한 사람들이나 취업, 경영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단언한다.
내가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전개 방식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제프 베조스가 아마존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총 14가지의 원칙을 발견하고 그를 단계적으로 설명한다. 목차만 보면 어느 책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배열 방식이지만, 저자는 베조스의 삶의 어떤 요소가 이러한 원칙을 이끌어냈는지, 그리고 아마존에서뿐 아니라 실제로 NASA나 애플과 같은 다른 단체, 기업체에서는 이 원칙들을 이용해 어떻게 성공을 거두었는지 설명한다.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베조스 레터의 발췌본을 먼저 읽은 뒤 실제 사례들을 접하게 되기 때문에 이해하기도 용히했고, 다음 원칙으로 넘어갈 때 새로운 사례들이 반겨주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또, 베조스라는 사람 자체가 꽤나 매력적인 사람이다. 그의 원칙 중 하나로 '장기적 사고를 적용하라'가 있는데, 그는 그 원칙에 있어서 정말 탁월하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무료배송, 신속배송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회원제나 개발자 고객을 대상으로 한 AWS 등 다양한 사업에 그의 식견이 앞섰다. 실패를 바탕으로 한 성공, 기업문화 유지 등 다른 원칙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거대한 성공을 이룬 것이겠지만, 사실 베조스라는 사람 자체가 너무 매력적이고 사업에 있어 탁출한 사람임이 이 책에서 잘 돋보였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스티브 앤더슨이 분석한 14가지의 법칙으로 이루어진 사이클이 인간이 된다면 베조스라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책을 다 읽은 뒤 다시 한 번 아마존의 성공이 당연해진 시대에 살고 있는 Z세대가, 혹은 경영에 문외한인 나와 같은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왜 읽을지에 대해 고민해봤다. 한 가지는 매력적인 베조스라는 인물에게서 개인적으로 배울 점이 있어서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주의 대한 관심이 실패를 기반으로 하는 성공으로 이어진 것처럼 개인의 관심이나 일상 속 무언가에서 자신이 살아가며 원하는 바를 이뤄내기 위한 하나의 원칙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그의 성공 사이클을 우리 스스로와 주변을 경영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사실 성공이나 실패, 발명과 혁신, 의사결정 속도 등 기업에서 쓰이는 용어들이 우리의 삶과 크게 동떨어진 건 아니다. 《베조스 레터》를 통해 각 원칙이 기업 내에서 어떤 결과를 내는지 살폈으니, 삶에 적용한다면 어떤 결과를 야기할지 예상할 수 있을 것이고,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나 또한 내 삶에 대한 태도를 성찰하고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에 대해 조금 고민해봤고, 장기적으로 생각하기처럼 여러 작은 실천 항목을 세웠다. (그리고 책의 표지가 앞을 바라보고 있는 아마존 오프라인 서점에 가보는 것이 버킷리스트에 추가되었다.) 개인의 흥미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읽힐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