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바람 웅진 모두의 그림책 28
남윤잎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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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와 사이버강의로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 요즘, 각 계절의 바람을 품은 그림책이 왔다. 매일 기숙사와 학교 도서관만 왕복하고 주말엔 그 마저도 나가지 않는 생활만 반복하다가 이렇게 계절내음 가득한 책을 받으니 괜히 기분이 좋았다. 학교 입구가 폐쇄되는 날 맞춰서 비록 교내지만 꽃구경도 했고, 꽃 아래에서 이 책을 들여다보니 마음 한 편에 자리 잡은 우울함과 불안함이 가시는 기분이었다.



책 표지만 봐도 산뜻한 느낌이다. 풀밭 위에 책이 있고, 책 표지에 다시 풀밭 위에 책이 있다. 그리고 그 작은 책 속 꽃길을 한 여인이 걸어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쓸쓸해 보이기도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마음 놓고 밖에 나가지 못하는 요즘, 혼자라도 마음껏 꽃길을 걸어가는 저 여인이 부러워진다.


책을 펼치면 표지에서 엿본 봄의 풍경 외에도 여름, 가을, 겨울의 풍경과 사람들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봄이지만 꽃샘추위 때문에 핑크색 코트를 입은 여자, 반팔, 반바지를 입고 분수 속을 뛰노는 아이들, 아름답게 물든 단풍 아래에서 단풍놀이를 즐기는 여인들, 커플, 가족,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복하게 쌓인 눈 위에 발자국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에 우리의 일상이 담겨 있다. 지금은 누리지 못하는 일상이지만, 당연하다고 착각했던 우리의 일상들을 그림으로 다시 한 번 볼 수 있어서 소중하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어느새 봄이 되었네’하고 말하곤 한다. 《어느새, 바람》은 이름에 걸맞게 ‘어느새’ 바람을 타고 찾아온 계절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아직은 남들과 조금 멀어야 하는 이 시기,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되어버린 지금 이 책을 펼치고 다시 당연해질 계절들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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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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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바빠서 매일 밤 조금씩 읽으려 했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는 순간 멈출 수가 없었다. 결국 20-30분씩 매일 읽겠다고 책을 펼치면 조금 늦게 자더라도 하루 1-2시간 씩 읽게 되었고, 사흘만에 다 읽었다. 책을 읽기 전 먼저 읽은 다른 사전 서평단의 글을 살피다 세네 시간이면 다 읽는다는 리뷰를 꽤 많이 볼 수 있었다. 과장인 줄 알았는데 실제였다. 버들이 처음 사진결혼을 결심하고 하와이에 가기까진 나 또한 설렜고, 남편과의 사진결혼 속 비밀을 알아차렸을 땐 버들 못지 않게 화났다. 홍주, 송화를 비롯한 다른 사진신부들의 남편의 모습에 함께 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잘 적응해나가자 나 또한 웃었다. 버들, 홍주, 송화 모두 우리 아주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 같았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사진신부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 때는 역사에 공감하기 보단 ‘역사 모두를 제대로 알아야 해!’라는 압박이 더 강해서 그런지 부록 페이지에 있는 그녀들의 모습을 본체만체하며 시험공부를 했다. 물론 그녀들은 시험 그 어디에도 나오지 않았고, 그렇게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는 듯했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읽으며 많이 반성했다. 결국 그녀들은 어떠한 연유로 조국을 떠나 힘겹게 하와이에 적응해 나라의 독립을 도우면서도 후대를 열심히 키워나간 누군가의 딸, 아내, 어머니, 여인이다. 중간에 버들이 처음으로 줄리엄마의 이름을 듣고 그녀와 친하게 지내며 이름도 모르고 살았다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우리는 이미 당연해져 기억이나 역사에 기록된 사람들의 이야기에 너무 무심하지 않나 싶다.

처음엔 버들, 홍주, 송화가 잘 살길 바랐다. 그러다 점점 꼭 잘 살 수는 없어도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힘들어도 웃는 날이 있길 바랐고, 남편이 옆에 없어도 친구들과 아이들에게 힘을 받으며 살길 바랐다. 결국 각기 다른 삶을 살게 된 사진신부들이 자신의 삶을 살면서도 친구들과 아이들과 어울리는 그 모습에, 그리고 그들 밑에 태어난 아이들이 또 하나의 사명감을 가지고 살아가게 되는 모습에 책을 다 읽을 쯤엔 눈물이 고였다. 간만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소설이었다. 따뜻함이 그리워질 때 다시 찾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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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의 즐거움 - 인생을 해석하고 지성을 자극하는 수학 여행
스티븐 스트로가츠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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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물론이고 중고등학교를 나온 어른들에게 물었을 때 싫어하는 과목으로 종종 뽑히는 것이 수학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차근차근 기초를 쌓지 않으면 중고등학교 때 갑자기 시작하려고 해도 풀지 못한다. 결국 수학 전체가 크게 보면 하나로 이어져있기 때문이다. 내 주변만 해도 ‘수학이 싫어서 문과에 왔어’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고, 내가 수학 과제를 하고 있으면 ‘으’하고 싫어하는 표정을 지으며 지나가는 친구들도 더러 있다. 하지만 어쨌거나 나는 수학을 좋아하고, 아직까지도 수학을 꾸준히 배우고 있다. (책 배경도 내가 며칠 전 제출한 미분방정식 과제다.) 그래서 수학 관련 책을 참 많이 읽었다. 그러던 중 내가 아주 좋아하는 김민형 교수님의 추천사가 붙은 《x의 즐거움》을 발견했다.

저자인 스티븐 스트로가츠 교수는 응용수학을 주로 연구하는 사람이다. 우리가 주시할 점은 최근 순수수학과 응용수학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태 크게 보면 숫자 - 중고교 수학과정 - 순수수학 or 응용수학으로 길이 나뉘었다면, 과학에 발전과 맞물려 순수수학과 응용수학이 하나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 이 경향에 주목해서일까 저자는 숫자의 효용성부터 간단한 방정식, 기하학을 거쳐 미분방정식, 해석학까지의 내용을 하나의 커다란 이론처럼 뻗어나간다. 하지만 그의 설명은 결코 어렵지 않다. ‘무한 개의 방을 가진 호텔’이라고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힐베르트 호텔 예시부터 HBO 드라마까지 다양하고 많은 예시로 우리의 이해를 돕는다. 

물고기 6마리를 ‘물고기, 물고기, 물고기, 물고기, 물고기, 물고기’로 세던 인간은 점점 발전해 숫자의 나열만 보고도 그 규칙을 찾아 합을 구하고 있고, 사람의 모든 움직임을 미분방정식으로 표현하고, 또 보이지 않는 차원을 머리로 생각하고 그려 MRI를 비롯한 여러 장치에 도입하고 있다. 원시적인 사고부터 현대의 사고까지 많은 내용들이 차곡차곡 정리된 느낌이라 읽으며 머릿속도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나는 수학 문제를 너무 풀기 싫어질 때면 수학 관련 교양 도서를 읽어 생각을 정리하곤 하는데, 이 책도 그 독서목록에 추가했다. 

수학전공자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대중을 위한 교양서로 쓰인 책이고, 대학 수준의 내용도 본 내용보다는 쉬운 예시로 설명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을 매우 싫어하지만 수학적 교양을 쌓고 싶어 읽는 수포자라면 어렵다고 여겨지는 부분을 빼고 읽어도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우리의 삶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것 같아 더 멀게만 느껴졌던 수학을 실제로 적용된 예시와 함께 읽음으로써 얻는 배움도 있을 것이다. 미분방정식이나 기하학을 현재 배우고 있는 대학생의 입장에선 헷갈리는 부분을 예시를 통해 한 번 더 제대로 알게 되는 계기이자, (미분방정식을 수학과 연결한 것처럼) 내가 배우는 것의 필요성을 실감할 수 있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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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구하기 - 삶을 마냥 흘려보내고 있는 무기력한 방관주의자를 위한 개입의 기술
개리 비숍 지음, 이지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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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 개리 비숍의 《시작의 기술》이 나왔을 때 그의 재치 있는 문체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었었다. 보다 편하고 재미있는 말투로 쓰여진 글이다 보니 읽는 내내 평온한 마음이었다. 당시 책의 타겟은 ‘게으른 완벽주의자’들이었다. 완벽하게 일은 하고 싶은데, 침대에 누워 걱정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버리는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었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난 올해, 그의 새 책이 나온다. 나는 사전 서평단으로서 가제본 도서를 먼저 읽어보았다. 시작의 기술》 표지엔 손을 펴고 있었는데, 《내 인생 구하기》 표지는 주먹을 꽉 쥐고 있다. 개인적으로 《시작의 기술》은 사람들이 방에서 나와 무언갈 시도할 수 있게 독려하는 느낌이었고, 《내 인생 구하기》는 남들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는 의지를 다지게끔 하는 느낌이어서 그런지 내용과 표지가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었다.

《내 인생 구하기》는 ‘무기력한 방관주의자’들을 위한 책이다. 현대의 우리는 너무 많은 선택의 기로 앞에 놓여있고, 또 한 번의 선택으로 너무 많은 관계를 맺게 된다. 나 또한 종종 삶이 흘러가는 그대로 살아가면 안되나 싶기도 하다. ‘흘러가는대로’ 살고자 하는 그 마음이 ‘무기력한 방관주의자’의 첫 걸음이라 시작한다. 개리 비숍이 《시작의 기술》로 우리가 스스로 걸어갈 수 있도록 세워놓았는데 너무 많은 선택에 지쳐 다시 침대로 돌아가는 꼴이라고나 할까. 책의 초반부를 읽는 내내 우리는 어쩌다가 무기력해졌고, 방관주의자가 되었는지 생각해봤다. 그러다 미국 드라마 <굿 플레이스>의 한 대목이 생각났다. 몇 백 년 전엔 길에서 장미를 꺾어 선물하는 것이 단순한 선행이었는데, 현대엔 12송이의 장미를 돈을 지불해 구매한 뒤 선물한다고 하더라도 그 장미를 재배한 농장에서 불법 노동자를 써서, 농약을 써서, 유통 업체에 비리가 있어서 등등의 이유로 마이너스 점수를 유발할 때가 있다고 했다. 십분 공감했다. 세상이 발전해 하나의 커다란 거미줄을 이루는 바람에 우리 삶은 더 복잡해졌고, 이는 무기력한 방관주의자들을 수십, 수백 만을 배출했다. 

이 책에서 하고자 하는 말, ‘결국 문제도 당신, 답도 당신이다’라는 말이 너무나 당연하면서도 당연하지 않아 웃음이 났다. 책의 후반에 스크루지 영감 이야기가 예시로 나온다. 그가 스스로에게 부여한 냉소주의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스크루지와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개리 비숍은 직설적이게 설명하고 조언한다. 결국 냉소주의라던가, 무기력함, 방관주의 등 우리의 성장과 주관을 방해하는 모든 것들은 결국 우리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책은 남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말고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하기 등 굉장히 단순한데 어려운 조언들의 연속이다. 그 간단하고 어려운 것들을 이행해보길, 개리 비숍은 수많은 ‘스크루지’들에게 조언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지금 이 시기에 읽어서 좋았다. 바로 일주일 전에 등교도 제대로 못한 채 3학년 타이틀을 달아버렸는데, 3학년이 되니 뭔가 수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 과제를 척척 해낸 뒤 집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미래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세워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무엇 하나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처음 도입한 온라인 수업에 우왕좌왕하고, 너무 오랜만에 푸는 수학 문제에 적분하느라 끙끙대고, 또 미래에 대해 생각하자고 하니 너무나 아득해져 침대로 들어가 넷플릭스만 잔뜩 봤다. 내가 생각했던 ‘3학년’이라는 미래는 이미 내게 왔다. 그저 내가 그 미래가 드러나게 하지 못 했을 뿐. 나는 엄청 고집스런 사람이라 이 책에서 나온 조언들을 전부 따르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꽤나 직설적인 조언들을 읽은 지금 이 시점에 재고해보니 나를 위한 무언가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3학년의 이미지를 던지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는 것, 내 인생에 내가 끼어드는 것,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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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무선)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2
다자이 오사무 지음, 허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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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인간 실격>을 독서모임을 위해 읽었다. 워낙 많이 들어본 책이라 실제로 읽는 것은 처음인데도 익숙한 기분이었다. <인간 실격> 책들 중에 가장 표지가 예쁜 책이라 생각한다. 거기에 더불어 <사양>이라는, 일본에서 아주 유명한 작품까지 함께 수록되어 있어서 다자이 오사무를 꽤나 풍부하게 느낄 수 있었다. 독서모임의 한 친구는 타 출판사의 책을 읽은 뒤 두 번째로 이 책을 읽었는데, 문장이 더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본인도 일전에 같은 역자가 번역한 다른 일문학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표현이 적확하고 깔끔해 마음에 들었었다. 

6명이서 모임을 하며 책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여섯 명 다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생각할 거리가 참 많은 책이구나 싶었다. 사람마다 모두 다르게 읽었고, 죄, 인간, 인간 실격 등 소설 속 모든 개념에 대해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주인공 요조가 과연 인간 실격인가를 두고 꽤 오랜 시간 이야기했다. 애초에 답이 없는 문제라 생각해서 의견을 모으진 않았다. 

다자이 오사무와 소설 주인공 요조의 삶이 아주 많이 닮아 있다. 자살 시도나 방법이며 여자, 술, 약에 빠지는 것까지 너무 닮아있어서 이 책이 혹시 일기 아닐까 싶기도 했다. 왜 사람들이 이 책을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소설이라 강조하는지 알 것 같았다. 

필독서는 아닐지 몰라도 살면서 한 번쯤 읽으면 좋을 책이다. <인간 실격>을 두세 번 읽은 이도 만났는데,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이 들어서 좋다고 했다. 어릴 때 읽기 보다는 어른이 되어 학창시절 혹은 사회생활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난 이후에 읽으면 요조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시간이 흘러 몇 번 더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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