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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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바빠서 매일 밤 조금씩 읽으려 했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는 순간 멈출 수가 없었다. 결국 20-30분씩 매일 읽겠다고 책을 펼치면 조금 늦게 자더라도 하루 1-2시간 씩 읽게 되었고, 사흘만에 다 읽었다. 책을 읽기 전 먼저 읽은 다른 사전 서평단의 글을 살피다 세네 시간이면 다 읽는다는 리뷰를 꽤 많이 볼 수 있었다. 과장인 줄 알았는데 실제였다. 버들이 처음 사진결혼을 결심하고 하와이에 가기까진 나 또한 설렜고, 남편과의 사진결혼 속 비밀을 알아차렸을 땐 버들 못지 않게 화났다. 홍주, 송화를 비롯한 다른 사진신부들의 남편의 모습에 함께 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잘 적응해나가자 나 또한 웃었다. 버들, 홍주, 송화 모두 우리 아주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 같았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사진신부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 때는 역사에 공감하기 보단 ‘역사 모두를 제대로 알아야 해!’라는 압박이 더 강해서 그런지 부록 페이지에 있는 그녀들의 모습을 본체만체하며 시험공부를 했다. 물론 그녀들은 시험 그 어디에도 나오지 않았고, 그렇게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는 듯했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읽으며 많이 반성했다. 결국 그녀들은 어떠한 연유로 조국을 떠나 힘겹게 하와이에 적응해 나라의 독립을 도우면서도 후대를 열심히 키워나간 누군가의 딸, 아내, 어머니, 여인이다. 중간에 버들이 처음으로 줄리엄마의 이름을 듣고 그녀와 친하게 지내며 이름도 모르고 살았다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우리는 이미 당연해져 기억이나 역사에 기록된 사람들의 이야기에 너무 무심하지 않나 싶다.

처음엔 버들, 홍주, 송화가 잘 살길 바랐다. 그러다 점점 꼭 잘 살 수는 없어도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힘들어도 웃는 날이 있길 바랐고, 남편이 옆에 없어도 친구들과 아이들에게 힘을 받으며 살길 바랐다. 결국 각기 다른 삶을 살게 된 사진신부들이 자신의 삶을 살면서도 친구들과 아이들과 어울리는 그 모습에, 그리고 그들 밑에 태어난 아이들이 또 하나의 사명감을 가지고 살아가게 되는 모습에 책을 다 읽을 쯤엔 눈물이 고였다. 간만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소설이었다. 따뜻함이 그리워질 때 다시 찾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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