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구하기 - 삶을 마냥 흘려보내고 있는 무기력한 방관주의자를 위한 개입의 기술
개리 비숍 지음, 이지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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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 개리 비숍의 《시작의 기술》이 나왔을 때 그의 재치 있는 문체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었었다. 보다 편하고 재미있는 말투로 쓰여진 글이다 보니 읽는 내내 평온한 마음이었다. 당시 책의 타겟은 ‘게으른 완벽주의자’들이었다. 완벽하게 일은 하고 싶은데, 침대에 누워 걱정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버리는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었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난 올해, 그의 새 책이 나온다. 나는 사전 서평단으로서 가제본 도서를 먼저 읽어보았다. 시작의 기술》 표지엔 손을 펴고 있었는데, 《내 인생 구하기》 표지는 주먹을 꽉 쥐고 있다. 개인적으로 《시작의 기술》은 사람들이 방에서 나와 무언갈 시도할 수 있게 독려하는 느낌이었고, 《내 인생 구하기》는 남들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는 의지를 다지게끔 하는 느낌이어서 그런지 내용과 표지가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었다.

《내 인생 구하기》는 ‘무기력한 방관주의자’들을 위한 책이다. 현대의 우리는 너무 많은 선택의 기로 앞에 놓여있고, 또 한 번의 선택으로 너무 많은 관계를 맺게 된다. 나 또한 종종 삶이 흘러가는 그대로 살아가면 안되나 싶기도 하다. ‘흘러가는대로’ 살고자 하는 그 마음이 ‘무기력한 방관주의자’의 첫 걸음이라 시작한다. 개리 비숍이 《시작의 기술》로 우리가 스스로 걸어갈 수 있도록 세워놓았는데 너무 많은 선택에 지쳐 다시 침대로 돌아가는 꼴이라고나 할까. 책의 초반부를 읽는 내내 우리는 어쩌다가 무기력해졌고, 방관주의자가 되었는지 생각해봤다. 그러다 미국 드라마 <굿 플레이스>의 한 대목이 생각났다. 몇 백 년 전엔 길에서 장미를 꺾어 선물하는 것이 단순한 선행이었는데, 현대엔 12송이의 장미를 돈을 지불해 구매한 뒤 선물한다고 하더라도 그 장미를 재배한 농장에서 불법 노동자를 써서, 농약을 써서, 유통 업체에 비리가 있어서 등등의 이유로 마이너스 점수를 유발할 때가 있다고 했다. 십분 공감했다. 세상이 발전해 하나의 커다란 거미줄을 이루는 바람에 우리 삶은 더 복잡해졌고, 이는 무기력한 방관주의자들을 수십, 수백 만을 배출했다. 

이 책에서 하고자 하는 말, ‘결국 문제도 당신, 답도 당신이다’라는 말이 너무나 당연하면서도 당연하지 않아 웃음이 났다. 책의 후반에 스크루지 영감 이야기가 예시로 나온다. 그가 스스로에게 부여한 냉소주의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스크루지와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개리 비숍은 직설적이게 설명하고 조언한다. 결국 냉소주의라던가, 무기력함, 방관주의 등 우리의 성장과 주관을 방해하는 모든 것들은 결국 우리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책은 남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말고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하기 등 굉장히 단순한데 어려운 조언들의 연속이다. 그 간단하고 어려운 것들을 이행해보길, 개리 비숍은 수많은 ‘스크루지’들에게 조언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지금 이 시기에 읽어서 좋았다. 바로 일주일 전에 등교도 제대로 못한 채 3학년 타이틀을 달아버렸는데, 3학년이 되니 뭔가 수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 과제를 척척 해낸 뒤 집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미래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세워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무엇 하나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처음 도입한 온라인 수업에 우왕좌왕하고, 너무 오랜만에 푸는 수학 문제에 적분하느라 끙끙대고, 또 미래에 대해 생각하자고 하니 너무나 아득해져 침대로 들어가 넷플릭스만 잔뜩 봤다. 내가 생각했던 ‘3학년’이라는 미래는 이미 내게 왔다. 그저 내가 그 미래가 드러나게 하지 못 했을 뿐. 나는 엄청 고집스런 사람이라 이 책에서 나온 조언들을 전부 따르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꽤나 직설적인 조언들을 읽은 지금 이 시점에 재고해보니 나를 위한 무언가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3학년의 이미지를 던지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는 것, 내 인생에 내가 끼어드는 것,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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