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 - 각자의 현실 너머, 서로를 잇는 정치를 향하여
권성민 지음 / 돌고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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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의 장막 뒤에서 타인의 고통을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태도, 그리고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최선이 아닌 '차선'을 찾아가는 과정이 정치의 본질임을 깨닫게 한다. '정치는 싸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규칙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메시지가 강렬한데, 갈등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안고도 어떻게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잘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지점이 따뜻하면서도 날카롭다. 정치(좌파와 우파) 외에도 계급(부유와 서민),젠더(페미니즘과 반페미니즘),개방성(전통과 개방)의 주요 쟁점에 다가서며 갈등의 한복판에 놓인 사안들에 조금 더 폭넓은 각도의 해석을 시도하면서 그 복잡함 속에서 서로의 삶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틈을 마련하고자 하는 시도 또한 눈여겨 볼 포인트. 상대방의 입장은 물론,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 형성된 배경과 맥락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흥미롭다. 위선도 없는 세상에서 그나마 위선을 떨어서라도 예의를 지키고 서로의 다름을 견뎌내며 차선을 찾아가는 것이 민주주임을 깨닫게 하는 통찰력 넘치는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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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4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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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철학적 통찰을 담고 있는 동시에, 매우 구시대적인 젠더 관념을 동시에 품고 있는 작품이라고 느꼈는데 아무리 철학적 비유라 할지라도, 여성 인물이 남성 주인공의 고뇌를 심화시키거나 변화시키기 위한 '매개체' 혹은 '영감의 원천'으로 주로 쓰인다는 점은 명백한 시대적 한계로 보인다. 여성의 고통(질투, 수치심)이 남성의 철학적 성찰을 위한 배경처럼 사용되는 부분은 21세기 (여)독자들에게 충분히 거부감을 줄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함. 특히 토마시는 여성과의 섹스를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라고 포장하는데 여성 개개인이 가진 100만분의 1의 다름을 확인하기 위해 수많은 여자와 잔다는 식의 논리는, 사실상 남성의 성적 욕망을 고결한 지적 탐험으로 미화하는 남성 중심적 개소리에 가깝다. 여튼 "인간은 누구나 위선(키치)을 떨며 산다"는 보편적인 진실을 말하는 듯 보이지만, 그 진실을 폭로하는 화자의 위치가 철저히 남성적 우월성 위에 놓여 있다는 점이 불편함의 핵심인 듯. 그러나 회의감이 드는 와중에도 그의 작품에서 '필터링'해서 취할 만한 실존적 가치는 분명 존재한다고도 생각한다. 그것이 고전의 힘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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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등산가의 호텔 스트루가츠키 형제 걸작선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외 지음, 이경아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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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안개가 자욱한 설산 한가운데 서 있는 듯 시종일관 몽환적이고 기괴한 분위기가 압권이다. 눈사태로 고립된 호텔, 기이한 투숙객들, 그리고 발생한 살인 사건...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범인을 찾는 논리적인 추리는 무너지고, 그 자리에 초현실적이고 SF적인 요소가 비집고 들어온다. 단순한 범인 찾기가 아니라, 인간의 이성과 논리가 무너지는 곳에서 진짜 인간성이 무엇인지 묻는다는 점에서 철학적 사유를 느껴가는 재미도 있다. 와중에 냉소적인 유머 또한 백미. SF도 스미추도 좋아한다면 일타쌍피 할 수 있는 작품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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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밤에 호루라기를 불어라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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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아웃사이더가 되서 아니꼬운 세상을 향해 심드렁하게 뻐큐를 날리는 듯하지만 나는 '내가 이렇게 세상을 날카롭게 통찰하고 있고, 이토록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대단한 작가라는 걸 알아달라'는 강박처럼 읽히기도 한다. 인간관계의 덧없음을 깨닫고 스스로 혼자가 되었다고 주장하며 시니컬한 실존주의자를 자처하면서도, 감정적으로는 여전히 누군가의 온기와 인정을 갈구하는 모순..행간을 읽어보면 결국 '왜 아무도 나를 이만큼 사랑해주지 않는가'에 대한 억울함이 뚝뚝 묻어나는 서글픈 자기연민의 초상이었음. 호루라기를 불며 '나를 구하러 오지 마라'고 외치면서도, 속으로는 '내 호루라기 소리 들었지? 왜 안 와? 안 올 거면 이 소리가 얼마나 예술적인지나 감상해'라고 끊임없이 말하는 듯한...ㅠ 나는 고독하다. 그걸 막 "우주적 고독"이나 "존재의 파멸"로 표현하면...단발마에 그치지 않고 주구장창 계속 그러면 에 어 음 그냥 좀 외로운, 사랑받고 싶어서 삐친 중년 인셀로 보일 뿐....너무 가혹한가ㅋ 반면, 작가의 화려하고 탐미적이고 과할 정도로 지적인 수사들이 동원된 문체가 취향이 되는 이유라면 그 과잉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이 집요함에 있겠지. 어설프게 흉내 내는 게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그 고독의 미학에 완전히 투신해 있는. 그야말로 철저한 자의식. 이것이 나에게는 오글거림이지만, 인생의 어느 한 시기, 정말 바닥을 치는 우울을 겪는 사람에게는 그 과잉된 문장이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과장해서라도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채워주는 강력한 진통제가 되기도 할 테니까. 여튼 <고독한 밤에 호루라기를 불어라>를 읽기 전, '고독'은 호루라기를 불며 전시하는 게 아니라 아무도 없는 방에서 혹은 수많은 사람 속에서 그냥 묵묵히 삼켜내야 하는 덩어리여야 할 것이며(기대1), 그럼에 있어 이 책은 결핍의 전시가 아닌 정말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문장들이어야 함(기대2)을 기대했다면, 감성적이게 시니컬한(...) 작가 이응준의 문법은 확실히 '과하게' '전략적'인 면이 있어서 아 이 책 겨우 읽어냄. 하.... 감정을 도구화하지 않고 그저 응시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 같아. 결론은 (아저씨의) 고독함이 너무 비장해 (아줌마는) 너무 피곤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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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12 1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6-12 18: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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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필
요한 하리 지음, 이지연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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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젬픽 맞고 날씬해지고 싶은데 노오력 없이 돈으로 해결하는걸로 보이는 건 짜치고 그렇다고 그 꿀을 포기하기도 싫고 그래서 고심했지만 결국 나는 계속 맞기로 했어를 말하기 위해 온갖 자료니 뭐니 들이밀었다가 나는 부작용을 감수했지만 너넨 심각하게 고민해야 해 오지랖도 부렸다가 내 뚱보 여자친구 누구 누구 이름을 까더니 그들의 죽음과 투병을 안타까워하며 그것의 원인인 비만, 합병증들로부터 해방시켜주는 고마운 마운자로 위고비 만세 했다가 (아니 난 무슨 소리를 하고 싶건 친구를 이런 식으로 소비하진 않을거 같애..) 그래도 이게 답은 아니지 했다가 이 말도 맞다 저 말도 맞다 휴 하리정승... 양손에 저울 들고 자아분열하는 수고를 이렇게나 열심히 하지만 솔직히 읽는 내내 아 그거 좀 맞고 싶으면 그냥 맞아 누가 뭐래?를 백만번 외치게 하는 밤 오브 밤고구마 같은 글이었음. 와중에 일본뽕을 뒤늦게 잘못 맞으셨는지 뜬금없이 결국은 일본사람들처럼 먹고 살아야 한다나ㅋ 일본인들은 디저트를 단것을 거의 먹지 않는다나ㅋㅋ 아 그래 약이 모든걸 해결해 주진 못하니 근본적으로 식습관을 바꾸잔 얘기야 근데 뭔 이런 소릴 갑자기 20세기 유럽인이 나타나 저기 먼 동양에 니뽄이란 신비한 나라 어쩌구 해묵은 젠 타령 하는것 마냥 하시는지ㅋ 여튼 이 책에 대한 개평을 요약하자면, 좀 해맑은(..) 구석이 적잖은 남백인 내추럴 본 살찐이의 신종비만치료제를 향한 수줍은 사랑 고백? 이쯤 해두자. 아 그리고 나도 맞고 싶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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