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4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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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철학적 통찰을 담고 있는 동시에, 매우 구시대적인 젠더 관념을 동시에 품고 있는 작품이라고 느꼈는데 아무리 철학적 비유라 할지라도, 여성 인물이 남성 주인공의 고뇌를 심화시키거나 변화시키기 위한 '매개체' 혹은 '영감의 원천'으로 주로 쓰인다는 점은 명백한 시대적 한계로 보인다. 여성의 고통(질투, 수치심)이 남성의 철학적 성찰을 위한 배경처럼 사용되는 부분은 21세기 (여)독자들에게 충분히 거부감을 줄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함. 특히 토마시는 여성과의 섹스를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라고 포장하는데 여성 개개인이 가진 100만분의 1의 다름을 확인하기 위해 수많은 여자와 잔다는 식의 논리는, 사실상 남성의 성적 욕망을 고결한 지적 탐험으로 미화하는 남성 중심적 개소리에 가깝다. 여튼 "인간은 누구나 위선(키치)을 떨며 산다"는 보편적인 진실을 말하는 듯 보이지만, 그 진실을 폭로하는 화자의 위치가 철저히 남성적 우월성 위에 놓여 있다는 점이 불편함의 핵심인 듯. 그러나 회의감이 드는 와중에도 그의 작품에서 '필터링'해서 취할 만한 실존적 가치는 분명 존재한다고도 생각한다. 그것이 고전의 힘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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