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잔혹사 - 약탈, 살인, 고문으로 얼룩진 과학과 의학의 역사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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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잔혹사

약탈, 살인, 고문으로 얼룩진

과학과 의학의 역사

<해나무>

500페이지가 넘는 이중 참고문헌을 소개한 페이지를 제외하더라도

상당히 두툼한 책이지만 정말 책의 마지막까지 무척 흥미롭게 읽은 책이었어요.

오후에는 아이들 공부를 봐줘야 해서 오전에 조금씩 읽었는데

한동안 아이들이 매일 제가 읽은 이 <과학 잔혹사>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는 바람에

저녁 식사 내내 잔혹한 과학사를 소개해 줘야 했답니다.

여름방학이 되면 꼭 읽어보겠다며 한 학기가 얼른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수행과 시험의 연속인 고등 아이.

아이에게도 강력히 추천하니 방학되면 꼭꼭 읽어보라 했어요.



많은 사람은 훌륭한 과학자를 만드는 것이 지성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

훌륭한 과학자를 만드는 것은 인성이다.

알베르토 아인슈타인



 

해적실, 노예 무역, 시신 도굴, 살인, 동물 학대, 비열한 경쟁,

의사들의 연구 윤리 위반, 명성에 눈이 멀어, 간첩 활동, 심리적 고문, 의료 과실, 증거 조작

등의 소제목만 봐도 무척 흥미롭지요??

끝까지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앞서 소개한 아인슈타인의 말 '훌륭한 과학자를 만드는 것은 인성'이다라는 말을

읽는 내내 공감했어요.

전설에 따르면 역사상 최초의 비윤리적 과학 실험을 설계한 사람은...

바로 클레오파트라였다고 해요.

아름다움의 대명사였던 클레오파트라가 비윤리적 과학 실험을??

고대의 자료에 따르면 클레오파트라는 죄수들에게 독을 시험했다고 해요.

처음에는 식물에서 추출한 독으로 시작했다가 동물 독까지 사용했는데

이 지식으로 훗날 자신이 자살할 때 고통이 덜한 죽음을 선택했다고 하네요.

죄수들에게 독을 투여하는 것도 잔인하지만 태아를 대상으로 한 실험은

잔인성 면에서 그것을 훨씬 넘었다고 해요.

클레오파트라는 여종들 중에서 사형 선고를 받는 자가 나올 때마다 자궁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파괴적 액체'를 사용하였고, 이후 여종들을 강제로 임신시켜 태아를 끄집어내는 실험을 했대요.

이 끔찍한 실험에 관한 역사적 기록은 오직 탈무드에서만 있어 사실로 받아들이기는 힘들지만

이런 기록들에 의하면 클레오파트라는 '미치광이 과학자'라 할 수 있으며

도가 지나쳐 자신의 인간성을 도외시했다고 생각됩니다.




표본 수집일까? 식민지 약탈일까?

17세기와 18세기에 유럽의 선구적 과학자들이 대서양 노예 무역에 의존해 먼 장소에서

관련 자료와 표본을 수집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어쩌면 그때 과학이 발전할 수 있었던 건

어떤 사람들의 많은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지 않나 생각해 보게 합니다.

사진 속 인물은 해적 생물학자 윌리엄 댐피어에요.

악당이자 말썽꾸러기였지만 찰스 다윈에게 큰 영향을 미친 생물학자이지요.

댐피어는 정부로부터 암묵적 승인을 얻은 사략선의 해적이 아닌

부커니어, 즉 단순한 범죄자인 해적이었답니다.

하지만 이 댐피어는 지적 탐구심이 대단했고, 이로 인해 후대의 많은 과학자들에게

영향을 끼쳤답니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실린 인용문 중 약 1000개는 댐피어가 남긴 글에서 유래했으며

banana, posse, smuggler, tortilla, avocado, chopsticks을 포함해

그가 도입한 여어 단어도 수십 개가 된다고 해요.

댐피어는 자연을 순수하게 관찰하고 기술한 연구자로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어요.

마구마구 훔치는 약탈자 해적이었음에도 그의 저서 <새로운 세계 일주 항해>는

새로운 장르로 인정받으며 영국의 왕립학회로부터 강연 초대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댐피어와 같은 시대에 살았던 아이작 뉴턴, 에드먼드 핼리는 조수와 폭풍우의 기원에

관한 논문을 각각 따로 발표했고, 이후 댐피어의 <바람에 관한 담론>이라는 유명한 소론은 바람과 해류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확실하게 밝혔다고 해요.

이 세 과학자는 전 세계의 바다와 물의 순환 운동에 관한 오래된 여러 수수께끼를

단번에 해결했어요.

정상적으로 사람들은 해적을 핼리나 뉴턴과 같은 반열에 올리지 않지만

댐피어는 어느 모로 보나 이 분야에서만큼은 그들과 동급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댐피어는 해적이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요.

댐피어가 함장이었을 때 부함장이었던 조지 피셔와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댐피어는 피셔를 지팡이로 때리고 피투성이가 되도록 계속 두들겨 팼다고 해요.

그를 족쇄에 채워 2주일 감금했는데 피셔는 자신의 오물 속에서 2주를 지내야 했답니다.

훗날 피셔는 영국의 당국자들에게 해적 과학자인 댐피어를 고발했고

댐피어를 파멸시킬 생각만 했다고 해요.

해적일까? 과학자일까?

읽는 내내 댐피어의 업적에 연시 놀랐어요. 훗날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은 댐피어를 존경했으며

댐피어의 박물학에 관한 기록들은 <종의 기원>에 사용될 개념들이 되었다고 합니다.

댐피어가 항해 도중 어느 섬에 도착했는데 두발로 걸어 다니는 털북숭이 짐승을 보고 놀란 일이 있었어요.

알렉산더 셀커크라는 선원이었는데 조난을 당해 그곳에 고립된 채 살아가고 있었답니다.

4년 4개월 4일 동안 샐커크는 그 섬에서 근근이 삶을 이어왔는데 댐피어는 그를 구조해 영국으로

돌아갔어요.

무언가 떠오르는 게 없나요?

대니얼 디포는 이 댐피어가 구조해온 사람을 보고 영감을 얻어 <로빈슨 크루소>를 썼다고 합니다.

우와~

댐피어의 생애에서 영감을 얻은 사람은 디포뿐만 아니었어요.

조너선 스위프트는 <걸리버 여행기>를 그의 이야기를 통해 영감을 얻었고,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가 쓴 <늙은 선원의 노래> 역시 그의 이야기를 통해 영감을 얻은 거라 합니다.

댐피어의 팬 중에서 후세에 가장 큰 영향력을 떨친 사람은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

찰스 다윈이에요.

찰스 다윈은 비글호 항해에 나설 때 댐피어의 책들을 사서 가지고 갔으며

댐피어가 기술한 종과 아종을 자세히 연구했고, 갈라파고스 제도 같은 장소들에 대한 기록을 자세히 살피면서 안내서로 효과적으로 활용했다고 해요.

해적 선배가 없었더라면 다윈은 오늘 날 우리가 알고 있는 다윈이 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네요.


 



댐피어의 과학이 아무리 획기적인 것이었더라도 식민주의의 길을 여는 데 일조했고

따라서 반인류 범죄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꽤 있어요.

댐피어의 연구는 항해학, 동물학, 식물학, 기상학을 포함해 그 당시의 거의 모든 과학 분야에 진전을

가져왔지만 경멸 받아 마땅한 짓들을 저지른 것도 사실이에요.

아인슈타인의 말 '훌륭한 과학자를 만드는 것은 인성'이다라는 말을

읽는 내내 공감한 이유를 이해하시나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약탈, 살인, 고문으로 얼룩진 과학과 의학의 역사가 궁금하시다면

<과학 잔혹사>를 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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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어보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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