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싱 스페이스 바닐라
이산화 지음 / 고블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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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미싱 스페이스 바닐라_이산화_들녘


SF 소설은 개인적으로 쓰기 참 까다로운 장르라고 생각한다. 자칫 잘못하면 개연성에 어긋나기도 하거나 재미만 추구하다간 깊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렇다고 너무 하드한, 전문적인 용어가 많이 들어간 내용이라면 읽다가 그만두는 경우도 있었다.

흥미로운 소설이다. 이건 한국 SF 장르의 미래를 이끌어 갈 작가님들의 작품집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좀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서 블록버스터급 할리우드 SF의 아성을 무너뜨릴 작품이 한국에서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더더군다나 넷플릭스나 웨이브 같은 OTT가 주목받는 시대에 드디어 장르 문학 작가님들에게도 더 다양한 도전을 하며 좋은 대우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그동안 한정적인 소재를 벗어나 자유롭게 쓰고 싶은 대로 쓰는 작가님들이 부쩍 늘어난 추세인 듯 보인다. 정말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 같다.

그런 현상들이 누구에겐 반갑기도 하고 아무개에겐 걱정하게 하지만 좀 더 진보적인 성향이 지금 시대에는 맞는다고 본다.

문장의 느낌이나 구성 또한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잘 쓰인 이 소설집은 밥상 위에 잘 차려진 오색빛깔 반찬처럼 맛있게 읽혔다. 요즘 소설은 이래야 잘 팔리고 인기를 얻는 듯 보인다. 물론 순문학의 전통성과 순수성을 지켜나가려는 시도들도 있지만 대중을 생각해서 작가님들도 진지하게 고민하며 쓰실 것 같다.

이 소설집은 정말 보석 그 자체였다. 고전적인 촉감의 표지 재질과 함께 녹색 배경과 빨간색 띠지 와의 조화는 수박 한 조각처럼 보인다. 디자인은 무난했다.

'미싱 스페이스 바닐라'

-내가 바라왔던 세계가, 바로 내 앞에서 문을 활짝 열어 젖힌 채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큰 기대를 하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개연성을 크게 따지는 한국 독자에게 SF는 정말 쉽지 않은 장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를 생각한다면 이런 도전이 결코 무모하다곤 보지 않는다. 국내는 그렇다 쳐도 해외는 또 이런 걸 선호하는 독자층이 꽤나 많다. 이를테면 어벤저스처럼.

이 소설의 대표 작품인 '미싱 스페이스 바닐라'를 읽으며 참신한 발상과 SF 적 불편함을 동시에 느꼈다. 작가님만의 노련함이 느껴졌으며 마치 일반 소설같이 보이면서도 SF의 방대함을 교묘하게 비껴갔다. 역시 감동을 전해주는 소설이다.

이 소설이 드라마화된다고 하는데 영상에선 어떻게 보일지 기대를 해본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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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메탈을 듣는 방법
김혜정 지음 / 델피노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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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헤비메탈을 듣는 방법_김혜정_델피노

제목은 아주 과격한데 정작 소설을 읽은 왜 이렇게 곱고 고운 청색 고무신을 바라보는 기분일까? 문장 하나도 정성 들여 쓴 느낌이 든다. 역시 필력이 보통이 아니다. 그렇다고 작위적이거나 자극적인 것도 없었고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헤비메탈을 듣는 방법’

-넌 이미 하늘을 나는 방법을 알고 있어

-지금 당신의 인생에는 어떤 음악이 흐르고 있나요?

-어둠 속에서 빛나는 건 우리의 꿈이라고

음악 이야기여서 너무 반가웠다. 필자도 음악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더 분석적인 마음으로 읽으려고 노력했지만 그런 거 다 필요 없었다. 그냥 재미있었다. 음악 소설이라고 해서 이론까지 나오며 전공자나 현역 뮤지션만이 알 수 있는 그런 건 거의 없었다. 물론 헤비메탈에 대해 좀 알면 이해가 좀 더 될 것 같다. 내용 중에 어떤 그룹은 왠지 작가님의 창조한 밴드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괜스레 억울한 마음도 들었지만 그러니까 소설이고 그래야 더 흥미로울 것이라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졌다. 한 가지 중요한 건 있다. 단순히 음악 소설이 아니라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감정을 느껴볼 수 있다. 뭐랄까. 음악이란 터울 안에 신체적 정신적 결함은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되고 싶은 꿈이 있고 그 꿈을 막는 건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는 것. 그 꿈을 완전하게 이루도록 완벽하게 도와주는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응원해 주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봤다.

김혜정 작가의 손끝에서 태어난 이 소설은 자극적인 스릴러나 너무나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과학 소설에서 벗어나 보다 인간적이면서도 예술적인 가치를 느끼며 철학적으로도 사유할 수 있는 좋은 소설이었다. 작가의 행보를 여전히 응원한다. 앞으로도 또 어떤 놀라운, 보석 같은 작품이 나올지 기대가 된다. 기왕이면 사회에서도 인정받아서 수상도 하고 영상화되어서 독자 앞에 선보인다면 또 다른 감동을 줄 매력적인 소설이다. 역시 음악은 알게 모르게 교감할 수 있는 청각적 수단 같다. 앞으로도 이 소설이 더 다양한 분들에게 읽히며 사랑받았으면 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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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가족의 정서가 행복과 불행의 터전이었다 - 오늘날 가족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강인경 지음, 윤정 감수 / 북보자기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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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어릴 적 가정의 정서가 행복과 불행의 터전이었다_강인경_북보자기

세상에 태어나서 왜 행복이란 걸 잘 모를 때가 많을까? 정말 사는 건 무엇일까? 제대로 살아가는 게 맞는 걸까? 도대체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가? 늘 무의식적으로 그런 고민을 하며 산다.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지 않겠지만 결국은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다.

그러면 가족은 무엇일까? 엄마의 몸에서 태어난 아기에서 어린이가 되고 다음 청소년에서 청년을 지나 중년에 접어든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어느새 노인이 되는 게 세상의 이치인데.

그러고 보면 인생이란 건 길다가도 짧아서 특이하다. 결국은 가치 있는 인생을 살고자 하는 게 인간의 목표가 아닐까? 이렇게 심오한 얘기로 시작했지만 가족은 정말 필연적이며 운명이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친척이나 혹은 친구와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지만 정서적으로 온전치 못한 성격을 느낄 때가 있다. 어렸을 땐 그런 걸 전혀 의식하지 않고 싸우거나 말로 화해하기도 하지만 그 이유를 찾지 않았다. 당시의 감정적인 면만 바라봤다. 하지만 나이를 조금 먹은 지금은 달리 생각하게 된다. 뭐랄까. 그 사람이 살아왔던 과거가 어땠는지 궁금해한다. 아마도 좋지 못한 가정 환경에서 살았을 것 같다는 짐작을 한다. 보통 부모가 없거나 학대를 받았다거나 제대로 키워지지 않고 타인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자랐다거나 등의 것들이 말이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과연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그런 성격을 가지고 태어나는 건지 아니면 가정 환경을 통해 인격 형성이 되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후자의 경우를 무시할 순 없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였던 사이코패스 관련 사건이나 가스라이팅, 나르시시스트, 소시오패스 등 다양하게 불리는 것들이 있었다.

‘어릴 적 가족의 정서가 행복과 불행의 터전이었다.’

-오늘날 가족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가정은 여성의 가면을 벗은 생명의 정원이다

처음엔 이 책이 전문적인 학술 서적일 것 같아서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구성이 독특했다. 일반적인 나열식이 아닌 독특한 제목으로 글의 성격을 정해 놓고 다양한 사례자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사실 모든 걸 이해하긴 어려웠지만 적어도 사례자의 감정을 알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으며 이를 통해 주위 사람이 어떤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좋지 않은 성격을 가지게 된 건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가족에 대해 그리고 자라온 환경을 통해 가진 성격에 대해 궁금한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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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단편선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김이랑 옮김 / 시간과공간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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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톨스토이 단편선_레프 톨스토이_시간과 공간사

 '정말 사람은 무엇으로 살까?' 사실 하느님의 이야기가 있어서 종교인을 위한 소설은 아닌지 의심하게 되었다. 하지만 착각이었고 비종교인이라고 하더라도 상관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훌륭한 소설이었다. 
 소설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소가 분명하면서도 작가 특유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명작 소설이다.
 장편이 아닌 단편이라는 짧은 분량임에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아주 강력한 악당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애틋한 현대 로맨스가 가미되지 않았지만 역시 고전 소설 특유의 매력이 충분했다. 지금까지도 관심과 사랑을 받는 그의 소설은 어느 것 하나 소홀할 건 없이 훌륭하기에 차차 읽을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톨스토이의 소설이 좋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 나를 되돌아보게 되고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 깨달음을 주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소설은 이런 요소가 있어야 한자고 생각한다.
일단 문장이 깔끔하며 군더더기가 없다. 다시 말하자면 사건이 분명하고 내용을 이해시키기 위한 주저함이 없다는 것이다. 명확한 주제를 통해 드러나는 인생의 참된 의미가 정교하게 구성되어 깊은 감동을 준다. 마치 동화 같아서 초등학생이 읽어도 이해가 충분할 정도로 쉽게 쓰였다. 거기에 삶과 존재의 이유를 찾는 건 톨스토이가 얼마나 위대한 작가이자 사상가인지 알게 했다.
 특히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이런 진지한 주제를 유머스러우면서도 물 흐르 듯 썼다. 주제의 대단원을 장대하게 끝낸 점은 마치 교향곡의 절정 부분처럼 장대하고도 신성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를 흉내 내어 소설을 쓸 수 있으나 세월을 아우르며 모든 세대에게 공감을 주는 건 정말 쓰기 어려울 것 같다.
역시 톨스토이는 톨스토이였다.  휴머니즘과 판타지를 넘나들며 적절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아마도 이런 이야기는 작가의 경험과 깨달음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웹 소설을 많이 읽는 시대에서 톨스토이의 소설은 여전히 보석처럼 빛나는 문학 작품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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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저 멀리 우리가 있는 것처럼
정훈교 지음 / 시인보호구역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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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이제 저 멀리 우리가 있는 것처럼_정훈교_시인보호구역

 조용히 빠져드는 시의 바다. 그 어딘가에 나를 담그면 묘한 그림이 그려집니다. 마치 무의식의 세계에 내가 있는 것 같은. 그 안엔 계절이 있네요. 봄도 있고 가을도 있고. 꽃이 있습니다. 섬도 있고요. 사랑의 감정과 이별, 상실, 아픔, 기쁨 그 모든 것들이 짧은 구절 속에 담겨있네요. 그렇지만 깊고 넓습니다. 높고 아름답네요. 그 다양성을 느끼며 바람도 느껴보고 섬 안에서 그리운 추억도 그려봅니다. 특히 사랑이 좋았어요.

 '내가 너' 이쪽이 있으면, 저쪽이 있고 그곳에서 입술에 붉은 꽃을 피우면 내 쪽에서 또 피우고. 사랑은 그렇게 왔다 갔다, 하며 저울질 하 듯 오묘함을 만드네요. 오래된 그리움도 느껴지고요. 
 표지가 아름답습니다. 뭐랄까, 자면 미가 느껴져요. 낡았지만 그 때묻음 속에 피어나는 솔찬히 불어오는 색깔의 멋이 있습니다. 
 시집을 읽으며 마음이 꽉 들어찼습니다. 마음으로 울기도 하고 부끄럽게 겉으로도 슬픔이 뻗어 나오기도 했습니다. 나도 감정이 꼭 메마르지는 않은 듯 들어가는 나이와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눈에 눈물도 더 차있나 봅니다. 바보같이 울고 시원하게 씻어 보냈습니다. 시가 가지는 매력이 이런 데 있나 봅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 세계로 무작정 뛰어들었어요. 추억에는 순서가 꼭 있진 안더라고요. 바다를 머릿속에 그리는데 내가 바다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섬을 품고 사랑과 이별 그리고 그리움을 또 느껴봅니다. 다시 시에서 나온  일상으로 돌아오면 마음에 잔잔하게 불어오는 여운이 있습니다.
 나를 심어서 결국은 다시 나에게로 되돌아온 것 같습니다. 머나먼 세계에서 가까운 나를 만나면 결국 사랑일까, 싶네요. 
 아름다운 시적 감성에 빠져 다시 나왔습니다. 좋은 시는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힘이 있네요.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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