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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작가의 사유와 글쓰기
김보영 지음 / 디플롯 / 2025년 11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서평_ SF 작가의 사유와 글쓰기_김보영_디플롯
글쓰기에 관한 책이라서 그런지 술술 읽히는 편은 아니었다. 어쩌면 이것도 작가가 의도한 속도 조절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책의 내용에서도 이런 부분을 언급한다. 읽는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과학 전문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독자가 잘 읽다가 익숙하지 않은 과학 용어를 만나면 잠시 멈칫하게 되는 그 순간을 의미한다. 그래도 학술서나 논문이 아닌 수필이기 때문에 어려운 책은 아니었다. 책의 첫 부분에도 초보자를 위한 책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에는 작가만의 독보적인 내용도 있고, 창작론의 변주도 있다. 이를테면 소설을 쓸 때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극히 이성적인 관점에서 써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중 스토리’ 기법은 표면적·내면적 목표론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다른 점은 과학적 목표와 대중이 공감할 만한 감성적 목표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영화 <인터스텔라>의 예를 들며, 작가의 어머니가 그 영화를 재미있게 본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과학 영화로서의 작품성이 아닌 아버지가 딸을 찾는 이야기였다는 점이 감성적 목표다.
김보영 작가는 한국을 대표하는 SF 작가 중 한 사람이다. 2021년 전미도서상 후보에 올랐으며, 같은 해 발표한 단편 <고래 눈이 내리다>로 로제타상 후보에도 올랐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는 세계적 SF 거장의 작품을 출간해온 미국 하퍼콜린스에서 출간되었으며, 현재 할리우드에서 영화화가 추진 중이다. 한국 영화 <설국열차>의 시나리오 자문을 맡기도 했다. 게임 시나리오 작가 및 기획자로 활동하다가 2004년 <촉각의 경험>으로 제1회 과학기술창작문예 중편 부문에서 수상하며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7인의 집행관>으로 제1회 SF 어워드 장편 부문 대상을, <얼마나 닮았는가>로 제5회 SF 어워드 중단편 부문 대상을 받았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동안 내가 깨닫지 못했던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았다. ‘왜 내가 쓴 글은 잘 쓴 것 같을까’에서는 뇌과학적 이유를 들어 설명하는데, 매우 공감이 갔다. 지금까지는 몰랐지만 글을 쓰다 보면 자기 소설에 푹 빠져 객관적인 오류를 찾기 어려워진다. 자신이 보는 세계가 옳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틀렸더라도 맞다고 속단해 버린다. 그래서 작가가 제시한 방법 중 하나는 결론부터 소설을 거꾸로 살펴보는 것이다. 처음부터 읽는 것은 익숙하지만, 뒤에서부터 본다면 분명 다른 생각이 떠오른다.
나는 기본적으로 SF 소설을 쓰려면 과학자만큼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보영 작가는 달랐다. 어린이들이 보는 과학 책에서 시작해 차츰 성인이 보는 이론서로 올라가면 된다고 말한다. 어린이 책이야말로 가장 근원적이고 단순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놓은 책이라는 것이다.
또한 SF 소설을 읽을 때 주의해야 할 점도 알게 되었다. 앞으로는 과학적으로 잘못된 점이 있다면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논증이 가능할 때 비판을 해야겠다. 작가의 소설에 대해 어떤 독자가 강한 비판을 했던 사례가 나온다. 그에게 직접 메일까지 보냈던 작가는 대놓고 그러진 않았지만 이 책에서 논리적으로 잘못된 부분을 설명했다. 물론 대중의 평가가 어떤 식이든 모든 비평에 대해 민감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심한 건 틀렸다고 해줘야 한다.
나는 SF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물론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다. 당장 잘 쓰는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김보영 작가가 알려준 대로 차근차근 제대로 써보고자 한다. SF를 좋아하며 작가를 지망하는 분들에게 <SF 작가의 사유와 글쓰기>를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