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 짝꿍 최점순 좋은꿈어린이 11
류근원 지음, 이영아 그림 / 좋은꿈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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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짝꿍 최점순'

동화 속 귀여운 주인공 피노키오와

촌스런 이름의 최점순.

제목만 딱 보면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 듯한 동화입니다. ^^;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어떻게 어울리게 풀어놨을지,

제목부터 궁금함을 자아냅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 노기호.

기호의 별명이 피노키오인 이유는...

1. 엄마가 피노키오 태몽을 꾸고 기호를 낳았다.

2. 코가 피노키오처럼 크다.

3. 이름 앞에 '피'자만 붙이면 '피노기호'가 된다.ㅋㅋ

재미난 설정이지요? ^^


저희 아들은 책 초반에 펼쳐지는 엄마와 아들 간의 에피소드에서부터 홈빡 빠져버렸어요.

늘 자화자찬 하는 예쁜 엄마와 그런 엄마에게 사자 성어 배우느라 고생하는 4학년 아들.

엄마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는 경국지색, 섬섬옥수, 미인박명이라나요? ㅋㅋ

제가 저희 아들 책 읽어주면서,

"어머~, 우리 집이랑 똑같네!!" 했지요.ㅋㅋ

그랬더니, 아들의 반격,

자화자찬, 과대망상, 금시초문이라네요. ㅎㅎ

요 반격은 책 속 주인공이자 이쁜 엄마의 아들인 기호가 한 말 고대로 따라한 거랍니다.

엄마랑 아들이 아웅다웅하는 장면이 현실적이고 재밌더라고요. 


첫 챕터에서부터 딱 우리집 얘기 같은 매력에 푸욱 빠졌는지,

한 챕터만 읽어주고 그만두려고 했는데,

아들 녀석이 계속 읽어달라고 해서 책 중반까지 한참이나 더 읽어줬답니다.

4학년이나 된 다 큰 아들 녀석이지만,

아직도 엄마가 읽어주는 책을 너무나 좋아하는 어리광쟁이입니다.

(부끄부끄~) ㅠ.ㅠ;


두 모자는 백화점 가는 길에 새점 치는 할아버지를 보게 되는데요.

재미삼아 천 원 내고 본 점에서

주인공 기호가 '근래미녀'라는 점괘를 얻게 됩니다.

즉, 가까운 미래에 예쁜 여자를 만나게 된다는 거죠.

예쁜 짝궁이 생기려나 갸우뚱 하며

백화점 코너로 신나게 뛰어가다가 부딪친 어느 할머니.




기호는 단지 실수로 꽝 부딪쳤을 뿐인데, 

할머니는 기호가 똥침을 놨다고 화를 내시죠.

실은 기호의 커다란 코가 할머니의 엉덩이에 부딪쳤을 뿐인데 할머니가 오해하셨네요...ㅎㅎ

 엄마가 급하게 사과하며  기호를 혼내는 걸로 마무리하지만,

인연의 끈은 길게 이어지지요~~

 

근래미녀라고 했던대로...???

학교에서 기호는 새로온 여자 전학생 짝꿍을 맞이하게 되는데요.

그게 나이가 칠십이 넘는 할머니 짝꿍이지 뭡니까!! ^^

처음에는 서로를 못알아 봤지만,

나중엔 알게 된답니다.

코로 똥침했던 소년과 할머니,

그게 바로 기호와 최점순 할머니였지요.

처음에는 할머니 짝꿍인 게 싫기도 하고,

할머니를 신기해하는 아이들의 관심도 부담스럽고,

이래 저래 싫다던 기호지만,

 

점차, 일흔이 넘는 나이에도 한글을 배우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할머니를 보며

할머니께 도움이 되어 드리고 싶은 맘이 생기게 됩니다.

할머니는 누구에게 그리 많은 편지를 쓰시는지,

매일 자신이 쓴 편지를 기호에게 가져와 맞춤법 좀 봐달라 하십니다.


이 대목을 보면서 저는 최근에 나온 'I Can Speak'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직접 영화를 본 건 아니지만, 영화 예고편을 보니,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가 동사무소 직원에게 영어 좀 가르쳐 달라고 따라다니며 배우는 내용이 있더군요.

그 연세에 죽어라고 영어를 배우시려는 이유는 바로

영어로 중요한 할 말이 있기 때문이라고...

과거 위안부였던 할머니가 용기를 내어 영어로 뭔가를 말씀하시고 싶으셨던 거였지요.


이 책의 최점순 할머니도 그 영화 속 할머니처럼

한글로 간절하게 무언가 표현하고 싶으신가 봐요.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편지를 쓰시는 걸 보면요...


사실 알고보면 할머니도 아픔이 있으신 분이랍니다.

결혼한 지 일주일도 안 되었을 때,

육이오 전쟁이 터져서 남편이 학도병으로 자원해 가셨고,

그 이후 남편의 생사도 모른 채 지내다가,

어느 날 바닷가에서 병에 담긴 편지를 누군가 발견했는데,

그 편지에서 할머니를 그리워했던 남편의 사연을 알게 되었던 거지요.

그리고 할머니는 바로 남편에게 줄 편지를 쓰기 위해 한글을 배웠던 거고요.


현실 속의 할머니는 사실 욕쟁이 할머니네 설렁탕집을 운영하시는 분이었고,

그래서 학교를 매일 열심히 다니지는 못하시지만,

수정이가 편찮으신 할아버지와 힘들게 살고 있는 걸 아시고는

이따금씩 설렁탕을 몰래 가져다주곤 했었지요.


이런 사연이 있는 할머니와

편찮으신 수정이 할아버지...

이 둘의 연결고리가 과연 있기나 할런가 싶었는데...

똑똑한 기호가 단서를 발견합니다.

두 분이 각자 가지고 계션던 사진!

그 사진 속 인물들이 서로 동일인물임을 알아챈 거지요.


 

한국전쟁으로 인해 헤어졌던 할머니와 할아버지,

할머니를 향한 그리움에 병에 넣은 편지를 띄웠던 할아버지지만,

생사를 알 수 없는 부인을 저버리고 새로운 가정을 꾸려 살았던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내내 죄책감을 느낍니다.

반면 할머니는 그 병 속의 편지에 답장을 보내기 위해

다시 학교에서 한글을 배울 만큼 그리움과 열정으로 똘똘 뭉쳐 살아오셨지요.

한 때는 서로 어긋나기도 했지만

거의 반세기가 흐른 지금에라도 서로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음에

슬며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6월 25일이 되면

참혹했던 전쟁을 기억하며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추모하는 행사가 종종 열리곤 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가 겪은 아픔이어서

어쩌면 제 자신도 한 다리 건너 겪은 이야기속 전쟁이었지만,

상상으로 혹은 부모님의 추억 속에서

희미하나마 그 당시를 떠올려 보려고 애썼던 기억이 납니다.

하물며, 지금 우리의 아이들에겐 아마 더 멀고 먼 나라 이야기겠지요?


그나마 이렇게 동화 한 편을 통해서라도

우리 민족의 아픔을 함께 공감해보면 어떨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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