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깔스럽게, 도시락부 살림 YA 시리즈
범유진 지음 / 살림Friends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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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몇 십 년 전만 해도 모든 학생들의 필수품이었지만,

지금은 편의점에서나 볼 수 있는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멀게 느껴지는 단어입니다.

혹은 즐거운 소풍날 유일하게 도시락을 싸가니,

나름 친근한 이미지라고 봐도 될까요?


어쨌거나, 도시락도 흔치 않은 요즘 세상에

학교에서 (급식이 아닌) 도시락을 나눠먹는 동아리라니,

설정부터가 약간 호기심이 생기긴 합니다.




 


여섯 명의 고등학생들이 각자 자기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데요.

제일 첫 장은 급식 지원에서 탈락한 윤모아의 도시락 이야기부터 시작됩니다.



폐지 주워 생활비를 근근이 마련하시는 할머니와, 백수 오빠,

알콜 중독으로 일찍 돌아가신 아빠, 윤모아가 6학년 때 집을 나가신 엄마...

윤모아는 유년기에 부모님으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감정적 빈곤과 더불어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큰 인물이지요.

그런 그녀가 도시락부에 합류하면서 조금씩 밝음을 찾아 갑니다.



같은 학교 1학년이면서 인기 아이돌 그룹 소속인 연예인 강보라.

그녀는 타고난 금수저 집안에 유명세를 타고 있는 연예인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무용보다 연예인 활동에만 더 집중하도록 강요하는 엄마 때문에

늘 힘들어하지요.

그녀 역시 정자에서 도시락을 먹는 시간이 유일한 휴식의 시간입니다.


강보라를 좋아하고 요리사가 되고 싶은 민태준.

친오빠의 죽음 이후 1년을 꿇은 최수빈.

수학 천재이자, 화이트 해커, 또한 최수빈의 남자친구인 이신기.


등장인물들은 모두 하나 같이 개성이 넘치고 주관이 뚜렷한 인물들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다들 마음의 상처를 하나씩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이기도 하지요.

그런 주인공들이 도시락부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서로 의지하기도 하고, 각자가 가진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 나가기도 합니다.



마지막 챕터에는 '그리고 또 한 명'이라는 제목으로

미지의(?) 한 인물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서술되기도 합니다.

요건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기도 했어요.


또한 학교 근처에 종종 나타나서 여학생들에게 스크래치를 남기는

이상한 변태 스크래치맨의 등장으로

소설은 스릴러물의 느낌이 물씬 나기도 합니다.


로맨스, 스릴러, 동성애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한 번에 담으면서도

사건을 서술하는 관점이 매번 바뀌기에

늘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듯한 재미가 있습니다.


또한 앞 편에서 궁금해했던 이야기가

서술자가 바뀌면서 궁금증이 풀리기도 하지요.


똑같은 사건, 다른 관점.

그러면서도 이 책은 다른 점이 있습니다.

단순히 한 사건에 머무르면서 관점만 달라지는 게 아니라,

사건이 다른 이의 관점에서도 계속 이어져서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가령 민태준이 강보라에게 고백해야지~ 라고 마음 먹으면서 자기 이야기를 끝맺고 나면,

다음 장에선 최수빈이 이미 사귀고 있는 민태준과 강보라 커플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가 더 속도감 있게 진행되기도 한답니다.

 


나름 인생의 상처를 입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이지만,

한편으론 분명한 꿈이 있고, 그걸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들.

그래서 더 안아주고 싶고, 응원하고 싶은 그들입니다.

지금의 어려움이 무엇이든간에,

각자가 처한 상황을 이겨내고 꿈을 향해 한 발 내어 딛기를...

중학생 딸아이에게도 그런 한 줌의 용기를 심어준 책이 되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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