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비, 의궤를 만들다 처음읽는 역사동화 9
세계로.황문숙 지음, 최현묵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맺음말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만약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타임머신이 있다면, 역사 수업은 정말 재미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아마 선생님은 교과서를 펴라는 말 대신, 이렇게 말씀하겠지요.

"이번 시간에는 타임머신을 타고

1795년 화성행궁 봉수당에서 열린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 현장으로 가 봅시다.

자, 모두 운동장에 모이세요."


문득 신기한 스쿨버스 여행과 프리즐 선생님이 생각나네요.

학교의 모든 수업이 이렇게 직접 체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면,

수업이 얼마나 흥미진진하고 신날까요?


안타깝게도 타임머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고...ㅎㅎ

그나마 이렇게 책을 통해 간접 체험이라도 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할 일인지요. ^^



제 나름 조선왕조실록(비록 만화책이지만)도 보고,

아이들 역사전집도 종종 같이 보았지만,

'의궤'라는 개념은 낯설더군요. ^^;


정답부터 말하자면, 행사를 뜻하는 의식과

규범과 법도를 뜻하는 궤범이라는 단어를 합한 것이 의궤라고 하네요.

즉, 조선왕실의 중요한 행사나 공사에 대한 내용을 그림과 기록으로 남긴 종합 보고서인 것이지요.


그러니까 의궤 작성과 관련한 이야기니까

궁중에서 그림 그리기를 담당하는 도화서 얘기가 주를 이룬답니다.

그래도 도화서는 조금 친숙하네요.

드라마에서 종종 들어봐서 그런가봐요.ㅎㅎ


주인공인 이세로(이선비)는

도화서의 책임자인 별제 고병규와 함께

대비마마의 회갑잔치 준비와 수원까지의 행차를 의궤로 남기는 임무를 맡게 되는데요.

(책에 직접 언급은 없었는데, 맺음말을 보니 이 행사가 혜경궁 홍씨의 회갑잔치였나 봐요. ^^)

문제는 당장 그림을 그려낼 화원들이 부족하다는 것.

그래서 시험을 통해 화원을 새로 선발하고...



또 전국에 숨어 있는 그림 인재를 수소문해서 찾아 냅니다.

그 와중에 알게 된 인물이 김주원인데요.

김주원은 민화와 생동감 있는 서민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인가 봐요. ^^



그림 보니 딱 '김홍도'구만....ㅎㅎ


법도 있는 양반 가문 출신의 고병규는

김주원 같은 자유로운 영혼의 서민 출신 화원이 내키지 않았지만,

서로의 생각과 화풍이 다를 뿐

그림에 탁월한 재주를 가진 것은 인정할 만하기에 결국 같이 의궤 작업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고병규와 김주원이 티격태격하긴 하지만,

행사 준비물까지 그림과 글로 남겨둔 (이를 견양도라 부른다네요)

조선시대의 기록정신도 엿볼 수 있고,


 



임금의 위엄을 중시하여 멀리 있든 가까이 있는

임금은 무조건 크게 그리던 당시의 화풍도 짐작해 볼 수 있었어요.


책에선 김주원이 이를 비판하며

원근법에 맞게 멀리 있는 임금님은 작게 그려야 한다고 주장해서

또 분란을 일으킵니다.


(정확히 말하면 임금님이 아닌 임금님의 의자만 그리는 거지요.

임금님은 단독 초상화 외에 행사 그림에는 그리지 않았다고 하네요.

얼마나 지엄하신 존재였는지 짐작이 되지요? ^^;)


결국 임금님의 허락을 얻어 원근법에 맞게 그리게 된 김주원!
그러나 자상하신 임금님!

임금님의 존엄함을 강조한 고병규의 편도 들어 주시면서

지는 쪽까지 배려를 잊지 않으시네요.


역시 책에 직접 언급은 없지만,

이 분이 바로 합리적인 임금님의 대명사 정조 대왕이 아니겠습니까?!! ㅎㅎ

의궤라는 다소 지루해 보이는 소재를 가지고도

김주원, 고병규라는 두 인물의 대립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도화서와 궁중화가인 화원들, 또 당시의 화풍과 그림에 대한 인식 모두 살펴볼 수 있으니,

저도 모르게 역사 공부에 푹 빠져 들게 되네요.



 


중간 중간에 어려운 용어와 상세한 설명을 곁들인 페이지도 꽤 나와서 이해를 돕습니다.

옛 궁중 문화와 용어는 어른이 보기에도 참 어려운 것이 많은데,

그래도 이렇게 동화를 통해 접하게 되면 훨씬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아요.

 


아들이 책 한 번 펼쳐서 한달음에 다 읽었으니,

재미있는 책으로 인정!!! ^^



다른 시리즈도 많이 나와 있군요.

기회가 되면 더 찾아 읽어봐야겠어요. ^^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