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독서 - 현재진행형, 엄마의 자리를 묻다
정아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를 낳아 키우는 엄마치고,

육아가 안힘들었던 사람 있을까?

처음 아이 낳아 키우면서,

아이란 모름지기 이렇게 키우는 거라고 자신감 넘치고 당당하게 자기만의 방법으로

잘 키웠다 말할 사람 있을까?

우리 엄마들도 엄마 경험이 처음이었기에,

실수 투성이였고,

주변의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고,

또 때로는 책에서 답을 구해 보기도 한다.


 

책이 항상 정답을 제시해 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때로는 가르침을, 때로는 위로를,

때로는 해결책이나 탈출구를 향한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발견할 수는 있었다.

그렇다고 딱히 육아가 쉬워지거나 발전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 책에서 답을 얻고자 했던 내 방식이,

책 많이 읽고 엄청 박식할 것 같은 소설가의 방식과 통한 것이 있었다니,

왠지 모르게 반가웠다.

책 꽤나 읽었을 것 같은 소설가는 어떤 육아서를 봤을까?

 

 

소설가 정아은,

그녀는 처녀적부터 타고난 페미니스트였던 것 같다.

최근 이슈가 된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인기에 박수를 보내고,

전여옥의 '간절히@두려움 없이'에서 여성들의 각성을 일깨우는 책에 열광했던 저자.

출산 휴가 후에는 아이가 눈에 밟혀 어찌 출근했냐는 직장 상사의 발언에 경악하고,

육아에 점점 지쳐가는 저자와는 반대로

5박 6일의 출장도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는 남편이라는 지위에 질투한다.


집안일은 '도와 주는' 것이 아닌, 당연히 자기 일을 '함께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나의 신혼 초기 모습이 떠올랐다. ㅎㅎ

결혼 후에도 육아와 집안일에서 자유로워 보이던 남편을 질투하며,

결혼하면 여자는 무조건 손해라고 주장했던 나의 어설픈 모습도 같이 겹쳐졌다.^^;


저자는 육아서를 읽으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서형숙의 '엄마 학교'도 읽고,

법륜스님의 '엄마 수업'도 읽지만,

스스로 전혀 좋은 엄마가 아니었음에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 한다.

'아빠의 이동'이라는 책을 통해서는 

여자 못지 않게 남자들에게도 아빠되기 혹은 육아가 쉽지 않은 과정임을 이해하며

질투만 하던 남편을 이해하게도 되는 변화의 과정을 겪는다.


'부모로 산다는 것'이라는 책을 통해서는 처음으로 아이 중심의 관점이 아닌,

부모 입장에서 느끼는 소외감, 심적 부담감을 스스로 정리하게 된다.

"그동안 훈계와 과장과 비현실적인 요구로 뒤범벅된 육아서들을 읽으며

마음에 가득 찼던 상처와 죄책감과 부담감이 깨끗하게 씻겨나가는 듯했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집어들었던 육아서들이 되레 내게 스트레스가 되었음을 그제야 알았다."(p.100)


이 부분에서,

고매한 육아서 저자들에게 백프로 공감 못했던 나의 사고들이 

나만 그런 게 아니어서 안도되었다. ^^;


저자의 사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으로는

 만들어진 모성을 해부하는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과

민주적인 엄마라는 신화를 다루는'아이들은 어떻게 권력을 잡았나';

모성애 넘치는 엄마를 연기하게 만드는 사회적 압박을 다루는 '엄마됨을 후회함',

이 세권을 꼽는 듯하다.

작가가 충격을 받았다고 표현하는 만큼, 그 구체적인 내용이 더 궁금해진다.


처녀적의 페미니즘에서부터 시작한 저자의 독서는

강요받은 모성애 자의식에 이르기까지 스펙터클한 과정을 거치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엄마는 자녀의 반짝이는 순간을 알아채고

그 행복감으로 의미를 찾는 한편,

엄마라는 굴레를 쓴 여성들이 더이상 힘들어하지 않기를 응원한다.

그러기 위해선 '좋은 엄마'가 되려는 마음을 내려 놓으라고 조언한다.

마치 '엄마'가 아닌 '나'를 찾으라고 말하는 것 같다.


우리 '엄마'들에게 주어졌던 기존의 부당한 모성애 굴레에 얽매이지 말고,

힘들면 힘들다 하고, 나만 '희생'하지 않기.


'엄마로 성장하느라 너무 애썼다고'

손등을 토닥여 주고 싶다는 조선미 교수의

책 표지 추천사가 무슨 말인지 너무 공감되었다.

토닥토닥~

작가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토닥여준다.

좋은 엄마 말고,

그냥 엄마면 된다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