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
김형민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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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보통 역사는 승자들의 기록 혹은 강한 자만이 살아남아 쓰여진 기록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이 책은 강한자의 위세와 승자의 기체가 역사를 움직이는 와중에도 굴하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다. 이 책에 담긴 이들은 강한 승자가 반드시 옳지는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자기 한 목숨을 내던지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강한 승자의 압도적인 힘에 굴복하지 않고자 전력적으로 그리고 지혜롭게 대처하였다. 혹은 일개 개인이 투철한 신념을 가지고 거대 조직, 국가, 시대의 불합리에 맞서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강자를 상대로 이기거나 성공할 가능성이 적은 '언더독'들의 처절하고도 놀라운 이야기는 눈길을 사로 잡을 수 밖에 없고 드라마틱하여 더욱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거인에 맞서 살아남으려는 생족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련에 맞선 핀란드, 미국에 맞선 베트남, 수나라에 맞선 고구려 등이 이에 속한다. 2장은 역사를 바꾼 용기 있는 자들의 이야기로 아우슈비츠로 자진 입소한 비톨트 필레츠기, 3만의 중공군을 상대한 600명의 영국 글로스터 대대, 똥물을 뒤집어 쓴 동일 방직 여성 노동자들을 촬영한 이기복 사진사 님이 이에 속한다. 3장은 한목숨 바쳐 강자에 맞선 약자가 주인공으로 은혜를 갚으려 몽골과의 전투를 불사한 시씨 가문 사람들, 생을 걸고 민중을 격동시킨 혁명가 등이다. 4장은 지혜롭게 대처한 경우의 이야기로 재능도 재능지만 사람에 대한 태도 역시 남다른 칭기시칸, 국방력을 강화하고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데티오피아의 메넬리크 2세 등이 이에 속한다. 5장은 신념을 지녀 밑어붙인 자들의 이야기다. 나치 고위 관계자들 앞에서 세러머니를 한 오스트리아의 유대인 축구 스타, 간토 대학살 당시 조선인을 지키는 데 앞장섰던 일본인 경찰서장 등이다. 작은 힘으로 세상을 뒤집은 승리의 순간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읽다보면 가슴이 나도 모르게 두근거리게 됨을 느끼게 된다.


스위스는 오늘날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 나라잊만 유럽에서는 수백년 동안 가난한 나라로 손꼽히는 나라였다. 알프스 산맥의 첩첩산중에 자리잡아 농사나 장사를 하기도 힘들었던 스위치에서 '용병'은 일종의 특산품이었다. 불가사의한 전투력으로 휘황차란한 기사들을 압도하는 스위스 농민병을 주변국들은 눈여겨 보고 군대로 끌어쓰었다. 1527년 최절정기에 이른 합스부르크 가문의 신성 로마 제국 황제 카를 5세는 자신의 비위를 거스른 교황 클레멘스 7세를 응징하고자 군대를 일으켜 로마로 진격한다. 이때 교황을 호위하던 이들은 스위스 근위대였다. 스위스 근위대는 로마 방위전에서 수백명을 잃고 189명이 겨우 살아남아 클레멘스 7세는 용병들에게 너희들은 할만큼 했고 이만큼 해 준 것만도 고맙다며 살길을 찾으라고 한다. 이에 스위스 용병대는 "우리는 교황 성하를 지켜 드리겠다고 계약했고, 그 계약은 아직 유효하며 그 신의를 저버릴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거절한다. 그리고 이 소수의 병사들은 구름처럼, 거인처럼 몰려드는 신성 로마 제국의 대군을 막어선다. 그 와중에 147명이 더 죽었지만 42명은 끝내 교황을 묘시고 탈출에 성공시킨다. 이렇게 신의를 지킨 스위스 용병대를 훗날 카를 5세는 보상금과 함께 로마 교황 근위대를 독일 용병으로 바꾸라고 강요하고 중간에 바뀌긴 했어도 로마 교황을 수호하는 이는 수백년간 스위스 용병이다. 이는 그 어떤 불리한 상황에서도 고용주를 배신하지 않고 신의를 끝까지 지켰기 때문이며 이러한 힘의 워천은 자존감이었다. 그 어떤 압제도 자신들을 굴복시킬 수 없으며, 돈을 받고 싸울지언정 한 치의 비겁이나 불신의 여지를 개입시키지 않겠다는 자존감 말이다.


아프리카의 에디오피아는 세계에서 손꼽히도록 기나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1896년 3월 1일 스스로를 골리앗 같은 거인이라 믿은 이탈리아 군은 다윗의 후예를 자처하는 에티오피아를 침격한다. 메델리크 2세의 에티오피아 군대는 서구 열강의 군대 만큼 근대적인 군대는 아니었지만 이탈리아의 군대를 맞서 싸우는데 이 때 메넬리크 2세는 자신의 무력 기반, 즉 향후 지방 세력을 위압하는 데 비장의 무기인 정예 근위대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져 이탈리아군을 물리쳐 낸다. 상호 수만 명의 병력을 동원한 회전에서 아프리카 흑인 군대가 서구 열강 군대를 격파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메넬리크 2세가 이탈리아를 격파한 시기에 조선의 왕 고종은 궁궐을 버리고 러시아 공사고나을 거처를 옮긴 아관파천이 일어났었다. 시인 랭보를 바보로 만들었듯 서구 열강 앞에서 교활하게 이익을 챙길 줄 알았던 메넬리크 2세와 무기상들에게 밥 먹듯 사기를 당하고 국익보다는 왕실과 척신들의 이익을 먼저 챙겼던 대한제국의 지배자들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르다. 자국의 이익과 국민들의 안위를 위해 교활할만큼 영리하고 지혜로와야 함을 이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이 책을 보면 강한 자들만이 남는 역사에서 약자, 언더독들이 자신만의 생존전략으로 용기를 내어 자신의 목숨을 걸고 교활할 정도로 지혜롭고 행동하여 강자를 물리쳤고, 그랬기에 그들의 이야기는 역사 속에 남게 되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어차피 안 될 일이라 칭했던 것들을 해내었기에 이들은 역사 속에 자신의 이름과 행적을 남겼고, 그랬기에 그들의 이야기는 오늘날을 사는우리에게까지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들의 처절한 이야기들을 기억하고 그 이야기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다면 더더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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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은 이사 중!
곽수진 지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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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부터 유령을 연상하게 만들며 표지 그림은 과연 무슨 내용을 담았을 지 궁금하게 만든다. 이 책은 함께 살 친구를 찾아 나선 겁쟁이 유령의 대모험을 담은 그림책이다. 완벽한 조건을 찾아 끝없이 이사를 반복하는 유령을 보며 우리는 가족과 집의 의미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의 이야기는 주인공인 겁쟁이 유령이 혼자 지내는 것은 너무 무서워서 함께 살 친구를 구해야 겠다고 말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함께 살 친구를 찾아 나선 겁쟁이 유령은 침대 밑에도 들어가보고 옷장에도 들어가보지만 유령을 자신을 싫어하는 듯한 아이들의 반응에 또 다른 곳을 향해 다시 떠나게 된다. 그리고 놀이공원의 유령의 집, 드라큘라의 성, 마녀의 집을 거쳐 해적선까지 곳곳을 누비지만 마음에 드는 집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함께 살 친구를 구하지 못한 유령은 눈물을 흘리고야 마는데.. 과연 이사를 거듭하며 함께 살 완벽한 친구를 구하고자 하는 유령은 자신에게 딱 맞는 친구를 찾았을까? 겁 많은 유령이 마침내 만나게 된 최고의 친구는 과연 누구일까? 친구를 찾아 끝없는 이사를 하고 있는 유령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자신에게 딱 맞는 친구를 찾기 위해 끝없는 이사를 반복하는 이 책 속 유령을 보다 보면 과연 집과 가족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집이란 위험을 피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한 보금자리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리고 집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며, 휴식을 취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집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유령은 역시 여러 곳을 이사하다가 함께 있을 때 가장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고양이들을 가족이라 느낀 것처럼 말이다. 내가 꿈꾸는 가족과 집도 밖에서 힘들고 지칠지라도 집에 오면, 가족과 함께라면 힘이 나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그런 곳이 진정한 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편안한 집에서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잠을 자고, 함께 생활하며 행복을 쌓아가는 사람들이야 말로 진정한 가족이 아닐까.


그리고 이 책은 제목과 표지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랑스러운 유령이 등장하는 그림책이다. 그렇기에 곧 다가올 할로윈 데이에 아이들과 함께 하면 더 좋을 듯 싶다. 비록 우리나라의 명절은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축제처럼 느껴지는 할로윈에 함께 나누며 할로윈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참 좋을 듯 싶다. 그리고 아이들과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을 가족이라고 생각하는지, 내가 살고 싶은 집은 어떠한 집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눈다면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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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아이
김성중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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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묘한 분위기의 표지 그림은 이 책의 내용을 무척이나 궁금하게 만든다. 이 책은 김성중 작가가 등단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장편 소설로 무려 삼백년 이후 미래의 화성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삼백년 준 지구에서 미래의 화성에 쏘아 보낸 실험체는 그곳에 먼저 도착해 있던 각양각색의 존재들과 마주하게 된다. 말이 무척이 많은 수다쟁이 유령 개, 마음을 가진 만능 화성 탐사로봇, 눈꺼풀 제거형을 받고서 지구를 탈출한 소녀, 아득한 시가관과 아흔아홉 우주를 가로 질러 화성으로 날아온 정체불명의 존재까지.. 너무나 다른 정체성을 가진 비인간적 존재들이 서로의 곁을 지키며 연결되는 이야기들은 매혹적이면서 왠지 뭉클하다. 


이 책은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루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루의 딸 마야, 유령 개 라이카, 화성 탐사로봇 데이모스, 그리고 키나와 남자, 알리체를 거쳐 콜린스의 이야기로 끝이 난다. 먼저 이야기는 화성에 도착한 루가 의식을 찾게 되면서 시작된다. 루는 영하 270도의 액화 헬륨으로 냉동된 채 미래의 화성으로 발사된 열두 마리의 실험 동물 중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루는 왠 개가 짖는 소리에 제대로 정신을 차리게 된다. 루를 향해 열심히 짖었던 개는 루보다 먼저 화성에 도착한 존재로 최초로 우주여행을 한 포유류이자 전 세계 수많은 나라에서 기념우표까지 만들어진 바로 그 라이키다. 지구를 벗어나는 순간 폭발로 목숨을 잃은 라이키는 그와 함께 죽은 네 마리의 유령 벼룩과 함께 우주를 떠돌다 이 곳 화성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삼백년이 지난 화성에 도착한 지 열흘이 지나고 나서야 루는 라이키를 안아볼 수 있게 되었고, 바로 그날 화성 탐사로봇인 데이모스를 처음 만난다. 그리고 루는 라이키를 통해 자신이 임신 상태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잊고 있던 기억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데이모스는 루의 피 한 방울로 루가 지금 임신 십이주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어느날 데이모스는 태아의 심장소리를 들려주었다. 그 날 이후 루, 라이키, 데이모스는 곧 태어날 아이를 맞이하기 위해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과연 루의 아이는 화성에서 무사히 잘 태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이어지는 마야의 이야기. 마야의 이야기는 루가 마야를 놓다가 죽고 난 뒤 루의 배에서 나오라는 라이키와 엄마 포궁에서 나가지 않겠다고 옥신각신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최초로 우주로 간 개의 유령을 화성에 살고 있는 존재로 설정한 것도 너무나 신박하다 싶었는데, 엄마 포궁에서 나가지 않겠다고 다소 건방진 말투를 구사하는 마야의 모습도 꽤 신선한 장면이며 인상 깊었다. 삼백 년 동안 엄마의 배 속에서 우주를 가로지르는 동안 언어와 지식을 횝득한 마야는 사막이 전부인 화성에서, 그것도 엄마도 없는 세상에서 태어나길 거부하며 라이키와 실랑이를 벌인다. 그러나 라이키와 데이모스의 노력으로 끝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는데 자신이 볼품없는 여느 신생아처럼 울면서 태어나고야 만다고 표현하는 장면에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정말 저자를 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꾼이라 칭하는지는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설정과 각각의 인물들이 끌고 가는 이야기 속의 섬세하고도 생생한 장면 묘사에 있다고 본다. 마야는 아이로서의 천진난만함과 여러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클론 답게 속이 깊으면서 놀라운 어휘력과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마야를 죽은 루를 대신하여 마이키와 데이모스는 정말로 열심히 정성을 극진한 보살핌을 다해 마야를 키워낸다. 바로 이 마야가 '화성의 아이'이며 이후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된다.


라이키가 배속의 마야에게 말한 것처럼 화성에는 물이 솟아나는 우물이 있었고 그것은 곧 우물로, 호수로 점차 크기가 커져간다. 그들은 루가 타고 온 우주선을 집으로 삼아 호숫가에서 삶을 이어나간다. 유령 개 라이키와 탐사로봇 데이모스의 정성 어린 보살핌으로 어느덧 마야는 십대 소녀로 자라게 된다. 더불어 마야가 어린 시절 발견한 미생물 표본을 바타응로 데이모스가 생명을 배양하여 호숫가에는 수풀이 우거지고 소금쟁이가 물 위를 걸으며 새들이 지저귀는 생태계가 만들어지게 된다. 그렇게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던 그들 앞에 어느 날 눈꺼풀이 없는 어린 소녀가 쓰러진 채로 발견된다. 과연 이 소녀의 정체는 무엇이며 이 소녀로 인해 화성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들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등장인물 중 나의 마음을 가장 움직였던 것은 바로 최초로 우주여행을 한 포유류, 라이키다. 라이키의 이야기를 시작함에 있어 '내 삶은 인간을 사랑하는 것과 사랑하지 않는 것 사이의 투쟁'이었다고 고백하는 것처럼 라이키는 한없이 다정한 캐릭터다. 그렇기에 루가 임신한 것을 알고 나선 누구보다 다정히 루를 보살폈고, 마야에게도 다정하기 짝이 없는 양육자의 역할을 충실히 한다. 그런 라이키의 또다른 매력은 바로 늘 냉소적인 농담을 전지며 틈만 나면 니체와 한나 아렌트의 말을 인용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라이키가 등장할 때면 나도 모르게 빙그레 웃게 된다.


이 책은 화성에서 태어난 아이 마야의 성장이야기라 할 수 있다. 우주 고아로 태어났지만 비인간적인 존재들의 다정한 보살핌과 그들과 함께 성장하며 삶과 사랑을 배워나가는 이야기들은 한없이 따뜻해서 참 좋다. 그리고 단지 한 사람으로 이야기를 서술하는 한 사람만의 서사만을 담은 게 아니라 여덟 개의 장으로 나눠 여덟 명의 등장인물들이 매번 다른 화자가 되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존재들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깨닫게 만든다. 심지어 유령 개에 붙어 사는 유령벼룩까지 말이다. 그렇기에 인간이 아니면 어떤가. 이 모든 존재들이 서로의 곁을 지키며 함께 한 발짝 나아가는 모습들은 한없이 따뜻하며 무척이나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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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하 달리기 클럽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임지형 지음, 이주미 그림 / 우리학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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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형 작가의 신간이라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남과 는 조금 다른 가정환경과 작은 키, 소심한 성격으로 자존감이 너무나 낮았던 열 한살의 재민이가 우연히 시작한 달리기로 인해 한 걸음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재민이는 할머니와 함께 할머니가 하시는 식당 안에서 산다. 이 책의 이야기는 밤 아홉시가 되고 식당일을 끝낸 할머니가 재민이에게 냉장고에서 막걸리 한 병을 꺼내오라고 시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재민이는 태어날때부터 지금까지 쭉 친할머니와 살고 있다. 그리고 유일한 엄마의 피붙이이자 재민의 유일한 외가 식구인 소연 이모와도 작년부터 함께 살고 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가족을 가진 재민이가 평소와는 달리 이모에게 용돈을 좀 주면 안되냐고 묻는다. 평소와 달리 재민이가 돈을 달라고 하니 이모는 이유를 묻고, 재민이는 탕후루가 먹고 싶어서 그렇다고 한다. 그러자 이모는 탕후루를 만들어 주겠다며 다시 아랫층 주방으로 내려간다.


재민이가 돈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어제 오후 학교 앞에 새로 생긴 탕후루 가게에서 탕후루를 넋을 놓고 구경하다 가게에서 나오던 한 아이, 하태우와 부딪혀 하태우가 손에 쥐고 있던 샤인머스캣 탕후루를 떨어뜨리게 하였기 때문이다.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 재민이에게 하태우는 오늘은 봐주겠지만 내일 탕후루 값 사천원을 들고 오라고 하고, 하여 재민이는 이모에게 용돈을 달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알 턱이 없는 이모는 냉동실에 있는 딸기로 재민이에게 딸기 탕후루를 만들어주고, 재민이는 이모가 만든 탕후루를 가지고 가면 되겠지하는 생각에 조금 안심하고 잠에 든다.


다음날 재민이는 이모가 만든 딸기 탕후루를 태우에게 전하고 재민이의 손에 있던 탕후루를 받아드는 태우를 보고 안심한다. 하지만 일 초도 지나않아 태우는 손에 있던 탕후루를 바닥에 패대기 쳐버렸다. 그리고 재민이를 '잼민이'이라고 칭하며 자신의 탕후루는 딸기 탕후루보다 비싼 샤인머스캣이었는데 이 따위 딸기 탕후루로 대신할 수 없다며 돈으로 갚던지 아니면 태우가 먹지도 않고 뜯어 놓기만 한 빵 몇 개를 내밀며 이걸 다 먹으면 용서해주겟다고 한다. 만약 빵 다섯 개를 다 먹지 않으면 탕후루 값을 두 배로 내야 한다는 태우의 말에 재민이는 꾸역꾸역 빵을 베어 먹는다.


재민이를 대하는 태우의 태도와 눈물을 글썽이며 태우가 던진 빵을 꾸역꾸역 먹는 재민이의 모습은 화를 나게 만드는 장면이다. 재민이가 힘들어 할 수록 태우는 기분이 좋아지는 듯했고 결국 재민이는 빵 하나는 제대로 먹지 못하고 쓰레기 통으로 가 입에 남은 빵을 토하고야 만다. 학교가 끝나고 평소보다 두 배는 늦게 집에 도착한 재민. 아침의 빵 사건 때문에 몸과 마음이 물 먹은 솜과 같다는 재민이의 말은 참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하지만 재민은 집에 와서도 자신의 일은 내색하지 않는다. 아무일 없다는 듯이 이발소에서 머리카락을 짜르고 머리를 자르는 값 대신 칼칼한 된장찌개가 먹고 싶다는는 이발소 할아버지의 말을 이모에게 전하고 애호박을 따기 위해 옥상으로 오른다. 그리고 옥상에서 옥탕방 형님을 마주하고 배가 고파보이는 옥탕방 형님을 위해 이모에게 애호박전이 먹고 싶다고 말한다. 재민이는 이렇듯 속이 아주 깊은 아이다. 누군가에에 무엇이 필요한 듯 보이면 다가가 손을 내미는 아이. 그리고 할머니와 이모의 쓸쓸한 마음을 헤아리는 아이. 그런 아이가 태우에게 괴롭힘을 당하니 더욱 안쓰럽고 이 아이가 어떻게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 지가 궁금해지면서 제발 이 아이에게도 좋은 일이 있길 응원하며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하지만 태우의 괴롭힘은 그쳐지지 않는다. 탕후루 사건에 학교에서 인기가 많은 아이인 은하수의 게임 모임에 끼게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재민은 괴롭힘을 당한다. 학교에 가는 것자체가 두려워진 재민이는 우연히 옥탑방 형님과 함께 달리기를 하게 된다.


옥탑방 형님의 달리기 예찬이 처음 달리기를 하는 재민이게는 사실 다가오진 않았다. 하지만 계속 달리기를 하다보니 괴롭힘에 맞서지 않고 도망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재민은 태우와 아이들의 괴롭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까? 재민이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의 주인공 재민이는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 다른 가족을 가졌다. 그리고 키와 덩치가 작고 내성적인 성격에 친구도 거의 없다. 하지만 재민이는 속이 깊고 다른 사람의 불편함이나 감정을 잘 읽어내는 섬세한 아이다. 우연히 시작한 달리기는 이런 재민이가 자신 앞의 고민이나 역경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하였고, 옥탑방 형님으로 인해 함께 읽게 된 책들은 재민이의 마음을 더욱 성장시키게 만들고 재민이에게 힘이 되어준다. 달리기를 통해 힘들어도 웃으면서 달리고 나면 덜 힘들어진다는 것을 깨달은 재민은 조금씩 성장하게 되고, 그런 재민의 성장은 더이상 친구들의 괴롭힘으로 힘들지 않아도 되게 한다. '푸하하 달리기 클럽'이라는 제목이 어찌보면 살짝 유치할 수도 있지만 달리기를 통해 진정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재민이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나도 한번 달려볼까라는 생각이하게 만든다. 아이들의 마음을 너무나 섬세하게 잘 담아내고 주인공 재민이 뿐만 아니라 읽는 이에게도 용기와 힘을 전하는 이 책, 완전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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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서클 1
매기 십스테드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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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띠지 속 이 책에 대한 찬사는 이 책을 읽기 전에 기대감을 더욱 부풀어 올려놓았다. 이 책은 세계일주 비행을 도전한 20세기 비행사와 그 역할을 하게 된 21세기 영화배우 두 여성의 삶의 궤적을 주축으로 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띠지 속 찬사 그대로 압도적 스케일에 읽는 재미를 더하면서 앞으로의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세밀한 장면 묘사는 마치 대작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그리고 제각기 다르지만 매력 넘치는 두 명의 주인공을 따라가면 읽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에 폭 빠지게 된다.


이 책의 이야기는 세계일주 비행에 도전한 비행사 메리언 그레이브스의 글로 시작된다. 책의 각주에서는 이 글이 <바다, 하늘, 그 사이의 새들: 메리언 그레이브스의 잃어버린 비행일지>에 실린 마지막 글 중 일부임을 밝히고 있다. 마치 소설 속 주인공인 메리언 그레이브스가 실존하는 인물처럼 여겨지도록 만드는 이 글과 각주를 통해 자연스레 메리언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책의 맨 처음에는 메리언의 비행 지도를 먼저 보여주고 난뒤 "나는 떠돌이가 될 운명을 타고 났다."라는 메리언의 고백과 메리언에게는 오직 비행기, 바람, 해안에 대한 생각 뿐임을 말하면서 그녀가 앞으로 지구를 큰 원을 그리며 지구 전체를 비행기로 한 바퀴를 돌았고, 그 원은 거의 완성되어 가고 있다는 말은 그녀의 지난 생에 대한 이야기를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 책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바로 또 한 명의 주인공, 해들리 백스터의 이야기다. 해들리는 메리언의 생을 토대로 한 영화에 출연하게 되며 마지막 장면을 찍기 바로 전의 순간에 대하여 말하며 이 책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해들러는 자신이 어릴 적 읽었던 책을 통해 알게 된 메리언을 오랫동안 동경하고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녀는 어릴 적 부모님을 경비행기 추락사고로 잃고 삼촌 손에서 자랐다. 이는 메리언과 해들리의 공통점이기도 한데 해들리는 어릴 적 책에서 메리언이 삼촌 손에서 자랐다는 이야기를 읽고서부터 메리언에 매료되었고 <바다, 하늘, 그 사이의 새들: 메리언의 잃어버린 비행일지>를 탐독하기도 했다. 그 기억 때문이었을까. 해들리는 <대천사>라는 로맨스 판타지 영화 시리즈에 캐스팅 되어 스타가 되지만 인기의 정점에 휩쓸린 스캔들로 인해 배우로서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었을 때, 이웃에 살던 배우 겸 영화제작자 휴고가 비행사 메리언 그레이브스의 생애를 토대로 한 영화에서 메리언 역할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해들리는 이 영화로 자신이 다시 재기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책의 이야기는 20세기에 세계일주에 도전하는 메리언과 21세기에 영화배우로 메리언을 연기하는 해들러의 이야기를 교차로 하며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두 주인공 사이에는 부모님이 아닌 삼촌 손에서 자랐다는 공통점 외에 어찌보면 절망과 한계로 가득찬 삶의 순간에도 자유를 열망한다는 또 다른 공통점을 가졌다. 그리고 해들러가 메리언의 삶을 연기하기 때문에 메리언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1권에는 더욱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메리언은 제이미와 쌍둥이로 태어났다. 하지만 어머니는 산후 우울증 때문에 메리언과 제이미를 유모에게 맡겨둔 채 제대로 돌보지 않았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아버지 로이드는 온 가족이 함께 로이드가 선장을 맡고 있는 조세피나이터나호에 오른다. 하지만 배가 불타고 침몰하게 되는 사고를 당하게 되는 이 사고로 인해 어머니는 실종되고 아버지는 선장으로 소임을 다하기 보다 쌍둥이 남매를 구하기 위해 구명보트에 오른 것으로 감옥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로 인해 메리언과 제이미는 화가인 삼촌 윌리스에게 맡겨져 자라게 된 것이다.

온화하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제이미와는 달리 메리언은 자유롭게 떠돌며 모험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였다. 메리언은 열 두살이 된 이후로 말을 타고 산을 오르내리곤 했는데 어느날 우연히 복엽기가 굉음을 내며 그녀가 손을 뻗으면 바퀴에 닿을 수 있을 만큼 아주 낮게 날아가는 것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비행기를 직접 타게 된 후 메리언은 꼭 비행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이후 메리언은 비행사가 되기 위한 교습비를 벌기 위해 배달 일을 하게 되고 그러다 밀주업자이자 대농장을 소유한 바클리와 마주하게 된다. 메리언도 바클리도 서로에게 한눈에 반하게 되는데 바클리는 메리언에게 비행 교습을 주선하면서 후원이라는 명목으로 그녀를 소유하려 한다. 그녀는 바클리의 제안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비행을 하고 싶은 열망에 바클리와 결혼을 하게 되는데 바클리의 구속과 속박은 갈수록 심해져 간다.


메리언에게 비행은 아주 운명과도 같은 것이며 처음 공중회전을 했을 때 메리언이 느낀 감정을 제이미에게 이야기한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비행은 메리언을 우주의 중심으로 만들어주는, 그야말로 존재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다. 하지만 바클리는 사랑이라는 명목 아래 메리언에 대한 집착과 구속을 더욱 심하게 옥죄려고만 한다. 과연 메리언은 비행사가 되고 싶은 꿈을 끝까지 지킬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책은 시대가 다른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며 이야기가 펼쳐지는 배경으로 전 세계를 잡다 보니 굉장히 스케일이 크다. 그리고 나오는 인물 역시 두 주인공 뿐만 아니라 부모에서 시작하다보니 인물 역시 무척이나 다양하며 그들이 가진 이야기도 풍성하다. 각각의 인물이 가진 서사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다양하면서도 탄탄한 이야기는 읽는 재미를 선사하며 두 주인공이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에서의 의미를 좀 더 심층적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그리고 시대적 상황상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가해지는 억압에, 그 시대에는 당연한 것일 수도 있는 아내 메리언을 소유하고자 하는 남편 바클리의 구속을 벗어나 과연 어떻게 메리언이 비행사로서 세계일주를 하게 될 지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2010년 할리우드라는 끊임없는 경쟁과 수많은 대중들의 시선으로 인해 자유를 구속되고 스캔들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진 해들리가 과연 메리언의 일생을 연기하며 또다시 재기에 성공하고 자신의 일생에서 자유를 찾을 수 있을지 역시 궁금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읽는 내내 두 주인공이 부디 온전한 자유를 찾고 꿈을 이룰 수 있길 응원하게 된다. 과연 2권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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