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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차일드 - 제1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사계절 아동문고 104
이재문 지음, 김지인 그림 / 사계절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과 표지 만으로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책이다. 게다가 "제1회 사계절 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라 하니 더더욱 기대가 되었다. 이 책은 차별과 편견의 벽을 뛰어넘기 위한 돌연변이 아이들의 힘찬 도약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가상의 질병인 '몬스터 차일드 증후군'을 소재로 한 흥미진진한 판타지 동화다. 몇 년 전 많은 인기를 끌었던 'X맨'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돌연변이를 소재로 하여, 이 책에서는 불시에 털복숭이로 변하는 아이들이 사회적 문제이자 위험으로 취급되는 사회에서 자기 정체를 숨기며 살아온 주인공 오하늬가 일곱번 째로 전학 간 학교에서 자신과 같은 돌연변이 연우를 만나 자유로운 삶을 꿈꾸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몇 달 전부터 마을에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과수원의 나무 하나가 뽑히고, 일년 동안 고생한 배추 농사가 다 망해 버리게 되지 않나, 읍내 마트의 창고가 처참히 부서지기도 했다. 다행히 아직까지 축사에는 피해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냥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하여 사람들은 축사에 CCTV와 경보장치를 설치한다. 그런데 마침 오늘 밤, 경보가 울린다.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집을 나서는 남자. 무슨 일이 있어도 소를 지키리라 마음 먹는 그 순간 검은 그림자가 휙하고 빠르게 축사 맞은편 헛간으로 들어간다. 검은 그림자를 드디어 보게 된 남자는 목표물에 마취총을 발사하지만 마취총은 바닥에 박히고야 만다. 작은 검은 그림자는 제 몸의 두 배가 되는 송아지를 둘러맨체 하늘로 날아올랐다. 남자는 놀라서 "괴, 괴물이다!"라고 소리치고서 정신을 잃는다.
몬스터 차일드의 프롤로그 부분이다. 이미 프롤로그에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괴물로 변한 아이가 마을에 많은 피해를 입히고 있음을 알려준다. 이는 이미 돌연변이 아이가 괴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이 책을 읽는 독자 역시 돌연변이 아이들이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며 가축들을 잡아 먹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끔 한다.
주인공 오하늬와 오산들이는 MCS 환자다. 뮤턴트 캔서로스 신드롬(Mutant Cancerous Syndrome). 우리말로 '돌연변이종양 증후군'. 하지만 사람들은 이 병을 다른 이름으로 바꾸어 부른다. 몬스터 차일드 신드롬(Monster Child Syndrome), '괴물 아이 증후군'이라고 말이다. 이 병은 다섯살과 일곱살 사이에 증상이 시작되는데, 한 가지 공통된 증상은 발작을 일으킨 뒤에 신체가 변이되는 것이다. 온몸에 털이 나고 몸집이 커지며 힘도 몇 배나 강해진다. 하늬 남매는 늘 억제제를 먹으며 발작을 억누르고, 발작을 일으켜 정체를 들키게 되면 전학과 이사를 반복했다. 그렇게 일곱번째 전학을 앞두고 긴장한 엄마의 모습으로 이 책의 본 내용이 시작된다.
하늬는 이태껏 억제제를 먹으며 발작을 억누르며 자신이 MCS 환자라는 것을 숨기고만 살아왔다. 하지만 연우는 학교에서 발작과 변이를 일으키고, 반 아이들이 따돌려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러한 연우의 모습이 하늬에게는 충격이며 혼란에 빠지게 한다. 이 책은 가상의 질병인 MCS에 대해 너무나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고 할까. 그런데 MCS에 대해 이야기하는 다른 아이들이나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 통제가 불가능하며, 변이한 상태에서는 사람을 공격하고, 짐승처럼 날고기를 먹고, 털끝만 닿아도 전염되는 감염병이라는 말 등등. 그 무성한 소문들은 하늬와 산들이, 연우와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데 말이다. 그리고 하늬와 산들이가 찾아가 'MCS 자립 훈련소'. 소장님은 MCS가 병이 아니라고 말한다.
과연 아이들은 자기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게 될까. 하늬도 이태껏 자신 안에 괴물이 있기에 그 괴물이 드러나지 않도록 꾹꾹 누르면서 살기만 했는데, 과연 스스로를 사랑하게 될까.
그러다 하교길에 하늬는 발작을 일으킨 연우를 도와주려 한다. 아이들은 변이한 연우에게 다가가면 위험하다고 했지만, 하늬는 연우가 자신을 공격하지 않을거라고 굳게 믿는다. 연우를 도와주려다 발작을 일으킨 하늬는 연우의 아지트에서 깨어나게 되는데.. 그것도 난생처음, 완전한 변이한 모습으로 말이다. 그토록 변이를 두려워하던 하늬에게 완전한 변이가 오히려 자유로움을 안겨주는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된다.
하늬는 변이한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보지 조차 못하는데, 연우는 하늬를 전과 다름 없는 눈으로 대한다. 그것은 하늬를 낫게 해주려고 애쓴 엄마도, 함께 비밀을 지켜온 동생 산들이도 해주지 않은 것이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이가 있다는 거 자체에 하늬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용기가 조금씩 생기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사건이 생기게 된다. 마을 농장이 괴물의 습격을 받게 된 것이다. 과연 누가 마을 농장을 습격한 것일까. 마을에 연우, 하늬, 산들 말고도 또 다른 괴물이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그 괴물의 정체는?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시길.. ^^
이태컷 자신을 부정하고만 살아온 하늬와 스스로를 미워할 수 없기에 타인과의 관계 맺기를 포기하고 혼자서만 살아온 연우. 이 책에서 두 아이는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각자 다른 선택을 하지만 어느 누가 옳고 그르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하늬와 연우가 서로의 친구가 되어 마음을 나누며 서로를 치유하고, 상처받은 다른 돌연변이 아이들도 감싸 안으면서 성장해가는 과정은 꽤 감동적이며 울컥하게 만든다. 차별과 편견에 맞서서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렇기에 더더욱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 책은 '아이들이 괴물 같아요'라는 문장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사회와 어른들은 감정을 표현하기 어렵거나 조절을 어려워하고, 서투르거나 어리다는 이유로 어린이를 함부로 평가가 하거나 통제하려 한다.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는 이러한 어린이가 처한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숨기지 않고 작품 내에 녹여냈다. 각자 저마다의 고유한 모습으로 변이하여 숲 속을 자유로이 뛰어다니며 노는 돌연변이 아이들의 모습은 세상 모든 어린이들이 자신의 개성과 모습으로 자유롭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그대로 담긴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일까. 작가의 말에 나도 모르게 뭉클하고야 말았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 지구를 지켜주는 슈퍼 히어로는 바로 어린이들이라는 걸, 어리석한 어른인 나는 다시금 되뇌여본다. 우리 곁에 있는 슈퍼 히어로들이 지금 보다 더 행복하길 바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