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 식료품점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미도서상 수상작가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작품이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화 하기로 했다고 해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아프리카계 흑인 아버지와 유대인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제임스 맥브라이드가 자신의 뿌리와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로, 실존하는 펜실베니아 포츠타운에 '치킨힐'이라는 가상의 마을을 배경으로 하여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1920년대와 1930년대 대공항 전후 포츠타운의 작은 마을 치킨힐의 흑인, 유대인 및 이민자들의 삶과 이야기는 그 당시의 미국의 모습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게 한다. 이주와 차별, 폭력과 충돌을 겪으면서 서로가 서로의 힘이 되어 연대함으로써 지킬 수 있었던 사랑과 공동체, 그리고 정의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 책의 이야기는 1972년 펜실베이니아 포츠타운에 자리한 치킨힐의 헤이즈 거리 근처의 오래된 우물 바닥에 묻힌 유골이 발견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유골 근처에 벨트 버클 하나와 펜던트, 빨간색 의상의 실뭉치와 함께 발견되었다고 하는 데 이 유골의 주인은 과연 누구일까? 하지만 여기서 하나 명심할 것은 이 책이 추리소설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소설의 이야기는 아주 포인트들이 서로 연결되어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져 있다는 점인데, 이 모든 것들은 이야기가 끝날 무렵에 완전히 합쳐져 장대한 서사에 적합한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리고 이야기는 47년 전, 1920년대와 1930년대 대공항 전후 포츠타운의 작은 마을인 치킨힐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츠타운의 유대인 극장 운영자인 모셰는 뜻하지 않게 자신이 기획한 콘서트와 공연들에 연이어 성공을 하게 되고 큰 돈을 벌게 된다. 그리고 모셰는 비록 다리를 절뚝거리긴 했지만 미인이자 치킨힐의 유일한 유대인 잡화점인 '하늘과 땅 식료품점'의 주인의 딸인 초나에게 빠져 결혼을 한다.


계속되는 성공에 모셰는 더 큰 돈을 벌게 되고 아내 초나에게 더이상 잡화점 업무에 매달려 있지 말고 시내의 더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자고 하지만 초나는 끄덕도 하지 않는다. 초나에게 '하늘과 땅 식료품점은 그녀의 신념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었고, 치킨힐의 유대인과 흑인, 이민자들의 사랑방과도 같은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의 이야기는 모셰의 극장에서 일하는 흑인 남성 네이트 팀블린이 초나와 모셰에게 12살에 고아가 된 청각 장애를 가진 흑인 아이 도도를 숨겨 달라고 부탁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주 당국은 도도의 지적 능력은 완전히 무시한 채 그를 특수학교로 보내기로 결정했는데, 치킨 힐의 주민들은 그 학교가 학교가 아니라 인권이 무시되고 감금과 학대가 자행되는 최악의 수감 시설인 펜허스트 주립 정신병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초나를 고등학교 때부터 짝사랑 했던 마을의 유일한 의사이자 포츠타운에서 '닥'으로 알려진 얼 로버츠가 초나의 하늘과 땅 식료품점을 찾아온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던 초나는 갑작스레 발작을 하며 쓰러지고 쓰러진 초나를 로버츠는 추행을 하고, 그것을 본 도도는 로버츠를 공격한다. 이를 계기로 초나는 완전히 정신을 잃고 로버츠에 대응하던 소년 도도는 결국 펜허스트로 끌려가고야 만다.


치킨힐의 주민들은 정부로부터 흑인 소년 도도를 구하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노력을 하는데, 아주 많은 사람들이 연결되고 연결되어 하나의 목표를 향하여 다같이 뜻을 모으고 행동하는 과정의 이야기는 읽는 이로 하여금 이야기 자체에 몰입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아주 작은 힘을 가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서로가 서로의 곁을 지킨 연대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지를 깨닫게 만든다.


이 책의 가장 큰 중심 인물은 바로 초나와 모셰, 그리고 도도이다. 특히 미스 초나는 치킨힐의 흑인 주민들과 우정을 나누며 우리 모두는 어떤 일이 있어도 함께 할 것이라는 연대와 모두가 같은 인류로 평등하다는 것을 몸소 실천한 인물로 치킨힐의 중심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흑인 소년 도도를 구하기 위해 치킨힐의 마을 주민 모두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초나에게 나온 관대함과 정의로움이라 할 수 있겠다. 유대인의 대의를 알리고자 지역 KKK단을 비난하며 마을의 백인 권력자들과 주기적으로 대치하던 초나. 초나는 도도를 지키는 것이 단순히 정의로움과 도덕성을 실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중심은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널리 퍼트린 인물이기도 하다. 과연 치킨힐의 주민들의 노력은 결국 성공하여 도도를 자유의 몸으로 만들었을까? 도도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에는 초나와 모셰, 도도 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인물들이 제각각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들은 아주 작은 포인트들이 연결되어 결국에는 장대한 서사를 이룰 뿐만 아니라 모두가 함께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들에 감동하게 만든다. 그리고 주요 인물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 모두에게 부여된 이야기와 사연들은 마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는 소중하고 존재로서의 의미가 있음을 보여주는 듯 하여 더 깊은 울림을 남기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개 원소로 읽는 결정적 세계사 - 세상 가장 작은 단위로 단숨에 읽는 6000년의 시간
쑨야페이 지음, 이신혜 옮김, 김봉중 감수 / 더퀘스트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에 끌려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여느 역사책과는 조금 다른 시선을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인류의 역사의 결정적인 변화를 맞이한 순간 중심이 된 금, 구리, 규소, 탄소, 타이타늄의 시선으로 세계사를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원소의 관점에서 역사적 순간과 사물을 새롭게 풀이하고 해석하고 있으며 역사과 과학 교양을 한번에 취할 수 있는 아주 독특하면서도 유용한 책이라 하겠다.

이 책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단위의 집합인 원소에 새겨진 인류 역사의 결정적인 24가지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 여기는 '원소'라는 단어가 주는 화학의 개념에 대한 딱딱하거나 어렵고 지루함은 이 책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한 편의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원소로 풀어낸 24가지 순간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원소를 어떻게 댜루느냐에 따라 인류의 역사의 흐름이 좌우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 중 가장 인상깊은 이야기는 바로 '규소'에 관한 이야기다. 규소에 관한 이야기는 중국의 인산 바위그림군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인류의 예술은 바위그림에서 출발했다는 말이 일리가 있을 만큼 전 세계 각지에 있는 수십만여 점이나 되는 바위그림이 존재하고 있다. 최초의 바위그림이 지금으로부터 4만여년 전인 석기시대에 시작했을 정도로 이 바위그림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데, 인류의 발길이 닿았던 곳이라면 어디에서라도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바위그림이 오랜 역사를 자랑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바위는 규소라는 원소와 밀접하기 때문이다. 규소는 지구 지각 내 원소 존재비가 27퍼센트에 달해 산소 다음으로 흔한 원소다. 규소와 산소의 총중량은 지각 전체의 4분의 3을 차지할 정도이며 생명체를 제외한 바위, 모래사장, 인공건축물, 도로 등 우리 눈이 닿는 육지 지표면의 모든 것은 전부 이산화규소의 파생품인 규산염으로 이루워져 있다.


인류가 도구를 사용하는 문명세계로 진입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규소의 특성 때문인 것이다. 규소로 이루어진 바위는 경도, 강도와 녹는점이 매우 높고 알칼리성 물에 닿지 않는 이상 침식되거나 녹지도 않는다. 이 덕분에 인류는 석기 시대를 거쳐 벽돌로 만리장성을 쌓기도 하고 천 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아름답고 견고한 자기를 남겼으며 생물학과 시계 산업에도 발전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규소와 산소라는 원소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구에 인류가 태어났기에 이 모든 것들이 가능했다는 것, 이 얼마나 흥미로운 사실인가.

그리고 또 하나 흥미로운 이야기는 바로 사카린의 발견으로 시작되는 단맛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다. 사실 단맛을 좋아하는 것은 인류의 본능이다. 자연계에도 단맛을 내는 먹거리는 많지만 과일과 극히 일부 채소로 제한되어 있다. 대체로 잘 익은 과일에 많이 들어 있는 당분은 활동에 꼭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하므로 오래전 음식을 충분하게 먹지 못하던 시절에 생명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인류의 조상을 비롯한 많은 영장류 동물의 유전자에는 단맛을 선호하는 인자가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식물이 광합성으로 합성한 포도당은 섬유소와 녹말로 변하는데 섬유소는 인간의 위에게 식품의 부피를 늘리는 물질에 불과하다. 그래서 인간은 부족한 에네지를 채우는 데 있어 녹말을 더 선호한다. 녹말은 물에 쉽게 풀리는 특성 때문에 섬유소처럼 물질의 뼈대를 담당할 수는 없지만 다른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동물과 달리 이동하며 먹이를 찾을 수 없는 식물은 스스로 에너지를 저장하여 보릿고개를 넘는데, 광합성 작용이 왕성하게 일어나는 시기에 식물이 미리 저장해 놓은 비상식량이 바로 녹말인 거시다. 하지만 이 비상식량을 인간이 다 먹어버린다면 식물의 개체수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약 1만 년 전에 원시 농경 문명이 형성될 때부터 인간은 녹말을 많이 함유한 쌀, 밀, 옥수수 등의 식물을 경작하여 인류 최초의 식량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낸 것이다. 하지만 인류는 과일이 주는 단맛에 헤어나지 못했는데, 이는 단맛을 느낄 때 즐거움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인간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열량을 충분히 얻게 된 후에도 단맛에 끌린 것을 보면 단맛을 좋아하는 것은 진화로 새겨진 본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렇게 본능적으로 단맛을 찾다 보니 싸면서 더욱 더 단 맛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사카린인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시작된 탄소 생명체 인간의 고탄소 생활사를 요약하면 재앙의 씨앗이라 하겠다. 1952년 12월 5일, 엄청난 규모의 검은 안개가 런던에 내려 앉았다. 나흘 동안 런던을 짓누른 안개는 거대한 몸집의 소마져도 쓰려뜨리는 독성 가스였다. 이 짙은 안개는 최소 6 천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한 달간 만 명에 가까운 사람이 호흡기 질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 검은 안개는 석탄을 태우면서 시작된 산업공해가 만든 탄소 안개, 스모그였다. 지구상의 각종 원소는 유한하며 공기의 용량도 유한한다. 그렇기에 인간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지구를 개발하고 인간 마음대로 폐기물을 공기 중에 배출해서는 안된다. 이제 우리 인간은 더이상은 지체할 수 없다. 모든 인간들이 노력하고 또 노력하여 저탄소 생활을 해야만 한다.

이 책에 담긴 원소로 풀어낸 24가지 이야기를 따라 읽다보면 화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하여 인간의 역사를 다시금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장에 담긴 원소의 노래로 표현된 주기율표에 대한 이야기는 주기율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악보를 완성하는 과정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어 더욱 흥미를 더하고 있있을 뿐만 아니라 주기율표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이 든다는 것에 관하여
베레나 카스트 지음, 김현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적에는 나이를 먹는 게 참 즐겁고 좋은 일이었다. 나이를 먹고 자랄수록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더 좋은 어른이 될 꺼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나이 먹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나이 먹는 것 = 늙음'이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나이를 먹는 게 늙는 것만 있을까. 조금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나이 먹는 것은 진짜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진짜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커지게 되면서 좀 더 현명하게 나이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하게 되었고, 그러한 생각들이 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이 책은 황혼에 점어든 심리학자가 전하는 현명하게 나이 드는 법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노화를 하나의 질병처럼 여기지만 이 책은 노화나 노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책의 서두에서부터 노화는 삶의 하나의 과정으로 여겨야 하며 노년기에도 놀라울 정도로 젊은 시절만큼 행복감을 느끼며 때로는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저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여러 연구를 통해 인간은 나이 들수록 행복감을 더 느낀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인생의 주기를 살펴보면 보통 20세에 행복감을 크게 느끼고, 그 이후부터 삶의 만족감이 꾸준히 감소하다가 45세 이후부터 만족감이 다시 증가하며, 인생 후반기에는 20세의 행복감만큼 커진다. 이 시기를 '제 3의 인생기'라고 하며 인생에서 정서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시기로 간주된다. 이를 저명한 노화 연구자이자 심리학자인 우르줄라 슈타우딩거는 이 노년의 행복감을 '행복의 역설'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이처럼 다양한 학자들이 노화 과정에서도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고, 조화와 풍요로움, 정서적 삶의 활력을 경험할 수 있으며 이것이 아무리 노화로 인해 여러가지 타격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고 해도 큰 행복감을 이어가게 한다니 놀랍다. 그러니 노화를 미화하지도 악미화하지도 않고 우리가 살면서 겪어야 할 과제와 같이 담담히 받아들이는 태도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 같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나이듦은 모든 나이를 전반으로 확대하여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책의 서문에 65세에서 85세 사이인 제3의 인생기에 속하는 사람에게 더욱 맞는 이야기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제3의 인생기에 접어든 사람들의 마음과 정서에 맞춰 '자신이 원하는 대로 나이 드는 방법'에 대하여 구체적이면서도 아주 세부적으로 잘 나열하고 있는데, 이는 비단 그 나이대에 속하지 않아도 삶의 태도로 아주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들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방법들을 하나씩 삶의 태도로 삼고 실천하는 것은 현명하게 나이를 들어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방법인 동시에 진짜 어른이 되는 지름길이 될 듯 하다.


그러한 방법들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날 그날 일어나는 일에 유연함과 열린 마음을 가져 보라'는 말이다. 매일 다른 일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미래를 통제하려는 마음을 버리고서 새로이 경험하는 결함이나 불편함에 대해 '흥미롭다'는 관점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노년기에 마주하게 되는 실수와 불안감, 그리고 두려움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할 듯 싶다.


그리고 이 뿐만 아니라 노화와 노년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는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감에 대하여 어떻게 대하여야 좋을지를 이 책은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두려움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방법, 수치심에 대한 두려움에 대처하는 방법과 사례를 아주 자세히 들어 설명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가지는 두려움과 불안감을 덜어준다. 그리고 인간에게 가장 큰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사랑하는 가족과 자신의 죽음과 관련하여 애도와 분리 과정을 통해 자아를 재정비하는 방법과 자신의 죽음에 다가서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이별하는 자세로 사는 삶에 대해 말하며 죽음도 삶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삶의 자세를 깨닫게 한다.


우리는 보통 나이 든다는 것은 서글프고 고독하며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되는 게 줄어드는 것일 뿐만 아니라 죽음을 향해 가까이 가는 것이라는 아주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은 서두에서부터 이미 '행복의 역설'을 이야기하며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행복할 수 있다고 우리를 일깨운다. 그리고 이어지는 현명하게 나이 드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함으로써 나이 드는 일이 누구에게나 있는 일이지만 그리 부정적인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만든다. 나이 드는 것 역시 삶의 한 과정일 뿐이며 그렇기에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들에 대해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노년기에는 물론 많은 것을 잃게 되지만 새로 얻는 것도 있으며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며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 역시 깨닫게 만든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더이상 나이 드는 것에 관하여 부정적인 생각을 고수하진 않을 듯 싶다.


내려 놓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삶의 질은 높아질 수 있다. 그리고 매일 평온하게 삶을 내려 놓는 연습을 하며 이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자유롭고 용기있게 삶에 임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죽음을 자기 삶 속으로 받아들일수록 우리는 보다 활기차게 살 수 있음을 명심하자. 우리가 죽음을 나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등이 나를 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사실로 받아들인다면 단순히 고독의 시간들이 외로움으로만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애도의 마음을 가지고 죽음 역시 인간의 삶의 한 일부임을 받아들이다 보면 이별하는 자세로 살아가는 삶은 창조적인 삶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말하는 '죽음의 기술은 삶의 기술이'라는 말은 그리 무겁지만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콜릿을 참기에는 충분히 오래 살았어 - 90세 스웨덴 할머니의 인생을 대하는 유쾌한 태도
마르가레타 망누손 지음, 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1834년생, 올해 90세인 저자의 삶의 지혜가 담긴 에세이다. 스웨덴 식 미니멀 라이프 '데스 클리닝(daeath cleaning)을 전 세계에 알린 마르가레타 망누손의 신작이며, 이 책에는 망누손 할머니가 90년의 삶을 회고 하며 찾아낸 '나이 듦에 관한 새로운 발견에 대한 기록'을 담아내고 있다. 보통의 할머니들과는 조금 다르지만 매력 넘치는 망누손 할머니의 이야기를 하나 하나 읽다보면 살면서 매 순간 유머를 잃지 않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 지를 정확히 알고 행하며 나이를 들어가는 삶이 얼마나 멋지고 행복한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저자는 1934년생이니 올해로 아흔 살이다. 나이를 헤아려 보면 짐작할 수 있듯이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냉전, 쿠바 미사일 위기, 체르노빌 원전사고, 코로나 팬데믹에 지금의 기후 위기까지 세상이 끝날 것만 같은 위기를 몇 번이나 겪으며 살아왔다. 이 뿐만이 아니라 심지어 한 번 죽었다 깨어나기도 했다고 하니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분이라 하겠다. 이렇게나 모진 풍파를 넘고 넘은 아흔살이 된 할머니의 이야기라 하면 어찌보면 너무 라떼도 너무 라떼답거나 혹은 삶의 마지막을 앞두고서 너무 진지하고 무겁기만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는 제목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 유쾌하기 그지 없다. 요즘 딱 젊은이들처럼 팬데믹 시대에 완전 적응하여서 왓츠앱을 켜놓고 절친과 글루바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즐기는 그야말로 최신식 할머니다. 그렇기에 여느 할머니와는 조금 달리 유쾌하고 삶의 매 순간 긍정적인 면모를 찾아내려 애쓰면서 살아가는 그녀가 전하는 14가지 메시지들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늙어서 얼굴에 생긴 주름은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과도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늘 웃으며 생긴 주름과 인상을 찌푸리며 생긴 주름은 정말 다르다. 그렇기에 얼굴에 생긴 주름 하나하나가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망누손 할머니 역시 우리에게 웃으서 생긴 주름이 많은 얼굴은 늙어보이기보다는 행복해 보일 꺼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지금부터라도 명심해야지. 찡그리는 시간보다 웃는 시간을 더 많이 갖도록 애쓰며 살아야 함을 말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더 많이 하고 지신을 억누르지 말고 자연스레 더 많이 웃으며 사는 삶. 그냥 생각만해도 웃음이 난다.


이 책에 담긴 망누손 할머니가 전하는 이야기들은 정말 가슴에 새기고 싶은 이야기들이 참 많다. 어떻게 나이 먹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너무나 친절하고도 솔직하며,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던 정말 도움이 될 만한 충고라고 할까. 그렇기에 꼭 명심하고 저자의 말을 따르며 살고 싶다. 그 중 젊은 이들과 관계에 대한 규칙은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해두고 싶을 정도다. 그녀는 진짜 행복은 젊은이들에게 둘려싸여 있는 것이라고 말하며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태도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바로 당신이 대접 받고 싶은 대로 그들을 대접하라'는 말은 젊은이들 뿐만 아니라 타인을 대하는 바로 기본이 되는 태도가 될 듯 싶다.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지.


그리고 이 책은 친절하게 망누손 할머니가 전하는 즐겁게 나이드는 방법을 정리하여 우리에게 다시 한번 전하고 있다. 이 책이 전하는 14가지의 방법을 모두 기억하며 삶의 곳곳에서 실천하면서 나 역시 유쾌하고 행복한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겠다.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저당잡혀 애쓰며 사는 우리에게 이 책은 바로 지금의 행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만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일홍 지음 / 부크럼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이 책은 오늘 하루를 잘 견뎌낸 우리에게 전하는 눈부시고도 따스한 응원의 메세지를 가득 담아내고 있다.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잘 살고 싶은 마음이 어렵게 느껴질 때>로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저자는 이번 책에서는 일상 속에서 애쓰는 독자들의 낮과 밤에 행복을 불어넣어 주고하 하는 마음의 글을 담고 있다. 우리 모두의 버팀이 마침내 커다란 기쁨으로 펼져질 수 있도록 이 책 가득 전해지는 응원의 메세지를 하나하나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북돋아지는 듯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제일 먼저 우리에게 눈 앞의 행복을 놓치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 여기서 행복하자는 말이 유행처럼 널리 쓰이곤 했지만 늘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저당잡혀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어디에도 행복은 없고, 지금 무엇이든 행복이라 느낄 수 있다면 언제나 행복할 수 있음을 명심하면 된다고 말한다. 지금 이 순간 우리 앞에 놓인 행복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리고 이곳에 있는 우리를 인정하고 살아할 수 있다면 언제든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기에, 행복을 누리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누리며 사는 것이기에, 고생 끝에 행복이 오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기에 우리는 언제든 행복할 수 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 책의 곳곳에는 지금보다 더 괜찮은 하루를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를 토닥이는 글들이 가득하다. 살면서 배우는 것들이라는 제목 아래 적혀진 문장들은 사실 우리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일 수도 있다. 뻔한 문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하나 하나씩 읽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동시에 누군가에게 격려를 받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게 바로 이 책이 가지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리 길지 않은 글들 사이에 담긴 따뜻한 응원의 문장들. 그 문장들이 가진 기운들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잠시 충전을 하는 듯하다.


바깥에서 타인에게는 "고마워.".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잘만 하면서 자신에게 '이렇게 살아 줘서 고마워.', '나로 태어나 줘서 고마워.'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에 잠시 띵해졌다. 나역시 타인에게는 한없이 다정하면서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너무나 엄격한 사람이었기에 더욱 저자의 말들에 공감이 갔다. 인간이기라면 당연히 부족한 것들마저도 완벽하기를 나 역시 바랬기에 그래서 내가 행복과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는 깨달음을 얻고 나니, 저자의 말처럼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게 고마움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에게 이 책의 문장을 빌려 '존재해 줘서 고맙다고, 부족해도 괜찮고, 울어도 괜찮고, 다 괜찮다고. 애쓸때도, 애쓰지 않을 때도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그런 나를 내가 가장 믿고 응원한다고.' 말해본다.


저자는 불행할 이유를 찾지 않으면 행복할 이유만 남고 우리가 향하는 모든 걸음이 행복이라 생각한다면 매 순간 즐겁고 행복할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행복은 어떻게든 우리에게 다가올거라는 말이 너무 든든하게 느껴진다. 어쨌든 우리는 행복할 거라는 믿음. 그 믿음이 있는 한 우리 모두는 행복할 수 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이 책의 제목을 다시금 나 자신에게 말해본다. 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