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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 식료품점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8월
평점 :
전미도서상 수상작가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작품이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화 하기로 했다고 해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아프리카계 흑인 아버지와 유대인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제임스 맥브라이드가 자신의 뿌리와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로, 실존하는 펜실베니아 포츠타운에 '치킨힐'이라는 가상의 마을을 배경으로 하여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1920년대와 1930년대 대공항 전후 포츠타운의 작은 마을 치킨힐의 흑인, 유대인 및 이민자들의 삶과 이야기는 그 당시의 미국의 모습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게 한다. 이주와 차별, 폭력과 충돌을 겪으면서 서로가 서로의 힘이 되어 연대함으로써 지킬 수 있었던 사랑과 공동체, 그리고 정의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 책의 이야기는 1972년 펜실베이니아 포츠타운에 자리한 치킨힐의 헤이즈 거리 근처의 오래된 우물 바닥에 묻힌 유골이 발견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유골 근처에 벨트 버클 하나와 펜던트, 빨간색 의상의 실뭉치와 함께 발견되었다고 하는 데 이 유골의 주인은 과연 누구일까? 하지만 여기서 하나 명심할 것은 이 책이 추리소설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소설의 이야기는 아주 포인트들이 서로 연결되어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져 있다는 점인데, 이 모든 것들은 이야기가 끝날 무렵에 완전히 합쳐져 장대한 서사에 적합한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리고 이야기는 47년 전, 1920년대와 1930년대 대공항 전후 포츠타운의 작은 마을인 치킨힐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츠타운의 유대인 극장 운영자인 모셰는 뜻하지 않게 자신이 기획한 콘서트와 공연들에 연이어 성공을 하게 되고 큰 돈을 벌게 된다. 그리고 모셰는 비록 다리를 절뚝거리긴 했지만 미인이자 치킨힐의 유일한 유대인 잡화점인 '하늘과 땅 식료품점'의 주인의 딸인 초나에게 빠져 결혼을 한다.
계속되는 성공에 모셰는 더 큰 돈을 벌게 되고 아내 초나에게 더이상 잡화점 업무에 매달려 있지 말고 시내의 더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자고 하지만 초나는 끄덕도 하지 않는다. 초나에게 '하늘과 땅 식료품점은 그녀의 신념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었고, 치킨힐의 유대인과 흑인, 이민자들의 사랑방과도 같은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의 이야기는 모셰의 극장에서 일하는 흑인 남성 네이트 팀블린이 초나와 모셰에게 12살에 고아가 된 청각 장애를 가진 흑인 아이 도도를 숨겨 달라고 부탁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주 당국은 도도의 지적 능력은 완전히 무시한 채 그를 특수학교로 보내기로 결정했는데, 치킨 힐의 주민들은 그 학교가 학교가 아니라 인권이 무시되고 감금과 학대가 자행되는 최악의 수감 시설인 펜허스트 주립 정신병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초나를 고등학교 때부터 짝사랑 했던 마을의 유일한 의사이자 포츠타운에서 '닥'으로 알려진 얼 로버츠가 초나의 하늘과 땅 식료품점을 찾아온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던 초나는 갑작스레 발작을 하며 쓰러지고 쓰러진 초나를 로버츠는 추행을 하고, 그것을 본 도도는 로버츠를 공격한다. 이를 계기로 초나는 완전히 정신을 잃고 로버츠에 대응하던 소년 도도는 결국 펜허스트로 끌려가고야 만다.
치킨힐의 주민들은 정부로부터 흑인 소년 도도를 구하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노력을 하는데, 아주 많은 사람들이 연결되고 연결되어 하나의 목표를 향하여 다같이 뜻을 모으고 행동하는 과정의 이야기는 읽는 이로 하여금 이야기 자체에 몰입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아주 작은 힘을 가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서로가 서로의 곁을 지킨 연대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지를 깨닫게 만든다.
이 책의 가장 큰 중심 인물은 바로 초나와 모셰, 그리고 도도이다. 특히 미스 초나는 치킨힐의 흑인 주민들과 우정을 나누며 우리 모두는 어떤 일이 있어도 함께 할 것이라는 연대와 모두가 같은 인류로 평등하다는 것을 몸소 실천한 인물로 치킨힐의 중심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흑인 소년 도도를 구하기 위해 치킨힐의 마을 주민 모두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초나에게 나온 관대함과 정의로움이라 할 수 있겠다. 유대인의 대의를 알리고자 지역 KKK단을 비난하며 마을의 백인 권력자들과 주기적으로 대치하던 초나. 초나는 도도를 지키는 것이 단순히 정의로움과 도덕성을 실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중심은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널리 퍼트린 인물이기도 하다. 과연 치킨힐의 주민들의 노력은 결국 성공하여 도도를 자유의 몸으로 만들었을까? 도도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에는 초나와 모셰, 도도 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인물들이 제각각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들은 아주 작은 포인트들이 연결되어 결국에는 장대한 서사를 이룰 뿐만 아니라 모두가 함께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들에 감동하게 만든다. 그리고 주요 인물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 모두에게 부여된 이야기와 사연들은 마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는 소중하고 존재로서의 의미가 있음을 보여주는 듯 하여 더 깊은 울림을 남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