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다는 것에 관하여
베레나 카스트 지음, 김현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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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는 나이를 먹는 게 참 즐겁고 좋은 일이었다. 나이를 먹고 자랄수록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더 좋은 어른이 될 꺼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나이 먹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나이 먹는 것 = 늙음'이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나이를 먹는 게 늙는 것만 있을까. 조금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나이 먹는 것은 진짜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진짜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커지게 되면서 좀 더 현명하게 나이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하게 되었고, 그러한 생각들이 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이 책은 황혼에 점어든 심리학자가 전하는 현명하게 나이 드는 법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노화를 하나의 질병처럼 여기지만 이 책은 노화나 노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책의 서두에서부터 노화는 삶의 하나의 과정으로 여겨야 하며 노년기에도 놀라울 정도로 젊은 시절만큼 행복감을 느끼며 때로는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저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여러 연구를 통해 인간은 나이 들수록 행복감을 더 느낀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인생의 주기를 살펴보면 보통 20세에 행복감을 크게 느끼고, 그 이후부터 삶의 만족감이 꾸준히 감소하다가 45세 이후부터 만족감이 다시 증가하며, 인생 후반기에는 20세의 행복감만큼 커진다. 이 시기를 '제 3의 인생기'라고 하며 인생에서 정서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시기로 간주된다. 이를 저명한 노화 연구자이자 심리학자인 우르줄라 슈타우딩거는 이 노년의 행복감을 '행복의 역설'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이처럼 다양한 학자들이 노화 과정에서도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고, 조화와 풍요로움, 정서적 삶의 활력을 경험할 수 있으며 이것이 아무리 노화로 인해 여러가지 타격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고 해도 큰 행복감을 이어가게 한다니 놀랍다. 그러니 노화를 미화하지도 악미화하지도 않고 우리가 살면서 겪어야 할 과제와 같이 담담히 받아들이는 태도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 같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나이듦은 모든 나이를 전반으로 확대하여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책의 서문에 65세에서 85세 사이인 제3의 인생기에 속하는 사람에게 더욱 맞는 이야기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제3의 인생기에 접어든 사람들의 마음과 정서에 맞춰 '자신이 원하는 대로 나이 드는 방법'에 대하여 구체적이면서도 아주 세부적으로 잘 나열하고 있는데, 이는 비단 그 나이대에 속하지 않아도 삶의 태도로 아주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들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방법들을 하나씩 삶의 태도로 삼고 실천하는 것은 현명하게 나이를 들어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방법인 동시에 진짜 어른이 되는 지름길이 될 듯 하다.


그러한 방법들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날 그날 일어나는 일에 유연함과 열린 마음을 가져 보라'는 말이다. 매일 다른 일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미래를 통제하려는 마음을 버리고서 새로이 경험하는 결함이나 불편함에 대해 '흥미롭다'는 관점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노년기에 마주하게 되는 실수와 불안감, 그리고 두려움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할 듯 싶다.


그리고 이 뿐만 아니라 노화와 노년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는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감에 대하여 어떻게 대하여야 좋을지를 이 책은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두려움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방법, 수치심에 대한 두려움에 대처하는 방법과 사례를 아주 자세히 들어 설명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가지는 두려움과 불안감을 덜어준다. 그리고 인간에게 가장 큰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사랑하는 가족과 자신의 죽음과 관련하여 애도와 분리 과정을 통해 자아를 재정비하는 방법과 자신의 죽음에 다가서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이별하는 자세로 사는 삶에 대해 말하며 죽음도 삶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삶의 자세를 깨닫게 한다.


우리는 보통 나이 든다는 것은 서글프고 고독하며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되는 게 줄어드는 것일 뿐만 아니라 죽음을 향해 가까이 가는 것이라는 아주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은 서두에서부터 이미 '행복의 역설'을 이야기하며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행복할 수 있다고 우리를 일깨운다. 그리고 이어지는 현명하게 나이 드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함으로써 나이 드는 일이 누구에게나 있는 일이지만 그리 부정적인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만든다. 나이 드는 것 역시 삶의 한 과정일 뿐이며 그렇기에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들에 대해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노년기에는 물론 많은 것을 잃게 되지만 새로 얻는 것도 있으며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며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 역시 깨닫게 만든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더이상 나이 드는 것에 관하여 부정적인 생각을 고수하진 않을 듯 싶다.


내려 놓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삶의 질은 높아질 수 있다. 그리고 매일 평온하게 삶을 내려 놓는 연습을 하며 이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자유롭고 용기있게 삶에 임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죽음을 자기 삶 속으로 받아들일수록 우리는 보다 활기차게 살 수 있음을 명심하자. 우리가 죽음을 나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등이 나를 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사실로 받아들인다면 단순히 고독의 시간들이 외로움으로만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애도의 마음을 가지고 죽음 역시 인간의 삶의 한 일부임을 받아들이다 보면 이별하는 자세로 살아가는 삶은 창조적인 삶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말하는 '죽음의 기술은 삶의 기술이'라는 말은 그리 무겁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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