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어리연꽃이 피어나는 시간 초록달팽이 동시집 39
전병호 지음, 채승연 그림 / 초록달팽이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랑어리연꽃이 궁금해 검색창에 띄워보니 우리나라의 연못과 늪에서 자라는 다년생 수초로 얕고 고인 물 위에 수줍게 피는 꽃이라 했다. 경기도와 경남, 전북 등지에서 자란다지만 가까이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은 꽃이다.

이 드문 꽃의 이름을 제목으로 한 시집, 전병호 시인의 《노랑어리연꽃이 피어나는 시간》 은 마치 아이의 마음속에서 천천히 피어나는 한 송이의 꽃을 닮았다.

이 동시집은 5부로 이루어져 있으나, 첫 장을 펼친 순간부터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시가 이야기가 되어 마음속에 잔잔히 흘러든다.
아이의 하루와 계절, 그리고 성장의 시간이 시인의 따뜻한 눈길 속에서 이어진다.

책표지의 그림이 담긴 「여자 남자」는 읽는 이의 입가에 미소를 번지게 한다. 그 유쾌한 장난기 속에서 시인은 순수한 아이의 마음과 솔직함을 담아내고 있다.

채승연 작가의 그림은 시의 정서를 한결 더 깊고 맛깔나게 표현해낸다. 시와 그림이 서로의 여운이 되어, 어린이 독자에게도 어른 독자에게도 마음의 문을 다정히 열어준다.

「엄마만 없다」, 「왜 그러니, 응?」, 「마트에서 만난 선생님」 같은 시를 읽다 보면 엄마와 함께 있고 싶은 첫째 아이의 마음이 마치 내 아이처럼 느껴져 코끝이 시려온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마음속에 따뜻한 웃음이 번진다. 특히, 「도둑 가족」의 “내 마음을 훔쳤어요”라는 구절에서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문득 사이다 작가의 그림책 《심장 도둑》이 떠오르며, 사랑의 도둑질이 이렇게 다정할 수도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또 「꽃잎반 전호연」을 읽을 때는 첫째 아이가 다니던 유치원 반 이름이라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다. 문득 그 아이가 시인의 손주일까 하는 생각이 스며든다. 시 속에는 할아버지의 따스한 손주 사랑이 잔잔히 묻어난다.

「포대기 할머니」에서는 세월의 흐름과 함께 지난 세대의 따뜻한 품이 아련히 그려지며, 그 오래된 정과 그리움이 포대기 속 포근한 온기로 피어오른다.

시인은 노랑어리연꽃을 통해 조용히 속삭인다.
꽃이 피기까지는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피어나기 전의 시간 또한 아름답다고.

한 권의 동시집을 다 읽고 나면, 작은 연못 위에 피어난
노랑어리연꽃 한 송이가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송이
가지꽃 지음 / 초록달팽이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지꽃 작가의 그림책이 초록달팽이에서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궁금한 마음에 책을 펼쳐 보았다. 표지 속 아이와 강아지는 눈을 기다렸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눈을 온몸으로 맞이하고 있다.

첫눈이 내리던 날의 가슴 설레던 추억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하얀 눈이 온 세상을 부드럽게 덮을 때면 마치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책 모서리가 둥글게 마감되어 있어 어린 아이들이 보기에도 안전한 판형으로 눈을 처음 만나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한껏 키워 줄 만한 책이라는 기대가 절로 생긴다.

물방울이 눈이 되어 내리는 과정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여행처럼 생동감 있게 보여 주는 장면이 특히 인상 깊었다. 모양은 모두 다르지만 각각이 소중한 눈송이처럼, 우리도 서로 다르지만 모두 소중하다는 메시지가 조용히 전해졌다.

가지꽃이라는 필명을 쓰는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읽는 동안 내내 궁금했다. 하지만 작품 속에서 자연과 생명을 대하는 태도,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 삶을 향한 고요한 믿음이 스며 나온다.

이 그림책은 단순히 물의 순환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물이 돌고 도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과 세상이 서로 이어져 있고 그 한가운데에 우리의 삶도 놓여 있음을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조용히 건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디서 들어본 뻔한 이야기라고? 초록달팽이 그림책 7
김순영 지음 / 초록달팽이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디서 들어본 뻔한 이야기라고?』 독자에게 생생하게 말을 건네는 듯한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익숙한 서사로 시작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창작 그림책이다. 처음에는 토끼가 등장해 『토끼와 거북이』의 패러디인가 싶지만, 이 이야기의 진정한 주인공은 뜻밖에도 악어다.
호시탐탐 토끼를 노리던 악어가 번번이 토끼를 잡아먹으려다 실패하고 다치게 되는데 억울함과 분함에 울다 지쳐버리는 악어의 모습은 묘한 연민을 자아낸다. 위협적인 존재였음에도 불구하고, 토끼들은 다친 악어를 외면하지 않고 따뜻한 친절을 베푼다. 예상치 못한 호의에 악어는 서서히 마음을 열고 다가간다. 마치 '은혜 갚은 호랑이'처럼 토끼들을 돕는 든든한 조력자로 거듭난다.

이 책의 독특한 지점은 시점의 분리에 있다. 전반부가 악어의 입장에서 전개된다면, 후반부는 온전히 토끼의 시선으로 사건을 따라간다. 이 과정에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같은 옛이야기가 오버랩되기도 하지만, 악어를 길들이기 위해 토끼들이 고안해낸 방법들은 무릎을 탁 칠 만큼 신박하고 유쾌하다.

장면 곳곳에서 미야니시 타츠야의 『메리 크리스마스, 늑대 아저씨』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결말이 주는 반전과 여운의 결은 전혀 다르다. 익숙한 전래 동화의 구조를 빌려와 편견을 비틀고, 호의와 신뢰가 어떻게 관계의 질감을 변화시키는지 뭉클하게 그려낸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악어의 변화다. 친구가 되기 위해 자신의 거친 고유성을 내려놓고 다가가는 악어의 행동에는 진심이 가득 담겨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토끼의 감동 어린 눈빛은 이 그림책이 선사하는 최고의 명장면이라 할 만하다. 서로 다른 존재가 공생하는 과정을 통해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인간관계에서도 진심만 있다면 얼마든지 우정을 꽃피울 수 있음을 나지막이 보여준다.

악어의 희생으로 친구가 된다는 설정은 조금 안타까운 마음을 남기기도 하지만, 해피엔딩을 예고하며 마지막 장면을 장식한 피켓은 독자의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를 번지게 한다. 다름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마주하는 법을 일깨워주는 참으로 따스한 반전 그림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의 충동
최윤정 지음 / 바람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람의 아이들 대표이자 문학평론가인 최윤정 작가님의 드로잉 에세이라니 제목부터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림책 번역가로만 알고 있던 작가님의 에세이라 더욱 궁금했다. 특히 선의 충동이라는 제목은 묘한 끌림으로 마음을 사로잡았다.

“모든 아이는 예술성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파블로 피카소의 말을 믿는다는 작가의 생각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충분히 좋은 드로잉』의 서문에서 위니컷의 ‘충분히 좋은 엄마’ 에서 인용했다는 각주는 나 또한
자주 인용하던 말이라 더욱 반가웠다.

영화의 대사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예술이 없이 사회는 절대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문장을 인용하며 예술의 본질을 이야기한 부분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소개해주신 <이차크의 행복한 바이올린> 영화도 궁금해졌다.

‘이름을 잊어버린다는 것’에 등장하는 붓터치는 생동감 넘치면서도 고요한 강물처럼 평온해보인다. 예술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감정의 이름조차 잊는다는 표현은 참으로 경이롭다. 그 순간은 편견과 상식을 넘어선 결국 감탄의 또 다른 이름인 ‘몰입’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각 장마다 실린 예술가들과 화가, 철학자, 시인, 소설가 등의 명언은 독자를 향한 작가의 따뜻한 응원처럼 가슴에 스며든다. 자신의 작품을 해체해서 드로잉 속에 녹아내는 그 열정과 집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영화 <러빙 빈센트>에서 “따뜻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던 빈센트 반 고흐의 고백은 가슴을 울리며 왠지 모르게 구슬프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바램이 있다. 43년의 세월이 담긴 작가의 문장은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고 매끄러우며 간결하다. 마치 오랜 시행착오 끝에 다듬어진 결실을 오롯이 담고 있는 듯하다. 그녀의 43년이라는 시간의 흔적을 잠시나마 들여다보며 미래의 나를 마주하게 된다.

마지막 장에 실린 “모든 아름다운 예술의 본질, 모든 위대한 예술의 본질은 감사함에 있다.” 니체의 이 말이 책을 덮은 후에도 귓가에 맴돈다.

“곡선은 흐름의 리듬이고, 서로 다른 것을 이어 주고 끝이 없는 선처럼 끊어짐 없이 흐른다.”라는 문장은 나에게 곡선의 리듬으로 유연하게 살아가라고 속삭이는 듯 했다.

직선인 듯 곡선인, 나만의 선으로 자유를 만끽하며 캔버스 앞에 선다는 작가의 마음이 전해진다. 그녀가 그리는 곡선의 아름다움은 우리 인생의 굴곡과 닮아 유연함 속에 단단한 삶의 흔적을 떠올리게 한다.

『선의 충동』을 읽으며 머릿속에 복잡하던 생각이 정리되고, 잠시 잊고 있던 그림을 다시 그리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킨다. 꾸준히 걷는 사람만이 예술의 길 끝에서 마주할 수 있는 빛을 본다는 걸 조용히 일깨워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가 돌아왔다 초록달팽이 동시집 38
유정탁 지음, 김지원 그림 / 초록달팽이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정탁 시인의 『엄마가 돌아왔다』를 읽는 동안, 마음 한켠이 따뜻하게 데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멸치 떼>를 읽을 때는 아이처럼 깔깔 웃음이 났다. 멸치를 많이 먹으면 키가 큰다니, 우리 어릴 때 콩나물을 많이 먹어야 쑥쑥 큰다고 하던 말이 떠올라 저절로 미소 짓게 된다.

<어젯밤 뭐 했니?>에서는 아이의 마음이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토닥토닥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잠자리>에서 전깃줄에 앉은 잠자리가 전기를 먹는다고 표현한 부분은 참신하면서도 천진난만하다. 그 한 줄만으로도 시인이 아이의 마음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귀여운 도깨비들>의 삽화는 시와 참 잘 어울린다. 감자를 도깨비로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에서 섬세한 관찰력과 재치가 느껴졌다. <나이팅게일>은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듯 세심했고, <생쥐>에서는 마우스를 바라보는 시인의 유머가 빛난다.

이 동시집은 아이의 순수함과 상상력, 그리고 일상의 따스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 편 한 편의 시를 읽을 때마다 잊고 있던 웃음과 따뜻한 마음이 되살아난다. 『엄마가 돌아왔다』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오기도 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을 담은 유쾌한 동시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