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빗방울의 끔찍한 결말
아드리앵 파를랑주 지음, 문정인 옮김 / 달그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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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앵 파를랑주의 신간이 출간소식을 듣자마자 끔찍한 결말이라는 제목에 끌려 서평단 신청했는데 감사하게도 서평단 뽑아주셨는데 후기가 너무 늦었습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속성을 살려 책 제목도 판형도 세로로 쓰여져 있어요. 도대체 빗방울이 어떤 끔찍한 결과를 불러올까 숨을 죽이며 책장을 펼쳤어요. 왼쪽엔 텍스트, 오른쪽은 그림의 형식으로 이야기해요.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 한 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지만 초반만 해도 아무일이 일어날 것 같지 않은 평화로운 일상처럼 보여요.


나무 위에 소녀는 체리를 따고 화가는 뭔가 골똘히 집중하며 그림을 그리고 그 작품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 그림책은 텍스트보다는 그림에 집중해야 더 큰 재미를 느낄수 있어요. 꿀벌이 개의 꼬리에 앉는 순간까지는 아무런 진전도 없어보이는데 .... 작은 빗방울 하나가 평온했던 일상을 깨뜨리는데요 직접 실물로 만나보시면 아드리앵 파를랑주 작가님의 유머와 재치에 빵빵 터질 거예요^^

「누가 사자의 방에 들어왔지?」 (봄볕, 2021)처럼 독자의 궁금증을 자아내 책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답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나는 순간을 긴장감 넘치고 스릴있는 이야기로 그려내다니 아드리앵 파를랑주 작가의 시선과 발상은 참으로 참신하면서도 대단합니다.

우리 인간은 자연의 작은 움직임에도 쉽게 무너져 내릴수 있다는 작가의 숨은 의도가 들어있기도 한 이 작품 찬찬히 읽어보세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아드리앵 파를랑주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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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가구를 팝니다 인생그림책 33
이수연 지음 / 길벗어린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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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 작가님의 신간이라 출간되기 전부터 관심이 쏠렸다.
오랜만에 서평 이벤트에 도전해봤는데 운좋게 서평단에 당첨되는 행운이 나에게 찾아왔다. 처음에 작가님의 그림책 <달에서 아침을 > 책표지가 너무 아름다워서 읽게 되었는데 아름다운 색채와 글을 통해 세상에 어두운 문제들을 끄집어내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담아 표현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어서 그 후 작가님의 작품에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작가님의 작품을 살펴보던 중 읽은 <어떤 가구가 필요하세요?> 역시 강한 메시지를 남겼고, 후속작 이 작품을 펼쳐 면지 부분을 읽으며 주인공의 심정이 나에게도 전이된 것처럼 마치 넥타이가 내 목을 조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갑갑해서 숨이 막혀오는 듯했다. 우리 시대 현대인의 모습을 생동감 있는 긴장감과 압박감을 그대로 투영한 모습 속에 작가님의 경험과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니 더욱 놀라웠다.

“회사에서의 존재가치는 그래프 위의 숫자로 결정된다.”
이 문장을 보는 순간 월요일이 회사원들에게 제일 두려운 요일이라는 게 실감나기도 하고 월요일이면 회사 가기 싫다는 남편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했다.

곰 사원이 소설가 펭귄을 찾아갔을 때 아이와 함께 할 소중한 시간은 절대 길지 않다는 것과 “한 개를 손에 쥐면, 한 개를 손에서 내려놓아야 한다.” 라는 말에 공감되었고 그 말의 의미를 이제는 이해가 된다.

우수사원을 꿈꾸던 곰 사원은 드디어 목표를 이루고 꿈을 이루었으나 여전히 불안하고 초조하기만 하고 점점 닮고 싶지 않았던 오렌지 여우 사원을 닮아가기 시작한다. 꿈에서도 영업 실적과 스트레스에 허덕이며 단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민은 계속되는데... 곰 사원의 독백 중에서 “진실한 것을 꺼내 놓을수록 더 진실한 관계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 문장은 실감하고 있는 부분이라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왜 넥타이를 맨 곰 사원이 남자일 거라고 단정했는지 모르지만 곰 사원이 여자라고 밝히는 부분에서는 빵 터지기도 했고, 두더지 고객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부분에서는 그 마음에 감정이입되어 나도 모르게 울컥해졌다. 새 고객과 곰 사원이 주고받는 이야기 또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전체적으로 곰 사원의 내면, 정체성, 이중성, 무의식의 세계를 보여주며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철학 그림책이었다.

“모두가 다 꿈을 가지고 그 꿈대로 사는 건 아니야.
누군가는 이렇게 나처럼 살아가.

주어진 삶을 충실하게 지켜 나가는 것도
꿈을 꾸는 것만큼,
아름답다는 걸 이제는 알 것 같아.“

특히, 이 문장을 읽으며 위로가 되었다.

우리는 늘 바쁘게 무언가를 쫓아간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나를 바로 알고 내 안을 들여다보고 살펴보는 것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한다. 곰 사원은 어쩌면 우리의 모습, 내 아이의 미래의 모습을 대변하는 대표성을 띠는 인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애잔하고, 뭉클하면서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그림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문득 얼마 전에 읽었던 오은 시인의 해피엔드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우리에겐 해피엔드(happy and)가 아닌
해피앤드(happy and) 가 필요하네.”

불안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과 취준생, 사회초년생, 청소년 등 얼어붙은 심장을 촉촉히 어루만져 줄 힐링 그림책으로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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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가 있어 초록달팽이 동시집 5
이정인 지음, 채승연 그림 / 초록달팽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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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달팽이 동시집 5
한 아이가 있어

책표지를 보면 엉겅퀴 꽃 아래 나비를 반기는 고양이가 보인다.
작가님은 어린이의 마음을 담아 시를 쓰셨다고 한다.

이 동시집은 총 4부로 나뉜다.
1부 멋쟁이나비가 고요히 앉아있는
2부 딸기는 달리는 거야
3부 행운은 그렇게 오는 것
4부 11번 버스 종점은 언제나 우리 집

1부에서는 <기대해도 좋아>,<오리야 물에서 나와>, <오리 양말>이
맘에 들었다. 특히 오리 발을 양말로 표현한 부분은 순수한 어린 아이의 마음을 닮았다.

2부에서는 <딸기는 달린다>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딸기의 가는 줄기를 런너(runner)라고 부르는 걸 이 동시를 통해 알게 되었다. <단무지와 양파>에서 단무지를 노란 달과 양파를 하얀 낮달로 표현한 부분, <닭이 보는 앞에서>도 재미있었다.

3부에서는 <눈과 도둑>, <꼬마 눈사람>이 마치 하나의 풍경속에 두 동시를 실어서 그림과 동시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고, <별똥별>도 마음에 들었다.

4부에서는 <11번 버스>, <수상한 목동>도 재미있었다.
동시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채승연 작가님의 그림과 이정인 작가님의 시가 잘 어우러져서 더욱 시가 빛이 난다.
동심의 눈으로 보려고 해도 어른의 시각에서 보다보니 아이들은 어떻게 느낄지 아이들과 함께 나눌수 없어서 아쉽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사물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풀어낸 동시들이 신선했고 재미있어서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마중물 같은 역할을 하는 동시집이 될 것 같다. 이정인 작가님이 쓰신 <남자들의 약속>과 <아이스크림 눈사람>도 궁금해졌다.

초록달팽이 서평단 책 지원해주신 출판사에 감사드린다.
서평이라는 게 만만치 않다는 걸 알게 되었고, 다양한 장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좀더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볼수 있는 시안이 열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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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리릭 쿠우웅
설화창작소 예성글패 지음, 김지원 그림 / 초록달팽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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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창작소 예성글패는 충주의 옛지명인 ‘예성’에 글을 쓰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충주에 전해 내려오는 설화를 찾아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이들이 모여서 7가지 설화에 상상력을 더해 재미있게 충주의 숨어있던 옛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부채고개는 충주에 금릉동 응골쪽에서 연수동으로 가는 고개에 있다는데 아버지를 따라 장에 나선 아이는 신이 나서 뛰놀다 부채꽃을 꺾어 아버지의 지게를 꾸몄는데 때마침 아기 범을 잃은 범이 아이를 발견하고는 아버지가 잠든 사이 아이를 제 새끼 인 양 물고 가버리는데••• 부채꽃이 많이 피어서 부채고개라는데 찾아보니 범부채꽃은 잃어버린 사랑, 정성어린 사랑이라는 꽃말이 있는데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픈 마음이 담겨있는 가슴아픈 전설이다.

용이 사는 마을은 충주 용산동에서 전해져오는 용산과 용정에 살았다는 용신 이야기다. 사천개 동쪽 마을에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소년이 날마다 용산에 올라 용정을 깨끗이 청소하고 기도를 하는데 어느날 하나뿐인 아버지가 전쟁터에 나가 돌아오지 않자, 용신에게 소원을 빌며 기도하고 아버지가 그리워 풀피리를 부는데 그 소리가 너무 구슬퍼서 용정에 잠들었던 용신이 깨어나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는 옛이야기이다. 용이 사는 마을이라 옛지명에 보면 우리 선인들이 용을 평화를 가져다주는 신으로 섬기며 제사를 드리고 기원을 했다는데 문득 용의 지명이 들어간 마을 이름들이 생각났다. 용진, 용봉, 용순 그중에 우리 마을은 용의 입술을 닮았다고 용순이라 불렸다. 임금님을 상징하는 용, 임금님의 옷 용포부터 수호신처럼 여기던 선조들은 용을 귀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민족임에 틀림 없다. 이 설화를 읽다보니 <열두 띠 이야기>에 나오는 십이지신 중에 가뭄에 비를 내려주고 어려운 상황에 빠진 사람들을 도와주는 용을 표현한 그림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쇳돌에 관한 설화인 연이와 쇠부리는 은혜갚은 두꺼비처럼
위기의 순간에 나타나 대장장이의 딸에게 은혜를 갚고 주인의 대장간을 살리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다.
‘쇠부리야! 다시 만날 수 있겠지, 그렇지?’
“그럼요, 죽지 않는 쇠부리이니까요!”
쇠뿌리가 마지막 말을 남기고 연이 곁을 떠나는 장면에서 감동이
몰려온다.

“무궁! 하늘과 땅이 영원하듯 이 제방도 오래오래 지켜질 것이오.”
도깨비를 부려 하룻밤만에 제방을 쌓았다는 김생 스님의 이야기에 나오는 그 제방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검둥개 이야기는 익히 잘 알고 있던 전라도 임실군 오수면에서 유래된 ’오수의 개‘ 민담과 비슷한 서사를 가지고 있어서 신기했다. 시간이 지나 검둥개의 비석도 무덤도 사라졌지만 엄정면 원곡 쪽으로 가면 삼층 석탑이 있고 그 마을을 등지고 가래산이 있는 곳을 ‘개비 거리’라고 한다는데 그곳이 궁금해졌다.

7편의 설화를 읽는 동안 몰입해서 빠져 들었고 몰랐던 충주의 옛이야기를 알수 있어서 좋았다. 충주에 전해내려오는 설화중 김생 일화가 삼국사기 수록되어있고, 잘 알고 있는 자린고비 이야기도 충주의 옛이야기라니 놀라웠다.

예성글패 모임에서 앞으로도 충주에서 전승되는 더 많은 옛이야기를
찾아내서 아이들에게 전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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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된 아이들 초록달팽이 동화 2
오미경 지음, 박경수 그림 / 초록달팽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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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골은 청주의 벽화마을로 불리는 수암골이 배경이 되어서 구름골 사람들의 이야기가 현장감있게 펼쳐진다. 구름골에 사는 동미와 동빈이 남매이야기를 읽을 땐 아이로 돌아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테오가 사진관 앞에 걸린 모델사진을 망가뜨리고 훼손한 걸 고민하다가 주인에게 고백하고 용서를 비는 장면, 테오의 할머니의 속마음을 보여주는 부분을 읽으며 뭉클했다.
어린 테오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자식이 결혼하고 잘 사는 게 부모들의 바램이건만 단란한 가정이 해체되어 손주를 도맡아 키울수 밖에 없는 욕쟁이 테오 할머니의 마음은 얼마나 분통이 터지고 답답할지 조금은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자를 사랑하는 할머니의 마음을 느낄수 있었다.

특히, 거지 같은 동네라고 아파트로 이사가자고 하는 현지에게 속마음을 전하는 현지아빠의 말에 뭉클해졌다. 그런 아빠의 진심을 알게 된 현지는 가족의 추억이 깃든 집에 사는 게 자랑스럽고 현지에게도 소중한 곳이 된다.
구름골 이름을 찾기 위해 출동한 구름골 특공대의 활약도 기특했다. 집이란 무엇인지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했고 구름골을 되찾기 위해 애쓰는 아이들의 모습, 그속에서 친구가 되고 싶어하던 샛별이의 내적 갈등을 보며 우정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우여곡절 끝에 구름골 마을 사람들이 구름골의 진짜 모델이 되면서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그림이 된 아이들>을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든다.
청주로 이사오면서 수암골은 꼭 가봐야할 명소라고 추천받았는데 미루기만 하고 잘 안 가게 되었는데 오미경작가님의 동화를 읽다보니 수암골에 가보고 싶어졌다.
오랜만에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돌아가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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