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충동
최윤정 지음 / 바람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람의 아이들 대표이자 문학평론가인 최윤정 작가님의 드로잉 에세이라니 제목부터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림책 번역가로만 알고 있던 작가님의 에세이라 더욱 궁금했다. 특히 선의 충동이라는 제목은 묘한 끌림으로 마음을 사로잡았다.

“모든 아이는 예술성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파블로 피카소의 말을 믿는다는 작가의 생각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충분히 좋은 드로잉』의 서문에서 위니컷의 ‘충분히 좋은 엄마’ 에서 인용했다는 각주는 나 또한
자주 인용하던 말이라 더욱 반가웠다.

영화의 대사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예술이 없이 사회는 절대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문장을 인용하며 예술의 본질을 이야기한 부분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소개해주신 <이차크의 행복한 바이올린> 영화도 궁금해졌다.

‘이름을 잊어버린다는 것’에 등장하는 붓터치는 생동감 넘치면서도 고요한 강물처럼 평온해보인다. 예술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감정의 이름조차 잊는다는 표현은 참으로 경이롭다. 그 순간은 편견과 상식을 넘어선 결국 감탄의 또 다른 이름인 ‘몰입’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각 장마다 실린 예술가들과 화가, 철학자, 시인, 소설가 등의 명언은 독자를 향한 작가의 따뜻한 응원처럼 가슴에 스며든다. 자신의 작품을 해체해서 드로잉 속에 녹아내는 그 열정과 집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영화 <러빙 빈센트>에서 “따뜻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던 빈센트 반 고흐의 고백은 가슴을 울리며 왠지 모르게 구슬프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바램이 있다. 43년의 세월이 담긴 작가의 문장은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고 매끄러우며 간결하다. 마치 오랜 시행착오 끝에 다듬어진 결실을 오롯이 담고 있는 듯하다. 그녀의 43년이라는 시간의 흔적을 잠시나마 들여다보며 미래의 나를 마주하게 된다.

마지막 장에 실린 “모든 아름다운 예술의 본질, 모든 위대한 예술의 본질은 감사함에 있다.” 니체의 이 말이 책을 덮은 후에도 귓가에 맴돈다.

“곡선은 흐름의 리듬이고, 서로 다른 것을 이어 주고 끝이 없는 선처럼 끊어짐 없이 흐른다.”라는 문장은 나에게 곡선의 리듬으로 유연하게 살아가라고 속삭이는 듯 했다.

직선인 듯 곡선인, 나만의 선으로 자유를 만끽하며 캔버스 앞에 선다는 작가의 마음이 전해진다. 그녀가 그리는 곡선의 아름다움은 우리 인생의 굴곡과 닮아 유연함 속에 단단한 삶의 흔적을 떠올리게 한다.

『선의 충동』을 읽으며 머릿속에 복잡하던 생각이 정리되고, 잠시 잊고 있던 그림을 다시 그리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킨다. 꾸준히 걷는 사람만이 예술의 길 끝에서 마주할 수 있는 빛을 본다는 걸 조용히 일깨워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가 돌아왔다 초록달팽이 동시집 38
유정탁 지음, 김지원 그림 / 초록달팽이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정탁 시인의 『엄마가 돌아왔다』를 읽는 동안, 마음 한켠이 따뜻하게 데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멸치 떼>를 읽을 때는 아이처럼 깔깔 웃음이 났다. 멸치를 많이 먹으면 키가 큰다니, 우리 어릴 때 콩나물을 많이 먹어야 쑥쑥 큰다고 하던 말이 떠올라 저절로 미소 짓게 된다.

<어젯밤 뭐 했니?>에서는 아이의 마음이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토닥토닥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잠자리>에서 전깃줄에 앉은 잠자리가 전기를 먹는다고 표현한 부분은 참신하면서도 천진난만하다. 그 한 줄만으로도 시인이 아이의 마음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귀여운 도깨비들>의 삽화는 시와 참 잘 어울린다. 감자를 도깨비로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에서 섬세한 관찰력과 재치가 느껴졌다. <나이팅게일>은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듯 세심했고, <생쥐>에서는 마우스를 바라보는 시인의 유머가 빛난다.

이 동시집은 아이의 순수함과 상상력, 그리고 일상의 따스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 편 한 편의 시를 읽을 때마다 잊고 있던 웃음과 따뜻한 마음이 되살아난다. 『엄마가 돌아왔다』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오기도 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을 담은 유쾌한 동시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짝신 신은 아이 초록달팽이 동화 3
유영선 지음, 시농 그림 / 초록달팽이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영선 작가의 『짝신 신은 아이』는 초록달팽이 동화집 세 번째 책으로, 다섯 편의 단편 동화가 실려 있다. 모든 이야기에는 아이들의 일상이 담겨 있으며, 읽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그중에서도 「아빠와 나무」는 특히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나무에 오르는 것을 좋아하는 오빠와 그런 오빠를 동경하는 동생의 이야기는 단순한 놀이 속에서 가족의 정과 아이의 성장의 순간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낯선 환경 속에서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아이의 모습은 김선정 작가의 『전학 가는 날』 을 떠올리게 했다. 두 작품 모두 아이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게 하는 통로가 되어준다.

「까치와 까치밥」을 읽는 동안, 마치 할머니가 다정하게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했다. 이사가기 싫다고 투정 부리는 아기 까치를 보며, 정든 곳을 떠나 지금의 집에 뿌리내리기까지의 수많은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아기 까치의 목소리는 어느새 우리 아이들의 목소리로 들렸고, 남편의 갑작스러운 발령으로 급하게 집을 헐값에 처분하고 이사하던 그날이 떠올라 눈가가 뜨거워졌다.

또 다른 작품 「상자보다 무거운 것」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이야기를 통해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어릴 적 나 역시 길에서 지갑을 주워 경찰서에 맡겼던 기억이 있어서, 주인공의 마음이 더욱 실감나게 다가왔다. ‘정직’이나 ‘양심’, ‘착한 어린이’라는 말이 얼마나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작가는 “모든 이야기는 질문으로 시작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 중에 동화를 쓴다는 것은 “아이의 시선으로, 어른의 마음으로, 사람과 자연과 시간의 속삭임을 듣는 일”이라고 말이 가장 인상 깊었다. 이 말은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 편 한 편의 이야기가 조용히 마음에 스며드는 『짝신 신은 아이』는 마치 엄마의 품처럼 따뜻하고 포근하다.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잔잔한 위로와 울림을 전하는 이야기 보따리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꾸는 베개 왕자 초록달팽이 동시집 37
정병도 지음, 배순아 그림 / 초록달팽이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병도 시인의 『꿈꾸는 베개 왕자』를 읽다 보면, 아이들이 어릴 적 베개 하나는 다리에 끼고 하나는 배 위에 올려놓고 자던 모습이 떠오른다. 시 속의 일상과 상상이 그 시절의 따뜻한 기억을 건드리며, 잊고 있던 일상을 다정한 기억으로 부드럽게 소환한다.

「바다 시인」과 「바다 쓰기」에서는 웃음이 번지다가도 어느새 마음 한켠이 짠해진다. 받아쓰기를 ‘바다’로 엮어낸 시인의 재치와 섬세함 속에는, 세월의 물결을 견디며 살아온 어르신들의 온기가 배어 있다. 또 「국 뭐니?」에서는 어르신들의 정겨운 음성이 들려오는 듯하여, 한 그릇의 국처럼 따뜻하다.

「꽃잎 나비」를 읽는 순간, 벚꽃이 흩날리던 어느 봄날의 빛과 향기가 눈앞에 펼쳐진다. 그림책 『팔랑팔랑』의 주인공 나비와 아지의 설레는 봄날이 함께 스치듯 떠오르며, 시와 그림이 한 장면으로 어우러진다. 「져주기」에서는 지기만 하는 아이의 순수함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박새」는 조오 작가의 『점과 선과 새』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터널」은 아찔하면서도 유쾌한 상상으로 마음을 흔들고, 「동시빵」에는 시인의 따뜻한 마음결이 담겨 있다. 마지막으로 「엘리베이터에 거울이 있는 이유」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섬세하게 포착해 공감과 웃음을 자아낸다.

『꿈꾸는 베개 왕자』는 일상 속 사소한 순간들을 시와 그림으로 포근하게 묶어낸 작품이다. 아이의 마음, 어른의 추억, 그리고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어우러져 오래도록 가슴에 온기를 남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상한 예언자 초록달팽이 동시집 36
이지우 지음, 민지은 그림 / 초록달팽이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신을 ‘늑깎이 새내기 시인’이라고 표현한 이지우의 동시집을 펼치면, 잊고 있던 동심이 다시 살아 숨 쉬는 듯하다. 시인의 눈과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어린 시절의 순수한 감정과 상상력이 한 장면씩 되살아난다.

<분홍 구두>를 읽으며 어린 시절, 친엄마를 만나겠다고 다리 밑에서 기다리던 아련한 기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시는 그리움의 빛깔을 곱게 비추며, 한 아이의 순진한 바람을 절제된 언어로 그려낸다.

<하필이면> 동시는 꼭 내 마음을 그대로 담아낸 것처럼 느껴진다.
뱀을 무서워하는 나를 놀리던 남편의 농담이 오버랩되고, 유년 시절 짓궂은 동네 아이들의 장난에 놀라 도망가던 기억이 스쳐 간다. 덕분에 시 속 화자의 감정에 자연스레 감정이입하게 된다.

<노랑 백합>에서는 시인의 세심함이 빛난다. 활짝 핀 백합을 바라보며 그 웃음을 ‘노랑 웃음’이라 표현한 발상은 참 신선하다. 함박웃음처럼 깔깔 웃는 백합의 모습이 마치 요정 같고, 웃음에도 색깔을 입히는 시인의 감성은 아이처럼 순수하다.

<발끝이 나뭇잎에 닿으면>은 그네 타는 풍경을 시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바람을 가르고 하늘로 멀리 날아오르는 듯한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며, 발끝이 나뭇잎에 닿을 듯한 설렘을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한다.

마지막으로 <올리브색 작은 등을 가진 재봉새>를 읽다 보면, 실제로 그런 새가 있을까 궁금해 찾아보고 싶어진다. 시인의 관찰력과 상상력이 만나 만들어낸 세계는 따뜻하고도 신비롭다.

이지우 시인의 동시들은 삶의 무게에 짓눌려 우리 마음속에 잊고 있던 동심을 다시 불러낸다. 짧은 언어 속에도 진심과 생동감이 깃들어 있으며, 시인이 포착한 일상의 소재들이 새삼스럽게 빛난다.

“우리 서로의 꿈에 주문을 걸어 주는 사람이 되기로 해요. 그러면 더 힘차게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사람이 될 거라 믿어요.”
시인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나의 마음을 촉촉하게 어루만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