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을 여는 〈환영〉의 할미꽃 두 송이는 숲속의 안내자처럼 살며시 인사를 건네는 듯해 마음이 따뜻해졌다. 봉오리를 다문 하얀 목련을 아이스크림이라 부른 〈아이스크림〉은 봄의 달콤한 온기를 한 입에 녹여주는 듯한 발상이었다.화초가 노랗게 물들어 가는 아침을 보며 바나나를 떠올린 〈배고픈 오전〉은, 일상의 작은 변화를 시로 빚어내는 시인의 섬세한 관찰력을 보여주어 미소를 짓게 했다.나무 기둥 사이로 초록초록 솟아난 새싹을 단추로 표현한 〈특별한 단추〉와, 초록잎 무성한 나무들의 모습을 털이개로 연상시킨 〈초록 털이개〉를 보다 보면, 바람과 어우러진 초록 생명의 장난기가 전해져 마음까지 가벼워진다.〈소문난 팝콘〉을 읽으며 우도 바다 돌멩이를 직접 보러 가고 싶어졌다. 맑은 날 하늘을 우러르면 구름이 뭐라고 속삭이는지 궁금해지곤 하는데, 〈무슨 소원을 말할까?〉를 마주하니 나도 모르게 지니에게 소원을 빌고 싶어진다.〈원피스를 만든다고요?〉를 보니 어릴 적 집 앞에 심어 풍성했던 맨드라미가 문득 떠오른다. 예전에는 길가에서 흔히 보던 꽃이었는데 요즘은 만나기 힘들어 더욱 애틋하다. 활짝 핀 맨드라미를 레이스로 묘사한 시인의 눈빛은 참으로 섬세하고 다정하다.〈백설기〉와 〈나무 코끼리〉 역시 일상의 사물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에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사소한 것들이 시 속에서 숨결을 얻어 살아 움직이는 기분이 든다.〈함께 하는 세상〉과 〈겨울 꽃〉은 마음을 포근하고 따뜻하게 감싸 안아준다. 독자들이 쉽게 쓸 수 있도록 안내하는 “디카동시 잘 쓰는 법”도 마음에 들어, 당장 카메라를 들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시인의 말처럼 사진은 추억으로 남듯이, 디카 동시로 남기는 추억은 더 오래도록 마음에 머무는 것 같다. 올여름, 내가 찍은 한 장의 사진 위에 짧은 동시 한 줄을 얹어 나만의 작은 동시집을 만들어 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