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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댕이의 사춘기 ㅣ 초록달팽이 동시집 27
김갑제 지음, 송민영 그림 / 초록달팽이 / 2025년 9월
평점 :
〈댕댕이의 사춘기〉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마음이 끌렸다.
요즘 사춘기를 겪는 우리 아이들을 떠올리며 읽기 시작했는데,
책을 펴는 순간부터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총 4부로 구성된 동시집은 말맛과 정서, 그리고 따스한 시선이 고루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1부의 〈대구라예〉는 읽을수록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가 정겹다. 마지막 연의 “니 꽁치는 거 아이지? 어데예, 대구라예~”라는 말에선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뻥이야!〉처럼 장난기 가득한 시에서는 아이들의 솔직함과 귀여움이 그대로 전해진다.
〈댕댕이의 사춘기〉는 제목처럼 사춘기 아이들의 모습을 꼭 닮았다. 씻으라 하면 딴청 피우고, 다가가 안아주려 하면 슬쩍 몸을 피하는 내 아이들의 모습이 꼭 ‘댕댕이’ 같아 사랑스럽고 웃음이 나기도 한다.
2부의 〈다 봄이야〉는 ‘봄’의 계절감과 ‘보다’의 의미가 겹쳐져, 말 그대로 봄을 보게 만든다. 읽다 보면 입가에 달래 냉이 씀바귀 나물 캐보자~~ 봄노래가 절로 흘러나온다. 〈하얀 발자국〉에서는 눈밭의 발자국을 ‘이불 깁는 바느질’에 비유하는 표현이 참 섬세하게 느껴졌는데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나도 모르게 그 발자국을 따라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북극곰의 기도〉에서는 지구 온난화로 터전을 잃은 북극곰의 안타까움이 그대로 전해진다.
3부의 〈아니랄까 봐〉, 〈뽀글 미장원〉, 〈생활통지표〉에서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국민학교 시절, ‘수우미양가’로 나뉘던 성적표와 동네 미장원에서 보자기를 쓰고 뽀글뽀글 파마하던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OO이 아니랄까 봐…” 하시던 할머니의 말투까지 들리는 듯해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진다.
4부의 〈귤 껍질의 땀구멍〉과 〈용왕님의 분노〉는 자연과 생명에 대한 메시지가 인상적이다. 바다를 오염시키는 인간의 무책임함을 꾸짖으면서도, 그 안에 깃든 생명에 대한 연민이 느껴진다.
바다를 오염시키고 생태를 파괴하는 이들을 향한 용왕의 분노가 치솟는 한편, 가여운 바다 생물들을 굽어살피는 측은함이 교차하며, 마음에 거대한 파도를 일으킨다.
아마도 작가님의 마음이 용왕님에게 투영된 것은 아닐까? 이 동시를 읽는 어린이에게도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닿을 것이다.
〈댕댕이의 사춘기〉는 부모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아이는 부모의 눈길을 느낄 수 있어서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언어의 다리, 그 위에 따뜻한 시 한 줄이 놓여 있다. 부모와 아이, 삼대가 소통하며 함께 도란도란 추억을 떠올리며 읽을 수 있는 정겨운 동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