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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탄트 메시지 - 그 곳에선 나 혼자만 이상한 사람이었다
말로 모간 지음, 류시화 옮김 / 정신세계사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자연 치료법을 전공한 미국 출신의 한 여의사는 마치 무언가에 끌리듯 설명 할 수 없는 인연에 이끌려 호주의 ‘참사람 부족’ 들과 호주를 3개월 동안 걷는 여행을 하게 된다. 세상을 떠나려고 하는 ‘참사람 부족’은 그녀를 세상에 자신들의 지혜를 전수할 전달자로 선택하고, 자연에 대한 태도, 진정한 사랑, 사물을 바라보는 많은 부분들을 사막을 걷는 여정으로 그녀에게 보여준다. 그녀와 원주민의 사막 여정은 현대인들이 잊고 사는 많은 소중한 가치들에 대한 경각심을 제공한다. 현대인들이 잊고 살아가는 자연의 소중함, 경쟁이 아닌 상생, 진정한 사랑 등 필수적이지만 등한시 되는 가치에 대한 교훈을 준다. 이를 통해 인간으로서의 ‘행복’의 본질에 대해 한걸음 더 나아가게 만든다.
무탄트라는 이름은 문명인들의 피부색이나 겉모습이 아니라 가슴과 머리의 상태를 가르키는 것인 듯했다. 다시 말해 그들이 보기에 문명인들은 돌연변이와 다름 없는 삶의 태도를 갖고 있었다. 무탄트들은 고대의 기억과 보편적 진리를 잃어버렸거나 완전히 무시하는 사람들이었다.
돌연변이라는 뜻을 가진 ‘무탄트' 라는 말은 자연과 우주와 소통하는 대신 그것을 역행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 현대인들을 의미한다. 책의 제목처럼 ’무탄트 메시지‘는 자연속에서, 사람속에서 살아가는 원주민들이 돌연변이 무탄트, 즉 현대인들을 위한 메시지이다. 삶의 지혜를 전수하여 향후에 있을 인류적, 지구적 재앙을 예방하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이 무탄트에게 많은 것을 가르쳤고, 동시에 그녀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무탄트들은 음식에 소스라는 것을 넣어 먹는데, 그들의 삶에도 소스가 덮여있는 듯합니다. 그들은 진리를 알지만, 그 진리는 생활의 편리함과 물질주의, 불안과 두려움이라는 라는 두꺼운 소스 밑에 묻혀 있습니다. 무탄트들의 생활 속에는 달콤한 맛을 내주는 설탕도 들어 있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달콤한 것만 쫓으면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시간을 피상적이고 인위적이고 순간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면서 보내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자신의 영원한 존재를 개발하면서 보내는 시간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소스. 음식의 소스, 삶의 소스. 음식 본연의 맛보다는 그것을 변형시키는 소스.
어쩌면 우리의 삶 자체도 소스에 가려버린 채 본연의 맛을 잃어가고 있지는 않은가? 달콤함에 현혹되어 그 본질을 잊어가는 것은 아닐까? 이런 부분을 인지하며 내가 직면하는 가치에 대한 심도 있는 사고가 필요하다.
사람이 숨을 쉬고 있다고 해서 다 살아있는 것은 아니다. 숨을 쉰다는 것은 아직 에 묻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일 뿐이다. 숨을 쉬지만 살아 있지 않은 사람이 많다.
(달리기 시합을 알려주고 난 뒤) 우리 중 한 사람이 이기면 나머지 예순두 명은 모두 져야 합니다. 그런 것이 재미있나요? 놀이는 재미를 위해 하는 겁니다. 어째서 문명인들은 사람들에게 그런 경험을 하게 놓고, 당신이 승리자라고 설득하려고 하죠? 당신네 종족에게는 그것이 그토록 중요한가요?
경쟁(競爭). 과연 옳은가? 피할 수 없는 경쟁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쟁 그 자체에 대한 쾌락을 즐기고 있지는 않을까? 어쩌면 함께 하는 상생의 움직임에서 더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는 않을까?
‘물이 되어라. 물이 되어라. 네가 물이 될 수 있다면, 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눈을 감고 물이 되기 시작했다. 걸음을 옮기면서 나의 모든 감각을 이용했다. 물의 냄새를 맡고, 물의 맛을 보고, 물의 감촉을 느끼고, 물소리르 듣고, 물의 모습을 보았다. 나는 물처럼 차갑고, 파랗고 맑고, 잔잔하고, 일렁이고, 꽁꽁 얼고, 녹았다. 나는 물 자체가 되었다.
사막에서 3일 동안 물을 마시지 않으며, 참사람 부족을 이끌게 되는 저자에게 들려온 목소리.
저자는 진심으로 물을 갈망하며 기도했고,본인도 물 그 자체가 되었다. 이 후 나타난 오아시스는 그들의 목을 축여주었고, 이 이야기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마치 어린왕자의 한 장면과도 같았고, 진정으로 원할 때 모든 우주가 들어준다는 것이 떠올랐다. 또한, 아무런 거짓이 없기 떄문에 말을 하지 않고도 텔레파시로 생각을 교류할 수 있는 참사람 부족은 순수함을 가진 부족이다. 상대방에 대한 거짓이 전혀 없기에 텔레파시로 의사소통을 하고, 전 우주에 자신의 필요함을 기도하고, 자연 및 모든 생물체와 이것을 발전시켜가는 그들의 모습은 심히 귀감이 될만하다.
선물은 받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줄 때만 그 것이 선물이 될 수 있다. 선물을 주는 사람이 자신이 주고 싶은 것을 준다면, 그것은 선물이 아니다. 그리고 선물에는 어떤 조건도 붙어 있지 않다. 선물은 조건 없이 주는 것이다. 선물을 받는 사람은 그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선물을 사용하든, 부수든, 내버리든, 그건 받은 사람 마음이다. 선물은 무조건 받은 사람의 것이며, 주는 사람은 그 엇을 기대하면 안 된다. 이런 기준에 맞지 않으면, 그것은 선물이 아니다. 그것은 선물이 아닌 다른 것으로 이름붙여야 한다.
참사람 부족들에게 호주 이민자들이 준 복지 정책은 그들의 선물일까? 받는 사람이 필요로 하지 않는 부분을 선물이라고 호칭하며 이를 제공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남을 위한 선물이 아니라 자신의 ego를 위한 선물은 아니었을까? 호주 백인들의 사례에 국한시키지 말고 나는 어떠한가 한번 돌아보아야 한다.
기약도 없는 시간동안 아무런 장비도 없이, 원주민들과 사막으로 떠난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린채, 시간도 공간도 사람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막으로 떠난다. 도시에 익숙한 피부와 감정은 사막의 햇빛과 바람, 가시 등으로 고통을 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막을 걷는다. 실화였던 저자의 여정은 심히 놀라웠다.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내가 만약 저 입장이었더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에 흥미 진진했다. 또한, 참사람 부족의 우주에 대한 사랑과 교훈, 지혜는 감탄을 자아냈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현대 사회인들에게 던지는 무탄트 메시지가 바로 나에게 던지는 질문은 아닌가 하며 경건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런 삶의 자세를 현실에 적용시키는 것이다. 사려 깊은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회사 업무와 일상생활의 작은 사건사고들로 쉽사리 평정심을 잃는 내 모습을 반성해본다. 진정한 지식과 앎, 그리고 사랑은 책을 통해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현실에 적용함으로써 내 일부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사람 부족은 지구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삶의 지혜는 우리 곁에 있으며 나는 그것을 가슴에 새기고 살고 싶다.
사족.
개인적으로 책의 표지와 종이의 질 자체가 원주민들의 느낌을 물신 느끼게 했다. 의도적일지 또는 비의도적일지는 모르겠지만, 재생 용지와 같은 느낌의 책이 이 책의 분위기를 더하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