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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 - 그래서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래.전민진 지음 / 남해의봄날 / 2012년 10월
평점 :
용기, 위안, 성찰
꿈을 찾아 떠나고 싶은 대학생들에게는 용기를, 작은 회사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며 사는 직장인들에게는 위안을, 대기업에 다니며 만족하지 못한 생각을 가진 직장인들에게는 성찰을 주는 책.
이 책은 그동안 잊고 지냈던 follow your heart 라는 내가 정말 좋아하던 구절을 다시 생각나게 만들었다.
그들이 작은 회사에 다니는 이유는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이 아주 다양했다. 그런데 그래서 재미있었고 의미 있었다. 나의 가치나 생각과 다른 이야기도 많았지만,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고 최대한 이해하고 싶었다. 그들은 오늘도 작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 그래서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나름의 소중한 가치를 따라서.
나는 큰 회사를 다닌다.
사실 작은 회사에 다니는 것은 장단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점과 자율성이 보장되는 일이라는 점에 대한 장점은 분명하지만, 안전성과 수익이라는 실질적인 문제에서 부족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2년전 이런 저런 고민끝에 인생 선배들의 조언대로 대기업을 선택했다. 연봉과 복지, 명성을 택했다. (사실 이건 운이 좋았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재벌기업이다. 그리고 난 그 큰 조직에서 수출물류 process를 담당하고 있다. 작은 회사에서 모든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들과는 달리 조직의 일부분이 되어 특화된 분야에만 전념하고 있다. 늦게까지 일하며 나보다 낮은 급여와 복지혜택을 받는 친구들을 보며 나의 입장에 위안을 받기도 하고, 반면 그들의 성취감과 도전을 보면 솔직히 말해 부러운 감정이 들기도 한다.
대기업 & 중소기업 둘간의 차이가 있는만큼 장,단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어떤 가치에 가중치를 두는가가 두 갈림길에서 선택을 만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시대 대부분의 청년들은 대기업을 선호하고 그것에 대한 준비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나 역시 그러했다.)
일의 즐거움
궁금하다. 지금 이 글을 일고 있는 당신은 어떤 대답을 들려줄지. 일의 즐거움에 대해 무엇이라 정의할지.
일의 즐거움은 무엇일까? 책에 소개된 ‘작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끊임 없이 자문했다. 그들은 자신의 일에 대한 뚜렷한 vision 을 가지고 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즐기며 살아간다. 그런데 나는,, 지금 이들처럼 진정 즐기며 일을 하고 있는것일까? 그들과는 정 반대의 큰 회사를 다니면서 나는 과연 그들처럼 당당하게 ‘나는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일의 즐거움을 찾아가며 생활해야겠다.
다양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다양한 생각
다양한 나무들,,,
사람도, 사람이 살면서 소중히 여기는 가치도 이와같지 않을까? 그리고 그 가치들이 저마다 사연을 품고 다양한 모습으로 자라고 있기에 세상은 돌아가고, 삶은 의미 있는 것 아닐까? 다양한 나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계절에 따라 변화하며 무리 지어 또는 홀로 주변을 아름답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나면 사고의 폭이 넓어짐을 느낀다. 삶의 방향성에 댸한 뚜렷한 나침반도 없이 대기업의 안정적인 삶을 그렸던 나의 2년전의 모습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는 동시에, 회사 이외의 것들에서 나의 즐거움을 찾으려 노력하는 나의 모습에 대한 감사함이 교차한다. 개개인의 삶은 그리고 생각은 똑같을 수 없다. 그 모든 것들이 획일화 될수는 없을 뿐더러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의 말처럼 모든 나무가 그 의미가 있는 것처럼 다름에는 틀림이 없다. 다양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성찰하며 발전하는 내 자신이 되어야겠다.
비교를 통해 주눅이 드는 것이 아닌, 삶의 자양분으로 삼으며 성장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다.
삶의 가치
작은 기업의 비전 = 내가 일을 하는 이유
진정한 자유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
‘시작할 때 딱 서른이었는데, 지금이 아니면 못할 것 같더라고요.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가치는 결국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들고 싶다는 거였죠.
1년 전의 제 작업과 지금 작업물을 비교하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껴요.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으니 아직도 이것저것 공부해 가며 일해요. 물론 규모가 더 크거나 체계적인 곳에 갔다면 제 모습이 지금 어떻게 되어있을지 잘 모르겟지만 지금만큼 창의적이지는 못했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삶을 향한 나의 가치는 무엇일까? 나의 마음이 향하는 곳, 나의 상상력이 시작되는 그곳은 어디일까?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글로 쓰려니 막막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변해왔기에 더욱 그런것 같다. 다만 변하지 않았던 중심은 사랑을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 직업으로써도, 개인적인 삶으로써도. 과연 나는 지금 그 가치를 향해 살고 있는걸까? 살아가며 중간중간 점검해 볼필요가 있는 것 같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지금 이 길이 맞는지. 그래서 살아가다 보면 언덕도 나오고 갈림길도 나오는 것이 아닐까? 잠깐 숨을 돌리며 자신의 가치를 돌아보라고, 그런 다음 확신을 가지고 다시 힘을 내어 걸어가라고.
힘든 시간 그리고 성장
“그래도 막내 시절이 제일 행복한 거야. 책임질 일도 많지 않고 모르면 물어볼 수라도 있지” “누구나 막내 생활이 있고 그 생활이 없으면 성장도 없는다는 것,”
긴 막내 시절을 같이 지나는 동안 그는 이만큼 성장했고 나는 아직도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내가 너무 쉽게 포기한 것은 아닐까 하고 자책하는 마음도 살짝 들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나름의 사정이 있고 각자의 방법으로 자연스레 성장해 가는 과정일 뿐이니까, 나는 또 내 길을 찾아가면 되니까.
“사람은 하루의 반 이상을 일을 하며 보내잖아요. 근데 그 안에서 뭐든 배울 수 없다거나 의미가 없다면 저는 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당연히 즐거워야 하고요”
숙명적으로 맡은 일 안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할지, 아니면 진짜 좋은 일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방황해야 할지. 무엇이 진정 옳은 답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제 나는 내가 마음으로부터 깊게 좋아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 한다. 그와 같이 이것저것 재지 않는 부지런한 걸음으로, 그만 방황을 끝내게 될지, 계속 방황하게 될지 모르지만 말이다.
그도 때로는 연봉, 야근 같은 문제를 고민한다. 그런데 이 바닥 사람들이 다들 비슷하단다. 그럼에도 일이 재미있으니까 하는 거란다. 그냥 정말 막연하게 좋아한다는 것밖에는 다른 이유가 업다고 했다. 애인을 만날 때 단지 돈이 많아서, 안정적이어서 좋아하는게 아니듯이.
직장은 친구다
직장이란 혹은 일이란, 인생이라는 계절을 살아내며 만나는 친구라는 생각이 든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아닌 친구 말이다. 그러니 단지 유명한 사람이나 잘나가는 사람보다는 자신과 잘 맞는, 자신의 마음을 내어 주기에 아깝지 않은 사람이 친구로 적격이지 않을까? 조만간 새로운 일을 할지도 모르겠다. 이번에도 역시 어려울 테고 실수도 하겠지만, 속 깊이 친구를 사귀며 그 친구를 통해 세상을 보다 잘 이해하고 헤아릴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 인생이라는 계절의 봄을 지나고 있는 지금, 좋은 친구들 만나 그 친구와 함께 때로는 아파하고 즐거워하며, 한 계절 한 계절의 진면목을 깊이 알아가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짙푸른 여름을 맞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