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도시
차이나 미에빌 지음, 김창규 옮김 / 아작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처음 접하는 작가의 작품은 늘 두근거린다. 어떤 설렘을 줄까, 어떤 즐거움을 줄까, 어떤 새로움을 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책을 펼치기 때문에 차이나 미에빌이라는 작가의 작품도 두근대는 마음으로 펼쳤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초반에 녹아들지 못했다. 베셀과 울코마라는 두 도시가 서로의 존재를 보지도 않고 듣지도 않는단 설정은 흥미로웠지만 왜 그런 식으로 도시가 이루어져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안보았다' '안들었다' 이런 표현들이 거북살스럽기도 했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베셀의 어느 한 구역에서 낯선 여자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그곳에 놓인 것처럼 나타났다. 볼루 경위는 살인사건을 추적하기 위해 피해자의 신원을 밝힌다. 그런 와중에 그 시체가 울코마에서 넘어왔다는 제보를 받고 그 단서를 추적하면서 피해자의 신원을 밝혀낸다. 밝혀냈지만 더 이상 베셀에서 추적하기보다 제3의 세력인 '침범국'이 관여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볼루 경위는 사건을 침범국에 넘기려고 한다. 하지만 적법하게 국경을 넘어왔다는 이유로, 다시 볼루 경위가 사건을 맡는다.


이 작품의 특이한 점은, 세계관이다.

두 도시가 존재하지만 서로의 존재를 무시한다. 베셀은 울코마를 울코마는 베셀을 보지 않는다. 인접해 있는데, 두 도시가 어우러지는 것을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두 도시의 균형을 맞춰줄 다른 세력이 필요하다. 그 존재가 바로 '침범국'이다. 설정만 들어도 흥미가 돋는다.


하지만 왜 초반이 힘겨울까. 나는 작가 특유의 그 건조한 문장도 이유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세계관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워낙 길었던 탓에 초반이 지루하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 특이한 배경에 살인사건이라는 요소가 있으니 이야기가 더욱 더 알 수 없게 된 것도 한몫 했다. 살인사건과 독특한 배경. 접목하기 어려울 거 같은 것들이 모이니, 생소한 느낌이 들어 읽기 버거웠다.


하지만 세계관을 완전히 이해하고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을 지켜보니 너무나 독특한 글이었다. 베셀과 울코마, 침범국이라는 세계관이 SF적인 설정이라면 살인사건은 분명 미스테리한 설정이다. 이렇게 어울릴 수 있는 조합이 있구나, 이런 식으로 글을 쓸 수도 있구나 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다. 그것은 낯선 문을 여는 것과 같았다. 그 문 너머에 있는 것이 나를 두렵게 할 수도 있고 지루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열지 않고서는 확실히 알 수 없는 것처럼, <이중도시>란 책은 읽지 않고서는 그 진면목을 알 수 없었다.


게다가, 미스테리와 SF는 서로 어우러지지 않고 각기 존재했다. 하지만 점점 이야기를 읽는 과정에서 평행선처럼 균형을 맞췄다. 피해자가 찾으려고 했던 오르시니. 그러나 존재하지 않는 오르시니. 그 존재와 침범국의 관계. 범인이 누군지 알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미궁에 빠지는 이야기들. 스토리와 서사가 놀라운 작품이라 생각했다. 어쩌면 베셀과 울코마라는 특수한 환경 하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이런 스토리가 가능했을 수도 있다. 지금껏 읽은 미스테리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고 지금껏 보아온 SF와는 전혀 다른 느낌인 작품. 이것이 바로 차이나 미에빌의 진가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오히려 끝까지 다 읽고 나서 다음 시리즈가 있길 바란 작품이었다. 볼루 경위의 마지막 사건이 아닌, 최초의 사건이길 바랄 만큼 이 작품에 빠져들었다.

<이중도시>의 매력은, 어쩌면 끝까지 읽어야 알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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