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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우리가 하지 않은 일
김종옥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6월
평점 :
김종옥 작가의 글은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처음 보았다. <거리의 마술사>라는 작품이었다. 나는 그 작품을 보고 숨 막히는 것만 같은 충격을 느꼈다. 학교 왕따 문제를 '마술'이란 소재와 접목시켜서 신비롭게 쓴 이야기였다. 몰입하며 읽었다.
소설집이 나왔다고 했을 때 기대가 컸다. 어떤 상상을 보여줄까,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 하지만 <거리의 마술사>와 같은 글은 없었다. 어느 시간에 머무른 느낌이 강한 단편이 많았다. 어느 시간대에 정지되어 있어서 그 시간을 끝없이 되풀이하는 이야기. 시간을 박제한 것만 같은 단편집이었다. 작가의 추억일지, 작가가 내심 바랐던 기억을 소설로 적은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되풀이되는 '그'와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나는 '추억'을 보았다. 모든 추억이 아름다운 것도 아니고 모든 추억이 슬픈 것도 아니다. 어떤 추억은 그저 추억이기 때문에 존재하기도 한다. <과천, 우리가 하지 않은 일>이 그러했다.
언뜻 보면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벌이는 연애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아니다. 그냥 '그'와 '그녀'의 이야기다. 그들은 사랑을 나누지만 그 사랑은 어딘지 뭔가가 결핍되어 있다. 무엇이 결핍되어 있는 것일까. 그 결핍이 불편하고 먹먹했다. 자꾸만 정지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모든 이야기가 닮아 있고 모든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이 꼭 한 사람인 것만 같다. 그리고 이별. 누군가와 헤어진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녀와 헤어져야만 했던 이야기. 그녀와 헤어진 후의 이야기. 그것이 불편하고 먹먹했다.
또 한 가지, <과천, 우리가 하지 않은 일>은 어렵다. 초현실적인 느낌이 드는 글이었다. 내가 사는 현실을 한 단계 뛰어넘어서 적은 느낌이 강했다. 이별은 그렇게 초현실적인 것일까. 사랑은 그렇게 현실을 넘어서는 일인 것일까. 어딘가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가 많았다. <유령의 집>만 해도 그와 그녀가 모텔에서 대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되지만 그 대화는 석연찮다. 무언가 걸린다. 게다가 모텔 직원과의 일도 어딘지 석연찮다. 그야말로 "유령의 집"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몸은 현실에 있지만 정신은 다른 곳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 이야기가 한두 개가 아닌지라, 난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김종옥 작가의 글은 기대가 된다. 어쩌면 맨 마지막 페이지에 있던 <작가의 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소설가가 되고 싶다던 작가의 고백. 현실과 비현실이 머무는 글 사이에서 건진, 작가의 또 다른 이야기. 그것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나는 작가가 좀 더 많은 글을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과천, 우리가 하지 않은 일>이 특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