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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천명관 지음 / 창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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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있다. 죽은 자가 있다. 남자를 잘 만나겠다고 한 여자가 있다. 나이가 든 할아버지를 돌봐야 하는 청년도 있다. 갱년기를 피하고 싶은 여인이 있다. 시골에서 잘 살아보고 싶은 아이의 아빠가 있다. 범죄를 침묵해버린 대리운전기사가 있다. 잠을 갈망하는 여인이 있다.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어떤 하나의 의문을 품고 살고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무엇이 나은 삶인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나를 포함한 다수의 사람들이 인생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무기력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소설집의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죽어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저 편해지고 싶은 마음뿐일 텐데 지나간 과거를 돌아보게 하고 그리운 이를 만나게 하고, 결국에 자신의 죽음을 마주하게 한다. 절망은 그렇게 반복된다. 누구보다 좋은 남자를 만나야겠다고 단짝친구와 경쟁을 하고 결국 아이를 가졌지만 남자가 떠나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한다. 절망은 그렇게 반복된다. 자고 싶은데, 정말 자고 싶은데 잘 수 없어서 괴로워한다. 나는 자고 싶은데, 잠을 자고 싶은데 밤마다 들려오는 소리에, 누군가 죽었다는 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다. 절망은 그렇게 반복된다. 인생 별 거 있나, 한판 살다 가는 거지, 하고 호기롭게 살아왔는데 나이가 들어 몸이 쇠약해지고 점점 하루 벌어 살아가는 세월이 버거워진다. 빚까지 져서 결국 끝까지 절망적이 된다. 절망은 그렇게 반복된다. 나이가 든다는 게 두렵다. 언제까지나 젊어지고 싶은데, 세월을 피할 수 없다. 스러진다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죽어버린 왕들 앞에서 죽음은 그렇게 의연하게 버티고 서 있다. 하지만 절망은 그렇게 반복된다. 원한 것은 단란한 시골생활이었다. 어쩌면 낙원을 꿈꿨는지도 모르겠다. 돼지 축사만 아니었더라면, 그놈의 개만 아니었더라면 조금은 나았을지도 모른다. 전원의 꿈은 왜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그렇게 절망은 반복된다. 겨울은 춥다. 대리운전으로 살아가기도 퍽퍽한 세상이다. 일이만원 때문에 새벽 늦게까지 운전을 해야 한다. 핑크색 옷을 입은 뚱뚱한 여자는 은밀하다. 그리고 그 비밀을 알아버린 남자는 더 은밀하다. 절망은 그렇게 반복된다. 봄은 왜 그렇게 따스한가. 모든 것을 녹아버릴 것만 같은 빛깔은 가난을 더 두드러지게 한다. 어둠을 더 짙게 만든다. 할아버지와 살아가야 하는 젊은 청년은 그 안에서 무기력을 느낀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느낀다. 절망은 그렇게 반복된다.
 
그러나 그 절망은 정녕 모든 것을 앗아가는가. 그렇지 않다. 그들은 모두 싸웠다. 불가항력적인 죽음은 물론이요, 사랑하는 사람을 손에 넣는 싸움에서, 삶이라는 거센 파도 앞에서, 잠이라는 끈적끈적한 존재 앞에서, 외로움, 근심, 수렁텅이와 같은 질척한 삶 앞에서. 그들은 평범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도 같지 않다. 하루하루 벌어 사는 사람에게 편안함이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은 꾸역꾸역 버텼다. 버티는 게 그들의 싸움법이다. 결국, 누군가를 죽이고 무언가를 불태워버리긴 했지만 그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음을 그들은 알고 있다. 그게 엿 같은 방식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그들이 살아있다고 나타내주는 증명이기도 했다. 저항, 그들은 저항했다. 거세게 몰아오는 인생의 파도 앞에서 악다구니를 쓰며 저항한 것이다. 
 
너는 그렇게 살 수 있는가.
누군가 내게 이렇게 물었다. 너는 절망만이 가득한 세상에서 희망을 찾아낼 수 있는가. 또 다른 이가 물어왔다. 도망치기만 하는 건 인생이 아니다. 다른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절망만이 가득한 세상에서, 유쾌함을 찾아낸다면 그것은 결코 절망적인 삶이 아닐 것이다. 천명관의 소설은 그것을 보여주었다.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은 그들만의 빛을 찾아낸 것이다. 그것은 혈육이거나, 아니면 한 마리의 칠면조이거나, 이혼한 마누라이거나, 이미 죽어버린 아이이거나 하는 것들이다. 노동자가 살아가는 힘은 자기 가까운 곳에 있다. 그것을 잃어버린 순간 그들은 망가져버린다. 그렇기에 필사적이 되는 것이다. 지키기 위해, 지키기 위해, 또한 살기 위해. 
 
인생 별 거 있나. 거칠게 한판 살다 가는 거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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