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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 돌아가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정현주 지음 / 아루카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흰 바탕의 깔끔한 표지에 제목부터 자극적인 이 책은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좀 더 나답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요즘 세상..... 남들보다 잘 입고,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가. 그냥도 살아가기 힘든 세상인데 근본도 알 수 없는 전 세계적인 이상한 전염병에 사람들은 더 힘들어졌고 더 많이 경쟁하고 더 많이 각박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다.
세상이 정말 미쳐서 제멋대로 돌아간다는 생각밖에 들진 않지만.... 그래도 살아야 하기에 각자 저마다의 방법을 궁리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가며 그 안에 속해 있었지만 제대로 알거나 느낄 수 없었던 세상에 대해 알아지기 시작할 때.... 나는 과연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들 때 이런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우리는 주변으로부터 공격 받거나 상처를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누구나 주위로부터 좋은 말과 좋은 대접, 좋은 소리들만 듣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정작 자신이 주변에 주는 상처나 아픔, 모진 말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루에도 열 두번은 더 바뀌는 거 같은 세상 속에서 뒤쳐지지 않으려 열심히 애쓰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리저리 지치다 보면 문득 나만의 스타일과 나만의 생각, 나만의 철학과 멋이라는 것을 가진 채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고 때로는 그것을 쫓아보려 하지만 쉽지는 않다.
이 책은 이런 모든 모습들과 고민들과 그런 힘듦을 해결해 보려는 이들을 위한 조언? 혹은 그러기 위해 애쓰는 이들을 향한 뼈 때리는 말들의 모음집 같은 책이었다.
처음에 읽으면서는 내용을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왠지 겉도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할까? 글이 바로 와 닿지는 않았는데 여유를 두고 조금씩 조금씩 읽어 보니 저자의 뜻과 의도에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 나름대로의 이해를 바탕으로 책을 흡수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나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처음엔 혼란스럽고 힘들었고 부정하고 피하기 바빴다. 그저 삶의 여유가 없어서...혹은 내가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했다. 알 수 없는 강박증 같은 것이 완벽한 나의 모습을 만들기 위함이라는 변명 아래 나를 더 힘들게 만들었고 내 속은 피폐해지고 너덜거려졌었다.
다 내려 놓고 새로 시작하기로 했다. 처음부터 다시.... 그리고 핸드폰 창에 이 한마디 말을 넣었다. '그러라 그래'
나에게 좀 더 관대해지고 쉽게 용서를 하기로 했고 마음이 가고 싶은 곳으로 움직였다.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완벽함보다 자연스러움을 택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주변의 말들과 평가와 시선에 무던해지려 매우 오랜시간 노력했다.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최선을 다했고 못 하겠는 건 못하겠다고 말했다. 참 이기적으로 살았다. 그런데 이렇게 몇년을 애쓰다보니 조금씩 이기적인 정도가 주변과 타협이 됐고 덕분에 참을성이 길러졌으며 마음이 너그러워졌다. 그렇게 애써도 안되던 일들이 조금씩 풀려졌다.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생겼고 나 뿐만 아니라 주변인의 실수와 무례함에도 '그럴수도 있지' 라고 생각하며 세차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아직도 노력중이지만 세상을 향해 너희는 '그러라 그래' 라고 말하며 버틸 수는 있게 됐다.
이 책도 읽어보면 무슨 말인가.....싶다가도 결국 끝에 와 보면 결론은 이런거 였다.
'누구에게나 멋지고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우린 아직 모두가 많이들 애쓰고 있고 노력하고 있다. 그 기준이나 종착지는 우리가 서로 다른 만큼 다를 것이다. 하지만 누구의 기준에도 누구의 평가에도 흔들릴 필요가 없다. 그냥 나만의 방법과 나만의 생각대로 쭉 앞만 보며 가면 되는거다. 그렇다고 주변과의 어울림을 무시하고 네 마음대로 하라는 뜻은 아니다. 흔들리지 않는 굳은 내 마음가짐을 더욱 단단히하고 튼튼히 만들라는 뜻이다.
저자는 나긋나긋하면서도 확신에 찬 말들로 단호하게 말을 하고 있다. 그래서 처음엔 왜 이렇게 극단적으로 가나 싶었지만 그만큼 강한 어조로 글을 읽는 이의 마음을 단단하게 해 주고 싶은가보다 싶어진다.
책의 후반부에는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뜨끔할만한 이야기들과 생각거리가 많아서 좋았다. 내 마음이야 어찌되든 내 뜻대로 한다지만 자식 일 앞에 긴장되지 않고 걱정되지 않는 사람, 누가 있을까.
요즘 이제 막 사춘기를 시작하려 하고 점점 많아지고 힘들어지는 학업 때문에 속상해하는 큰아이를 생각하며 많은 내용들이 공감됐다. 그리고 나의 육아 태도에 대해 반성도 됐고 아이를 위해 무엇을 더 신경써야 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었다. 내 모습이 곧 아이의 모습이 될 수 있다는 말에 더 조심스러워지고 더 신중해지고 더 노력해야겠다는 말은 하면 뭘해다. ㅎㅎ
이 책을 읽으며 제일 많이 생각하고 떠올렸던 건 나, 남편 그리고 아이들이다. 나로 인해 영향을 받는 모든 이들과 나로 인해 평안해질 사랑하는 나의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나는 더욱 더 나 답게, 미쳐가는 세상 속에서 미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애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