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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조금 공부되는 만화
노재승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23년 1월
평점 :
배송되어져 온 책을 보고서.... 깜짝 놀랐다.
책의 표지 그림은 원래 알고 선택했으니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책의 두께는 웬만한 사전만 한 압도적인 사이즈다. 물론 책의 주제가 고전 운문이기에 어느 정도 양이 많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다루려는 것일까? 읽으려니 걱정도 되고 살짝 부담도 됐었지만 웬걸.... 책장을 열자마자 순식간에 끝까지 읽어 내려갔다. 만화책이라는 이유가 있기도 했지만 이 많은 이야기들을 매우 빠르게 진행하며 전달하려는 내용에 군더더기가 없어서 이기도 한거 같다.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 만드셨다는 이 책은 무려 21가지의 고전 작품을 풀이하고 짚어주며 이야기가 진행되어진다. 첫 시작은 손녀와 손녀의 친구를 가르쳐 주려는 할아버지의 이야기인 듯 했으나 가면 갈수록 은행강도를 만나고 뜬금 없이 좀비가 나타나 감염되고 사람들을 구하려고 하며 할아버지가 노인무술에 계승자라는.... 정말 산만하고 연계성 없는 이야기들이 엮여 있어 집중이 잘 안됐다. 극적인 상황에서 중얼거리며 멈추지 않고 고전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가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조금은 이상해 보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들려 주시는 이야기에만 잘 집중하고 따라가다 보면 고전의 의미나 풀이에 귀가 기울여진다. 한참 이 작품들로 수업을 듣고 밑줄을 그으며 읽고 외우고 했던 내용들이 스멀스멀 떠오르기도 했었다.
이 책은 이런 고전들을 내가 먼저 다시 살펴보며 이해한 다음 아이에게 독서와 학습으로 알려 주려고 하는 마음으로 읽어 보자 했던 책이었다. 저자인 노재승 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중등 교과서에 실린 가장 기본적인 내용들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직 고전운문을 접해 본 적이 없는 우리 아이에게는 무슨 말인지 많이 겉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이 고전들을 한번이라도 읽어 본 학생들이 읽어야 책을 따라갈 수 있겠고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이 글에 대해 이런 점을 몰랐구나 하며 되짚어 점검하려는 정도의 학생들이 읽는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책으로 느껴졌다. 아직 고전을 읽지 못한 친구들이라면 이해는 어렵겠지만 이런 작품들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정도로는 충분할 듯 하다.
다소 거친 질감의 종이와 글과 그림은 처음엔 적응이 잘 안되고 글에도 그림에도 집중하기 어려웠지만 뒤로 갈수록 왠지 레트로 감성에 고전 작품들이 주는 느낌을 가감없이 받아들이기에도 딱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같이 읽은 옆지기는 아이들의 경우 웹툰으로 더 잘 즐길 것 같다고 하며 책으로는 집중하고 빠져들 수 있다면 충분히 저자의 의도대로 책을 활용할 수 있겠다 소감을 전해줬다.
어렵고 힘들어하는 고전을 아이들이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게 애쓰신 선생님의 수고가 고스란히 느껴지며 예전 고등학교 수업 중 힘들었지만 나름 재미있었던 할아버지 선생님의 문학 시간이 떠오르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