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걷다
홍미숙 지음 / 글로세움 / 202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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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이 답답한 일들이 계속 되면 그저 아무 생각없이 걷는 일 만으로도 충분히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옛날 이야기를 따라서 그 시절 그 순간을 떠올리며 걷고 돌아다닐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할런지....

그런 내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만한 책이 보여 읽어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옛날 이야기들 중에서 그나마 좀 관심이 드문드문했던 조선시대의 이야기라 큰 기대는 없었지만 단아하면서도 기품이 느껴지고 왠지 모를 다정함과 여유로움 속의 유유자적함을 만끽하게 해 줄 것 같은 표지의 집과 길들이 나를 그 책 안으로 끌어당겼다.

책장을 열어보니 더 매력적이다. 저자가 직접 다녀보고 그곳에서 느낀 기행문 같은 글로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과 함께 옛 인물들과 그때의 이야기들과 현재의 모습을 전달해준다. 무려 10년 가까이 돌아 다녔다고하니 그 정성이 대단하다 싶었다. 그리고 즐거웠을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무한정 그 길이 즐거울수만은 없었던 것이 이 책에 실린 위인들의 이름들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 본 경험이 있을만한 사람들이었기에 함부로 말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저자 역시도 그런 점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한다. 하지만 그런 친숙한 인물들의 이야기였기에 이 책을 접하는 많은 이들이 부담스럽지 않았을 것이고 조금이라도 아는 내용이나 가 본적이 있는 곳의 사진이 있어 더욱 반가웠을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나처럼 학령기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선 더 반갑고 감사했던 책이였었다고 생각한다. 역사를 배우고 위인들에 대해 알기 시작하면 대부분 한번쯤은 자녀들을 위해 역사탐방을 고민하기 때문이다. 동선을 짜야 하고 그곳에 대해 무엇을 알려줄지 공부해야 하고 관련된 인물들과 시대에 대해 줄줄줄 설명해 주고 싶은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책은 그것들에 대한 부담을 어마어마하게 덜어주는 느낌이랄까. 실제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이곳에 한 번 가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그렇구나'하며 고개를 끄덕인 페이지가 한 둘이 아니었다.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래도 그냥 여행을 하고 싶을 때 참고해서 읽어봐도 좋겠다 싶었다.

저자가 길을 몰라 묻고 또 묻고 헤매였던 일까지도 세세히 적어 두었다. 내가 꼭 길을 찾고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이런게 대리만족인걸까. 책을 읽는 내내 여행을 하는 듯 했다. 여러장의 사진들이 글 사이 사이 첨부되어 있어 더욱 그러했던 거 같다.

답사...아니 여행은 순서도 없고 지역적 구분도 없고 인물들의 분류와도 전혀 상관이 없다. 그저 저자가 다닌대로 따라서 한국의 조선과 연관하여 갈 수 있는 이곳 저곳을 다 가본다. 이게 진짜 발길 닿는대로의 여행이 아닐런지. 글을 읽고 있는 내내 내가 돌아다니는 듯한 기분과 여운은 다음 책장을 넘기면서도 그득하다.

오랜만에 여유롭게 여행이라는 것을 떠올리며 즐겁게 읽었던 책이었다. 근본을 알 수 없는 이 전염병의 기승이 좀 잠잠해진다면 실제로 책을 따라 돌아다녀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옛 이야기를 따라 그때 그 조선의 시간을 떠올리며 걸어보는 그 길은 아마 더 정겹고 반가웁게 느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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