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에 가면 니 새끼가 뭐라도 될 줄 알았지?
유순덕 외 지음 / 이화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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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다니는... 아니 유치원....아니 아니 그것도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다면 아이를 둔 부모가 아니더라도 대치동이라는 이름을 못 들어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나는 학령기 아이들을 키우는 학부모로서 그 동네의 이름만 들어도 귀가 쫑긋해지는 반응을 숨길래야 숨길수가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읽었던 이 책은 대치동에 위치한 구립도서관에서 함께 책을 읽으며 아이를 키운 엄마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다.

대치동과....책.... 도서관.... 아이들의 책읽기나 토론 혹은 논술에 대해 이야기 하려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라도 하나 배우거나 따라할만한 것들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 책의 책읽기는 정말 이러한 사심 가득한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좀 애매한 생각과 감정과 복잡한 마음이 들어 이건 어떤 종류의 책이라고 감히 단정지어 말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대치동엔 정말 많은 아이들과 엄마들이 모인단다. 오후4시 출퇴근 시간보다 더 힘들고 괴로운 아이들의 학원 픽업 이동 시간.... 빼곡한 학원가.... 그리고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그곳으로 무리를 해서라도 모이는 사람들. 뉴스에도 자주 등장하는 그곳은 나같은 지방의 아주 외진 작은 동네에 사는 엄마에겐 넘사벽 같은, 정말 다른 세상의 그들만의 리그로 보여지던 곳. 여기에서 저마다의 목표와 이유로 이곳에서 아이를 키우며 자신들이 겪었던 경험담을 들려준다. 물론 성공한 이들도 있고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현실에 또다른 대안을 찾아내거나 전혀 다른 방법을 찾아 낸 이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었다. 제목과는 다르게 다들 뭐라도 되긴 되는 거 같았다. 가는 길과 방법들이 각자 다 다를 뿐... 적어도 내 눈에 여기 나온 어느 아이의 경우라도 실패나 좌절이나 누구나 공감할 최악의 경우는 없어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드는 생각이..... 왜? 무엇을 위해 우리는 공부하고 있는 거지? 그곳에서 버티고 이겨낸 아이들의 경우에도 그게 과연 끝일까? 아이들은 결과에 만족했었고 원했던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과연 내가 내 아이에게 어떤 부모인지, 나의 역할은 무엇인지, 어떤 조력자가 되어야 할 것인지, 우리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에 대해 방향을 틀어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주 조금 솔직한 생각으로는 나처럼 이렇게 느슨한 엄마표 학습으로는 초등학교는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중학교때 가면 후회하지 않을까...... 이제라도 학원이나 과외를 알아보거나 그나마 조금이라도 상황과 조건이 나은 옆동네로 이사를 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고 고민이 들었다는 것이다.

안그래도 나만 학원을 안 보내는 거 아닌가? 공부를 너무 적게 시키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 고민되던 차였는데..... 기름만 부은 격이었다. 이런 마음 다잡고 내가 더 열심히! 더 꼼꼼하게 가르쳐야지 하며 책을 통해 배우자 싶어 읽었던 책인데....

그래서 복잡했고 고민이 됐었다.

내 아이가 자라고 학습하기에 좋은 환경, 좋은 조건이란 과연 무엇일까?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내가 내 아이를 얼마만큼 잘 알고 공감하고 함께 할 수 있는지에 따라 아이도 덜 힘들면서 원하는대로 또 엄마도 후회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과를 이끌어 갈 수 있겠구나 라는 것이었다.

저자는 이들이 교육과 성장에 관해 이야기하는 듯 보여도 사실은 독서를 통해 스스로 성장한 엄마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고 소개했다. 약간은 공감이 안되긴 했지만...(이 엄마들이 읽은 책의 리스트들만 봐도 음..... 읽어본 것도 있고 읽어 보고 싶은 책도 있지만 쉬운 책들은 아닌 책들이 많았다. 나도 언젠간 꼭! 반드시! 읽어보는 걸로) 이 엄마들은 책을 통해 그리고 철학과 인문학을 통해 자신을 다잡았고 고민했고 아이들에 대해 무엇이 과연 옳고 가치있는 것인지를 판단하는데 도움을 받았다. 물론 책읽기를 통해 완전한 답을 얻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기간의 이러한 책읽기를 통해 답을 얻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이 엄마들의 꾸준하고 깊이가 있으며 생각하고 고뇌하고 내 안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친 책읽기가 이렇게 아이들을 대하고 이끌어주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그리고 아이보다 나를 먼저 들여다 보게 해주었고 나를 더 잘 알게 하였다는 쪽으로 좀 더 어필하여 주었다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2015년 독서토론자료(p.249)를 보는 중에는 신입 회원들의 직접적인 컴플레인과 그에 대한 대처방법까지 지나치게(?) 상세히 적힌 것을 보고 진지하게 읽다가 피식 하고 웃음도 났었다.

책읽기는 같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 권장하고 싶은 취미이다. 책을 읽다보면 얻는 것도 알게 되는 것도 생각하게 되는 것들도 많고 내가 어떤 부모가 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어서 참 좋은 것 같다. 물론 맛있는 음식들을 나눠 먹으며 한바탕 수다를 나누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차분히 나를 다독이고 좀 더 다듬어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인생의 선배(?)가 되고자 한다면 책읽기도 좋은이들과 함께 같이 하면 좋을 것 같다. 생각난김에 내게 있는 그 소중한 벗에게 이 책을 슬쩍 읽어보라 할까 한다. 그녀는 과연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할 것인지 한 번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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