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시대의 지성 이어령과 ‘인터스텔라’ 김지수의 ‘라스트 인터뷰’
김지수 지음, 이어령 / 열림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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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이라는 이름 세글자를 듣노라면 나는 수능이라는 단어와 국어, 문학이라는 과목들이 연관지어 떠오른다. 워낙에 유명하시고 대단하신 분이라 이름은 알고 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공부로 그 이름과 글들에 대해 알게 된 분이어서 그런지 그분의 세계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그런 그분이 죽음과 탄생과 삶에 대해 마지막 가르침을 주시려 타인의 손과 노력을 빌어 나오게 된 책이다.

스스로 글을 쓰시려 해도 더이상 글을 쓸 수가 없더라는 말씀을 하시는 걸 책에서 읽었는데 글 그대로의 의미로 받아들여서인지 나는 남의 손을 빌려 지혜를 전하고자 하시는 걸로 이해를 했다.

책이 쉽지는 않았다. 그러면 안됐었지만 글 그대로의 뜻을 받아들이며 읽으니 무슨 말을 하시고자 하는지도 시작 무렵에는 어렵기만 했다. 하지만 책에 대한 소개글부터 찬찬히 다시 읽으며 아주 오래 전 읽었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라는 책이 떠올랐고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많은 지혜와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도 비슷했으며, 만나서 인터뷰를 하는 날도 똑같은 화요일인지라 한국판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읽는다 생각하고 최대한 부담 없이 읽어 보려 애썼다.

책을 읽어 나가며 점차적으로 아주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었고 얼마나 많은 생각들을 하셨는지 삶을 살아오며 어떤 지혜와 연륜을 얻으셨었는지에 대해 빙산의 일각만큼씩 이라도 느끼게 되다보니 나도 이 정도의 나이와 이 정도의 삶을 살아내면 이런 현자가 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정도로 대단함이 느껴졌다.

지금은 잠시 멈추었던 나의 본업도 탄생과 죽음 중 죽음에 더 가까이에서 맴돌았던 일이었는지라 나는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한 적이 많이 있다. 누구에게나 다 죽음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선생님처럼 평온하고 덤덤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이도 있었지만 내가 본 죽음은 거의 대부분이 갑작스럽거나 슬프거나 지치거나 힘들고 아픈 죽음들이 많았기에 그닥 좋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 태어나는 것도 죽는 것도 내 의지대로 되는 일이 아니듯이.... 그냥 그 모든 순간들과 과정을 주어진 그대로 받아 들이고 견뎌내는 것인데 개인에 따른 차이가 그 순간들의 다름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힘들고 완치의 확률이 낮은 치료를 선택하는 대신 주어진 죽음을 받아들이고 준비하고 지나간 시간들을 마무리하며 먼저 떠난이들과 남을 이들을 위해 지난 이야기들과 생각과 깨달음들을 남기는 것....그것이 그가 제일 원하고 바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라고 보여졌다.

책을 읽고 있노라니 죽음이 더이상 공포와 두려움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생각해 볼만한 것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내가 그 순간을 맞이하게 될 때 나는 어떤 모습을 하게 될지....아픔들을 두려워하거나 점차 내가 내가 아님을 받아들일수가 있을지를 걱정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후회하지 않고 그저 오늘이 가고 내일이 오듯이 당연하게 그 순간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길 바래본다. 미래에 내가 그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을 때 지금의 내 모습과 삶에 대해 후회하거나 미련을 가지지 않길 바래본다. 그리고 인생의 대 선배님이신 선생님의 가르침들을 통해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되어 앞으로의 시간들을 잘 살아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이 책은 선생님에 대한 나의 관심과 선생님의 엄청난 지혜들을 배우고자 하는 나의 바람을 담아 앞으로도 여러 번 다시 읽어 보아야 할 책이 되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책의 끝으로 갈수록 슬펐고 눈물이 났었지만 이어령과 함께한 화요일의 이야기들은 자꾸 생각하고 고뇌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인생은 파노라마가 아니야.

한 커트의 프레임이야.

한 커트 한 커트 소중한 장면을

연결해보니

파노라마처럼 보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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