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냥 즐기려고요(김태균 강박 탈출 에세이)
김태균 지음 / 몽스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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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래의 사람들이거나 아니면 라디오를 좋아하는 사람들 혹은 재미난 이야기와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고 누구나 다 엄지 척을 하는 사람들. 컬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교대 근무를 하던 나의 출근길이나 퇴근길에 애매한 오후 2시에서 4시. 라디오 방송 시간을 맞추려고 이리 저리 열심히 뛰었던 생각이 난다. 이어폰 너머로 들었던 라디오에서의 웃기고 재미나고 황당하고 특별한 이야기들은 그날의 피로와 긴장을 날려 주기에 충분했었다. 지금도 특별히 웃기거나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들이 여러개의 짤로 구성되어져 그들의 목소리로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남들에게 그렇게 즐거움을 많이 주는 사람들은 늘 행복하고 재미나고 즐거울 줄 알았는데 정찬우님의 공황장애 이야기와 아버지 이야기, 그래서 방송을 오랜 시간 쉬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음이 많이 아팠고 얼른 나아서 돌아오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반면 김태균님은 태교에 관련된 책도 내셨고 혼자서라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라디오 프로그램을 잘 이끌어 내셨어서 대단하면서 특별한 사람인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분이 새로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내셨는데 이번엔 소리가 아닌 글로, 남의 이야기나 사연이 아닌 본인의 이야기를 책 속에 담아서 모두에게 덤덤하게 풀어냈다.

나이 쉰이 되어서...이만큼 살아오면서 나는 어떤 아이였고 어떤 남자였으며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아픔과 행복과 기쁨 혹은 슬픔을 겪었었는지에 대해 가벼운거 같으면서도 고해하는 듯한 마음을 담아 글로 써낸 거 같았다. 착한 아이, 착한 사람과 같은 남들이 정해 준 틀 속에서 벗어나 조금은 자유롭고 조금은 편안하고 많은 부분을 인정하고 자연스레 보여주겠다는 자세로 남이 아닌 나에 대한 이야기를 친구나 이웃에게 말하듯이 편안하게 말이다. 웃기려고 애쓰지 않아도 공감 받으려 힘을 쓰지 않아도 누구의 목소리를 흉내내지도 않으며 조금은 우울하고 속상했고 부끄러웠던 내 모습도 끄집어 냈고 가족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듬뿍 담아 늘 그리워 하는 마음으로 자신만의 애정을 전달했다.

누구나... 아니면 어느 정도의 삶을 살아내거나 시간을 지나온 사람이라면 나의 삶에 대해 돌아보게 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남은 삶과 인생을 꾸려 나가볼 것인지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되는 거 같다. 나 역시도 그랬고 지금도 그런 거 같다. 그런데 이 형체도 없고 밑도 끝도 없는 나에 대한 돌아봄과 생각함과 고뇌는 참.... 뭐라고 말하기도 풀어내기도 어렵다. 뭐가 답인지도 모르겠고 내가 믿는다고 생각했던 나의 주변인들과 함께 터 놓고 이야기하기도 진지하게 상의를 하기에도 쉽지 않는 거 같다. 김태균...그도 그랬나 보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원래도 글을 잘 써냈던 사람인거 같았는데 진솔하게 자신을 내려 놓고 터 놓는 글을 쓰니 오히려 자신에 대해 더 담백해지고 편안해졌다는 말이 많이 공감이 갔었다. 하지만 그런 글을 쓰는 것 조차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역시 대단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물론 그런 수식어 조차도 싫다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ㅎㅎ

에필로그에 그의 마음이....그가 하고 싶은 말이 다 담겨 있는 거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 말이 가슴에 팍 와 닿았다.

..너무 잘 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으니까요.

소중한 것들을 늘 가까이에서 찾으시기를!

무엇보다 나 자신을 챙기시기를!

이어지는 그의 클로징 멘트.

소중한 오늘, 지금,

내일로 미루지 말고 남은 하루 최선을 다해서 행복하세요.

늘 가족을 위해 애썼고 지금도 애쓰고 있을 그의 모습이 상상이 되면서 마음이 찡해지는 것을 느낀다. 늘 그림자처럼 그사람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그의 아내와 아들을 보며 나도 내사람에게 그런 든든한 사람이 되어 주어야 겠다고 생각해 본다. 그리고 특별하고 대단한 연예인 김태균이 아닌 푸근하게 생긴데다 웃긴 옆집 아저씨 김태균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런 그가 조금 더 오래 나에게 혹은 우리들에게 즐거움과 편안함을 주었으면 좋겠다. 목소리로든 글로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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