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무리하지 않겠습니다 - 일과 인간관계에 치이지 않는 직장생활 탐색기
길진세 지음 / 니들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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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해 큰 기대나 별 생각이 없이 읽었다.

왜냐하면 나는 그 살벌하고 치열하며 온몸의 피가 바짝 바짝 마르는 듯 하고, 생각만해도 이가 덜덜 떨리는 듯한 전장과 같은 직장 생활을 접은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아직 직장에 남아 있는 내 동기들이나 선후배들 혹은 친한 동생들에게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됐다.

이 책은 내가 겪었던 그 시절의 입사 준비와 새내기를 거쳐 주니어급 직장 생활, 그 이후 어느 정도 선배급이 되었을 때의 상황들과 경험들과 기억들이 생생하게 떠오르도록 만들어 주었다. 책을 읽으며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됐고 함께 희열을 느꼈으며 그땐 왜 그랬었는지 지금 내가 만약 저 상황에 있다면 어떻게 했을지를 생각해 보기도 했고 요즘 세대의 직장인들은 어떤 고충과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지 그들에게 과연 직장과 직업이라는 것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회사와 조직에 뼈를 묻겠다... 조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라는 표현까지는 쓰지 않았지만 나 역시도 그런 마인드로 직장을 다니던 그런 사람이었다. 여기 한 번 입사하면 내 손으로 사표를 쓸 일은 없을 줄 알았고 일 잘하는 능력있는 직원으로 인정 받고 싶었고 그렇게 되기 위해 무던하게도 노력했던 그런 적이 있었다. 그만두고 나니 왜 그렇게까지 했었나 싶지만 그때는 그게 정답이라 생각했고 누구나 다 그렇게 하고 있다 알고 있었으며 부모님들도 그래야 하는 거라고 하셨기에 당연히 그런 줄로만 알았다.

요즘은 시대가 바뀌어서 그런 소릴 했다간 꼰대 소리는 기본이고 제정신이냐는 말까지 들을 수 있다던데.. 설마 했었다. 하지만 아직 직장을 다니고 있는(??) 남편의 말을 들어보면 시대가....세상이 참으로 많이 바뀌었구나 라는 것을 실감한다. 휴가를 쓰기 위해 본인 대신 대근자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배에게 당당히 전화해서 물어 보는 후배들이 많이 생겼고, 같이 근무하는 선배를 위해 선배 몫까지 대신 일을 처리하는 그런 싹싹한(?) 후배는 이제 없다. 네가 해야 할 일과 내가 해야 할 일은 분명 따로 존재한단다. 남편 역시도 별 이변이 없는 한 업계에서 제법 여러모로 조건이 좋은 이 직장에서 정년을 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데 후배님들은 아직도 다른 직업과 직장을 위해 아직도 기웃거리고 있다 한다.

처음엔 왜 피곤하게 살까? 라고 생각도 들었고 이 정도로도 성에 차지 않아서 그런가? 배가 불렀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지난 내 직장에서 보았던 후배들의 모습과 남편 회사에서의 후배들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또 어느 정도 수긍이 가기도 한다.

난 이제 직장에 다니지 않으니까 상관 없어. 신경 쓰지 않아 라고 말하기엔 언제 갑자기 복직할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고문을 스스로 하고 있는 내게 아직 내려 놓을 수 없는 끈같은 이야기였고, 눈 깜짝할 사이 내 아이들이 커서 겪게 될 사회의 모습인데다 책 속에 나오는 이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곧 이 시대의 시대상과도 같다는 생각을 한다면 이건 결국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일이기에 아예 모른 척 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평소 꼰대, 라떼 같은 말들로 선배와 후배의 교감을 끊어내는 말들이 아쉬웠다. 분명 필요한 말들이 있을 것이고 도움이 되는 것들도 있을텐데..... 안타까웠다. 저자도 그렇게 생각하다 결국은 주변의 평판이 의식되어 후배에 대한 참교육(?)에 굳이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는데 왜 이렇게 바뀐거지? 싶었다. '회사 생활 하면서 느낀 나만의 그랜절' 이라는 대목에서는 그 드라마와 웹툰을 잘 보지 않아 어떤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평판을 쌓아나가기 위한 신경쓰면 좋을 '그랜절' 리스트 부분에선 극히 공감이 됐었다. 직장 시절 실제 이런 그랜절들을 모두 다 실천하는 직장생활의 달인 같은 후배를 만난 적이 있었다. 얼굴도 예뻤는데다 사근사근하기 까지 해서 모두가 좋아했다. 인사고과도 좋았고 늘 환영 받는 존재였었다. 나 역시도 저자가 말했듯이 이걸 다 하라는 뜻은 아니지만 실제로 지켜 본 바로는 분명 저런 '노력'들이 먹히더라는 거다.

책 표지에 나와 있듯이 저런 걸 다 지키며 힘든 직장 생활을 해야 할 필요가 없다. 하라는 사람도 없고.... 덜 부딪치고 덜 불편하고 덜 힘들기 위한 회사 생활의 기준을 찾아 감정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현명한 직장 생활을 하라는 거다.

개인의 삶도 중요하고 직장과 조직의 발전도 중요하다. 누구를 위해 일을 한다기 보다는 나를 위한 일을 해야 하는 것으로 세상도 바뀌었다. 워라벨이라는 말이 있듯 일도 내 삶도 적정한 점을 찾고 맞추어 무엇을 얼마나 하던지간에 서로 '더 이상 무리하지 않는 걸로' 해야 평안해진다는 아주 소소하면서도 중요한 삶의 팁을 우리는 찾아야 하는 것이다.

적절히 치고 빠지고 존버(존재하고 버티는)하며 세상을 사는 요령... 굳이 직장이 아니더라도 분명 필요한 능력이다. 이 책을 읽어보며 나만의 팁과 포인트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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