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철학 - 소란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인문학 편지
윤성희 지음 / 포르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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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역사 시간에 배웠던 다산 정약용에 대해 기억하는 건 아마 그에 대한 극히 일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그 때에서 한참 지난 요즈음에 그와 그의 생각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지극히 현실적이되 이성적이며 기본을 지키려 애썼고 주변의 숱한 고뇌와 역경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 의연하면서도 태연한 그의 모습에 호기심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그의 업적을 보고 배웠을 때 이 사람은 어떻게 이런 생각이 들었고 이런 것들을 어찌해서 알게 됐는지에 대한 정말 별 거 아닌 궁금증부터 그 사람 자체가 궁금해지기까지 나는 정말 이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보고 알고 싶었다. 정말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게다가 나는 아직 잘 알지 못할 뿐더러 감히 접해 볼 엄두가 나지 않는 인문학에 대해 관심 가지거나 책을 읽고 알려고 애쓰시는 분들이 한번씩 언급하는 다산의 철학, 다산의 사상과 생각이라는 말들을 어깨 너머로 들으며 그게 과연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점점 커졌었지만 어려우면 어쩌나 하는 거부감도 있었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나는 그저 표지만 보고 무모하게 고르게 되었던 이 책 덕분에 너무 어렵지 않게 그러면서도 재미있고 친근하게 그의 생각을 아주 조금이라도 알 수 있게 되어 나 혼자만의 작은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책 읽기를 할 수 있었다.

이 책의 대부분은 다산이 두 아들과 제자와 지인들에게 쓴 편지글의 내용과 해석이 실린 글들이 엮여 있었다. 어렵고도 난해했을 이 편지글들을 그나마 부분적으로라도 나같은 이들이 알아 들을 수 있도록 임자헌 선생님께서 번역하신 내용을 담아 냈고 또 그 것을 저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서 이야기 해 준 덕분에 읽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리고 요즘과 같이 어려운 시대와 상황들을 자주 겪었거나 혹은 겪게 될 많은 독자들에게 왜 지금 우리가 그가 남긴 글을 통해 위로 받고, 방법을 강구해야 하고, 마음을 바로 먹어야만 하는지를 생각해 보게 해 주었다.

엄연히 처한 시대도 다르고 상황도 다르다. 하지만 지금에 비해 결코 가볍거나 쉽게 넘길 일들과 시간은 아니었다. 유배지에서의 18년..... 자식들과 형제들을 통해 느끼게 됐던 큰 아픔, 동료와 친구들 주변의 시기 질투에 이리 저리 치이던 그의 일생들.... 모습만 다를 뿐 지금과 별 차이 없는 파란만장한 인생을 겪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그는 그가 가장 합리적이고 이상적이라 생각했던 자신의 소신을 지키기 위한 모습들을 보며 과연 가능했던 일이었는지, 나라면 그렇게 대처하거나 말할 수 있었겠는지를 생각해 보게 됐었다.

'나를 지키라'는 편지는 단순히 생각해 본다면 자기 합리화 혹은 지나치게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모습이지 않는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또 반대로 생각해 볼때 줏대 없이 이리 저리 흔들리고 치이는 삶은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혼란에 빠져들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나타나는 그 만의 한끗 차이는 기본적인 신념은 지키되 이해와 생각의 폭은 넓게 하고, 생각하고 궁리해서 알게 된 것들은 실천하려 애쓰는 그의 삶에 대한 태도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 하게 됐다. 우리는 그의 이러한 모습을 따르거나 그 속에서 깨닫게 되는 나만의 타협점, 혹은 흔들리지 않는 나를 지키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을 겨우 끝까지 읽기는 했지만 아직은 내게 다산의 사상과 철학이라는 것은 쉬운 상대가 아닌듯 하다. 하지만 그닥 어렵거나 걱정했던 것 만큼 거부감이 들 어려운 책도 아니었다. 그의 편지글들과 그의 일생을 풀어 해석해주는 글들을 통해 그의 인간적인 모습들과 함께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같아도 뿌리가 뽑혀 나가지는 않았던 유하면서도 강했고 솔직했었던 그의 모습들을 알게 되면서 더욱 알고 싶어졌고 궁금증과 관심이 커졌다고 할까.

배우고 싶어졌다. 더 알고 싶어졌다. 그리고 얇은 귀와 좁은 시야와 생각에서 벗어나 좀 더 대범하면서도 자신감 넘치고 흔들리지만 이리저리 치이지 않는 나만의 방법과 모습을 찾고 싶어졌다.

이 책은 내게 그 시작을 도와 주었던 그런 책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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