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남편이 얄미워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 가슴 시린 마흔, 아프면 나만 손해다
임보라 지음 / 대경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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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이란 숫자가 뭐 그리 큰 의미가 있겠나 하며 받아들인 거 같았지만 40이 된 지 9달이 넘은 나에겐 또 한번의 성장통을 겪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그저 덤덤하게 받아 들이려고 어제와 오늘이 그닥 다르지 않다고 말하고 증명해 보이고 싶지만 이미 마음부터 몸까지 많이 아프고 돌봄이 매우 절실한 상태이다.

이런 나에게 이 책의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다부진 몸매에 살아있는 눈빛, 그리고 40이라는 숫자.....

책의 전체적인 내용이 운동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반은 그랬고 나머지 반은 그러지 않았다. 처음 모습은 여느집에서나 다를 것 없는 모습과 보잘것 없어지고 나조차 챙기지 않는 내 모습을 들여다보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온 암과 수술 그리고 애 둘 낳고나서 비루해진 내 몸뚱이와 내 삶. 저자는 직업이나 있었지 나는 아이 둘을 낳으며 내게 중요했던 내 일을 아예 빼앗겨 버렸다. 저자에겐 미안하지만 차라리 아프기라도 했다면 현실 타협이라도 했겠다만 나는 그러지도 못한 처지라 더 마음이 쓰라렸다. 힘든 삶을 깨어 부수고 살기 위해 시작했던 운동으로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와 마음을 바꾸었고 살아야 할 방법을 깨달았다 하지만 나는 지금 어떤 상태인건지 조차 알 수 없다.

코로나 때문이라고 말을 하겠지만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줄었다. 그래서 그나마 겨우 끌려 다니던 헬스장도 못 가고 집에만 있으니 더욱 우울해져서 나도 일단은 나와서 동네 한바퀴라도 걸어본다. 이런 것도 운동이라 할 수 있을까 싶다. 책의 후반부에는 운동과 식단에 대한 조언과 경험담이 실려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턱도 없겠구나 싶었다. 나 같을 때 그녀는 어찌 했었나, 나를 돌보다 내 아이들은 누가 살피나 하며 이야기를 읽고 있었으니.... 게다가 아이가 남긴 음식을 먹는 모습에서는 내 모습이 겹쳐져서 그렇게 밉고 한심스러워 보일 수가 있을까 싶었다. 눈물이 났다. 원래 이런 의도로 쓴 책은 아니었을텐데.....내가 겪고 있는 마음앓이를 남도 겪었다는데서 동지애와 비참함과 참담함이 느껴지면서 더욱 좌절감 같은 마음도 느끼게 됐었다. 왜 이러는지... 아무튼....

이 책에서 알려주는 운동의 강도는 쉽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식단을 살폈는데 PT를 받으며 운동을 하는 티가 확 나는 식단이었다. 고개가 절래 절래 되었다. 같은 헬스장에 그만두지 못하고 꾸준히 다닌다는 회원의 이야기를 올려주셨던데 내가 운동을 했다면 아마 저런 모습이지 않겠나 싶었다. 하지만 40이 되어서 하는 운동에서 식단은 과거의 시간들과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강조하고 예시를 들어 주어 '이건 정말 중요한거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또 한 번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지금 나는 무엇을 제일 먼저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였다. 나 혼자서 하는 운동 또는 공부였거나 혹은 일을 위해서라도 억지로라도 웃고 움직였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내가 나 자신을 위해 모든 시간과 일정을 맞추어 움직인다면 내가 하고 있는 일들과 챙기는 것들의 공백은 누가 과연 채워줄 수 있는지가 걱정되어 쉽사리 따라 해 보고 싶다는 용기가 나질 않았다. 특히 나만 바라보고 있는 두 아이들을 생각하면... 그 아이들 때문에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일도 그만두었는데.... 라고 생각하면 답이 떠오르질 않는다. 그래서 약간은 책 내용과 거리감이 들었던 점도 사실이다. 각자가 처한 현실과 상황은 다르니 나는 이 책을 읽고서 내게 맞는 것들과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 보아야 했다.

장미빛 희망을 찬양하며 뜬구름 잡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의 이야기는 바라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렇게 읽고 나서 생각이 많아지는 책 일 줄은 몰랐다. 그 덕분에 비록 육체적인 스스로의 돌봄은 엄두를 내지 못하겠더라도 내 마음을 살피고 나의 내면을 바라보는 계기는 된 듯 하다. 그리고 좀 더 나은 모습의 내가 되기 위해서 저자만큼의 실천력과 행동력들을 보여 줄 수는 없겠지만 확실한 건 지금보다 나아진 모습을 갖추고 조금은 더 의욕적으로 삶을 살아보자는 다짐은 했다는 것이다.

나도 언젠간 책 속의 그녀처럼 자신있게 내 이야기를 남 앞에 할 수 있게 되길 바래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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