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 - 괴짜 선비 연암이 보여 주는 진짜 여행 처음 만나는 고전
손주현 지음, 홍선주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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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는 조선 정조 4년에 청나라 건륭 황제의 70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보내는 사행단을 따라 다녀 온 연암 박지원이 기록한 청나라 여행기이다. 이 사행단의 최고 책임자인 연암의 팔촌 형님 박명원은 능력 있고 뛰어난 사촌 동생이 안타까워 이번 사행단 일행에 자신을 보좌하는 자제군관으로 임명하여 데리고 간다. 과거 시험에 붙어도 최종 시험에 백지를 내 버리며 관직에 나갈 생각이 없는 연암은 실학에 관심이 많아 동료 실학자들에게 전해 들었던 청나라에 대해 늘 궁금했던 터라 따라 나서게 된다.

이 책은 연암의 입장에서 연암이 이야기 하듯이 자신의 기록을 들려 주는 것이 아니라 제 3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여행을 들려주고 실제 기록들을 알려주면서 전체적인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고 있다. 그래서 글을 읽으며 몰입을 할 수 있는 직접적인 느낌은 덜 했지만 전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여행을 출발하는 이들이 인삼과 청심환을 법이 허락하는 만큼....아니 최대한 걸리지 않을 만큼 두둑히 챙겨 떠났지만 연암은 말 한필에 붓과 벼루, 먹, 공책등을 단단히 실어 떠난다. 일행들이 왜 저렇게까지 하는지를 책이 설명해주어 쉽게 읽고 넘어갈 수 있었고 실제 연암도 청심환을 중국에서 알게 된 친구들에게 선물을 하기도 한데다 곤란한 상황이 생겼을 때 사용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며 웃기기도 했다. 청심환을 얻으려고 얄팍한 꾀를 부리는 청나라 사람들의 모습에서 괘씸하기도 했지만 가짜도 없어서 못 구한다는 말에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역시 어느 시대에 어디를 가더라도 진심으로 한국적인 것은 먹히는 것인가하며 자랑스러운 마음도 함께 들었다.

가는 길이 가깝지 않은 만큼 중간 중간 볼거리와 알게 되는 것들도 참 많다. 그리고 그의 여행 기록은 큼직 큼직하게 어디에 도착했다, 어디는 어떻다가 아니라 어느 지역을 도착해서 그곳을 지나는 동안 계속 실제 그곳 사람들의 생활은 어떠하고, 어떤 것을 보았는데 이런 것은 우리 나라의 우리 백성들에게도 가져다주면 많은 도움이 되겠다고 말하는 정말 세세한 것들을 면밀하게 살피고 물어보며 실생활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에 대해 기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 유교사상에 눈과 귀를 닫고 내가 사는 세상만이 전부인 듯 생각하고 행동하는 양반들의 모습을 둘러서 비판하거나 혹은 직접적으로 잘못된 점을 기록하며 안타까워했다. 중국 사람들을 오랑캐라고 부르며 그들의 문화와 생활을 존중하려 하지 않고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답답함을 글로 계속 남겼다. 그리고 자신은 학문적으로나 새로 발견한 것들 그리고 궁금했던 것들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보고, 듣고, 물으려 다니는 모습을 보였다. 연암을 보필하거나 그와 함께 여행을 하던 일행으로 내가 있었다면 저렇게 가만 있질 못하는 연암을 신기하거나 혹은 불편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다행히 다들 그를 이해하고 받아주어 여행 중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에 상관없이 목적지에 도달하게 된다. 청나라 관리의 실수들 덕분에 며칠을 잠도 자지 못하고 쉬지도 못한 채 걷고 또 걸어가다 말잡이도 병을 앓고 연암도 지쳐 쓰러지기를 반복했다는 내용을 보니 매우 안타까웠다. 지금이야 비행기를 타고 이동을 하고 연락을 취할 수도 있지만 그 당시엔 오로지 말과 내 두다리만 믿고 앞만 보며 걸어가야 했으니 어우.... 그 괴로움이 고스란히 느껴질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는 길에 많은 중국인 친구들을 사귀고 글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현지 사람들에 대해 민폐를 주거나 사행단을 포함하여 조선 사람 모두가 욕을 먹지 않도록 늘 행동을 조심했다는 모습을 보며 이런 점은 현 시대의 사람들도 좀 보고 배울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암은 주로 실생활에 대한 관심이 많았지만 그 지역과 우리나라가 얽힌 관계나 과거의 역사, 그리고 당시의 청나라와 주변국에 대한 상황에 대해서도 기록을 해 두어 읽는 재미도 있는데다 알게 되는 것도 많아서 열하일기가 당시 사람들에게 많은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도 한 거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가 있다. 자신이 겪었던 경험담이나 실수담, 혹은 알게 된 이야기들을 실감나게 전달해 주고 희화화하여 재미까지 있으니 당시의 베스트셀러가 될 법도 하다 싶었다. 연암 자신의 모습을 어딘가 어설프면서도 웃기게 표현하고 다 같이 한바탕 웃었다는 실제 글들을 보니 연암이 대단하고 큰 사람이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말과 가축을 제대로 키우고 관리하면 좋겠고 수레를 우리 백성들도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모습을 보니 이런 사람이 실제 나랏일을 하는 사람이 되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도 들었다.

작가는 열하일기가 인기있는 요인을 글의 시작 부분에 세가지 이유가 있다고 적었다. 그의 글솜씨가 좋았고, 사건을 앞뒤가 맞게 기록하면서 읽는 이의 관심과 재미를 끌만한 이야기들을 배치를 잘 하였으며, 글 속 등장 인물들과의 관계가 그 이유라 했다. 작가의 소개를 듣다 보니 이 재미난 여행기를 원문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 더 원문에 가까운 글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어린이들을 위해 썼다고 했는데 솔직히 우리집 초등학생의 기준으로 읽힌다면 아직 많이 어려울 것 같다. 조금 더 쉽게 나의 일기를 읽어주거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더 많이 풀어서 들려주었다면 이해가 쉽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오히려 엄마가 재미있게 읽었다. ㅋ

이 책은 실제 원문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아마 쉽지 않을 책일 것 같긴 하지만 우리 아이들도 조금 더 크면 꼭 한 번 같이 읽어보자 해보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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