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가 된 소녀들 바일라 14
김소연 외 지음 / 서유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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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딸아이들을 성별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재능과 노력으로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 되길 바랬고 그런 마음으로 아이들을 품으며 키우고 있다.

그런 내가 아이들에게 세상에 대해 좀 더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마음을 길러 주고파 이 책을 골라 읽었는데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던 책이 아니었나 싶다.

여기에는 4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들은 4명의 작가가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바탕으로 만든 허구적인 이야기 즉, 소설이다. 책에도 역사테마소설집이라고 적혀 있다.

철을 잘 다루는 가야의 한 마을에 위치한 철기방을 배경으로 달래라는 아이의 능력과 기지가 멋지게 펼쳐진 이야기를 시작으로 신라 시대의 짧고도 안타까웠던 원화이야기, 고려 시대 신분차별과 수탈로 한계에 다다른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키게 되며 그들을 뒤에서 돕던 계집아이들이 마지막에는 앞장서서 싸우게 되는 화이와 덕이 그리고 어린 소녀들의 이야기가 나왔고, 여자가 많다는 섬 제주에서 힘든 삶을 참고 이겨내며 살아가는 굳센 여성들의 모습을 어머니 월지와 딸 석지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참으로 힘들고 어렵고 괴로운 시간들을 겪어 냈었다. 마지막 석지의 이야기를 읽고 났을 땐 아름다운 섬 제주가 왜 그렇게 슬프게 느껴지던지.....

책 속의 글을 읽으며 왜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무시를 받았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언제부터 였는지, 왜 였는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유교 사상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힘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각자 다른 능력이 있을텐데 왜 그런 것들을 서로 나누고 채워주지 못했었는지에 대해 늘 아쉽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나오는 각각의 소녀들은 자신이 처한 힘들고 어려운 상황들과 시대적인 아픔을 슬기롭고도 당차게 이겨내려 하고 자신들의 한계를 넘어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을 보여 주었다. 정말로 대단하다 생각이 들었고 어린 나이에 어쩌면 저렇게 똑부러질 수가 있는지도 부러웠다. 아마 아이들이 이 이야기들을 읽었다면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멋져 보였다. 그런데 간간히 들어왔던 극단적인 남녀간의 대립에 대한 이야기들이 떠오르게 되면서 혹시나 만약에라도 아이들이 이 책을 읽다가 괜히 남자라는 성별을 나쁘게만 보면 어떡하나 라는 생각이 아주 조금 들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나는 한쪽 성별만을 더 특별하게 대하고 더 배려 받는 그런 세상을 더는 우리 아이들이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남자라서 또는 여자라서라는 조건적인 말보다 그저 너라는 사람이라서 가능했고, 너의 노력과 열정이 있어서 대단했었다라는 느낌을 좀 더 부각시켜 주었더라면 마지막까지 더 좋은 이야기 책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첫 부분에 나왔던 달래와 하루의 환상적인 팀워크로 만들어 낸 미늘갑옷에 대한 이야기는 기억에 오래 남는다. 하루의 힘과 노력과 끈질김을 바탕으로 달래의 관찰력과 더무 오라버니가 들려 주었던 이야기에 대한 기억력을 더해 꼴삐에 대한 애정을 담아 만들어 낸 대단한 작품(미늘갑옷)이 결국 왜나라 상단과의 거래에서도 통쾌하게 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뛰어난 기술력과 달래의 영특함을 마구 뽐내 주었으니 말이다. 글을 읽는 내내 신이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던 것 같다.

어쩌면 내가 아주 약간은 단적으로 책을 읽은 것은 아닌지, 혹은 작가분들의 의도와 맞지 않게 이야기들을 읽은 것은 아닌지 살짝 내 자신에 대한 의문을 가져 보기도 했다. 글을 쓰는 지금도 내가 너무 오버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지만 여전히 찜찜한 마음이 드는 것은 숨길 수가 없을 듯 하다.

책 자체의 의도와 목적에서는 정말 공감한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삶을 개척하고 당당하게 맞서는 주인공들의 모습들도 배울 점이 많았던 좋은 책이었다.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들과 조금은 어려운 단어들도 있고 제주 사투리 등이 있어 어린 친구들이 읽기에는 다소 어려울지도 모르겠으나 약간의 도움이 있다면 재미있게 이야기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정도이다. 초등 고학년 정도라면 혼자서도 충분히 읽어볼 만한 흥미로운 이야기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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