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에는 긴 머리 - 지금의 내가 더 좋아
이봄 지음 / 이비락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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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내 나이 앞자리가 또 바뀌었다.

이젠 젊다고 할 수도 나이들었다고 말하기에도 애매한 나이에 접어들었다. 생각과 신체는 어제와 딱히 달라진 거 같지 않았는데 말이다. 솔직히 30대까지는 나이먹는 것에 대해 별로 좋은 감정은 없었다. 늘어나는 숫자에 비해 내 인생사 업적(?)은 늘 나를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나이는 다르다. 특별한 목표나 꿈이 있는 건 아니지만 후회하거나 그냥저냥 시간만 보내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 번 뿐인 인생 이것 저것 해보며 즐겁게 살자라는 생각이 이제서야 들었던 것일까.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이지만 매 순간들이 즐거웁고 재미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크지 않고 소소해도 좋은....그저 나만 좋으면 되는 정도? ㅎ

여기 긴 머리를 가지고 싶어진 40대의 여자 이야기가 하나 있다. 남들보다 늦게 엄마가 되었지만 자신을 잃고 싶지 않은 아직은 여자이고 싶은? 우리와 별 다를 것 없는 그녀이지만 한해라도 먼저 살아 본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 내 인생에 참고해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읽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느낀 건.... 참고나 조언을 얻었다기 보다는 같은 시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옆집 언니의 그냥 사는 이야기를 들은 느낌이랄까? 그냥 잔잔한 우리네 일상과 생각을 공유한 느낌이다. 시간 맞춰 아침에 눈을 뜨고 아이와 남편을 보내고 잠시 짬을 내어 주변 동지들과 브런치를 즐기고 시간 맞춰 집으로 돌아오지만 그닥 남는 것도 없는 그 시간을 내가 뭣하러 나갔담? 하며 돌아오고 (그러면서 또 다시 나가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반복.... ㅡㅡ;) 어질러진 집을 치우고 부랴 부랴 장을 보고 저녁은 뭐하지? 고민하고 남편과 조잘 조잘 담소를 나누고 잠이 드는..... 그런 삶에 중간 중간 들리는 소식에 누구는 어떻다더라 하는 소식과 내가 지금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면... 이라는 생각, 나에 대한 고민과 걱정들.... 책을 읽으면서 다들 비슷하게 사는구나 싶기도 하고 나만 이런 걱정 하는거 아니였다 싶은 마음이 들어 안도하는 마음이 들었다. 잘 풀린 인연들이나 자식들의 교육과 육아에 관련된 이야기에 덤덤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자신감도 줄어들고 나는 왜 그러지 못했나 하는 마음에 자꾸 쪼그라들어지는 기분이 들었었는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토시 하나 빼지 않고 love myself 라는 대목에서 작가가 다 말해주었다. 나는 늘 열등에 가득 차 있고, 남들과 끊임 없이 비교하며 깎아내린 내 자신을 좀 더 사랑하고 아껴주고 싶어졌다. 40이 넘어서 말이다.

살림 콤플렉스 부분은 아마 대한민국 주부라면 거의 절반이 넘게 동의할거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결혼할 때 친정 엄마께서 말씀하시길 너는 직장 꼬박 꼬박 다녀서 월급 잘 받아오는 것 만으로 니 할일 다한거라 하셨다. 그런 내가 육아로 직장을 그만두고 살림이라는 것을 맡아서 해 본 결과 블로그나 사진이나 티비 속 집은 내 집이 아니다라는 자기 합리화였다. 안 그러면 나는 언제까지일지 알 수 없는 나의 일에 대해 끊임 없이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고 가뜩이나 못하는 데 더 하기 싫어질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일까지 나는 최고로 잘하려고 애쓰지 말자, 그저 최선을 다하면 된다라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게다가 나는 다행히도 눈치껏 알아서 집안일을 잘 해주고 잔소리가 덜한 남편과 살고 있어서 부담을 내려 놓으니 이런 삶도 그닥 나쁘지는 않다고 여기며 살고 있다. 이런 내 남편의 인터넷 속 아이디는 '주는대로 묵자'이다. ㅋㅋ

나는.....이번 40대는 조금 다르게 살아보려고 한다. 남들에게 빈틈없어 보이고 뭐든지 무조건 잘 해야 하고 다른 사람이 우선이 아닌 내가 우선이 되는 삶을 살아볼 거다. 내가 좋아야 하고 내가 즐거워야 한다. 내가 나를 좀 더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고 말로만 생각으로만 하지 말고 실천을 해 보려는 거다. 그래서 나는 40대에는 하고 싶은 스타일이 없어서, 귀찮아서, 미용실 비용이 비싸서, 관심이 없어서 방치 했던 내 긴 머리를 자르고 파마도 해보고 염색도 해보려 한다. 내 내면에 숨어 있는 진짜 나를 찾아서 끄집어 내어 나다운 마흔 라이프를 즐겨 보고 싶다.

눈치 보지 말고 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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