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식당 2 : 저세상 오디션 (특별판)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4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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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특별한 13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다들 서로 모르는 사이인데다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른다. 한가지 공통점은 이들은 6월 12일 광오시에서 자살을 한 사람들 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얼굴도 모르는 심사위원들에게 오디션을 받기 위해 모였다. 바로 저승으로 가는 오디션. 생전에 남아 있는 아깝고 귀한 시간들을 스스로 저버린 댓가로 죽어도 곱게 저승으로 가지 못한다. 여기서 만나는 마천과 사비는 이들에게 주어진 10번의 오디션을 이끌어 주는 진행자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나 다르게 말하면 이 두 존재는 그들 13명에게 배신을 당한 입장이라 곱게 도와 줄 마음 따위는 없다. 마천과 사비는 영혼들이 차례대로 사람으로 태어나고 그가 어떤 인생을 살다 올지를 정해주는 역할을 했다. 엄청난 고뇌와 수고를 들여 사람들을 세상으로 보내 정해진 만큼 살다가 돌아오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스스로 돌아온 이들은 마천과 사비에겐 배신자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오디션조차 마천이 자살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을 향한 마지막 애정의 표현 이었다.그러나 그런 마음을 알지도 못하는지 오디션에서 통과하는 사람은 없었다.

여기 그리고 또 다른 문제가 조금 생겼다. 자살하지 않은 영혼이 자살한 영혼들과 함께 여기로 오게 된 것이다. 자살한 13명중 나일호는 자살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자살 하려는 친구를 구하려다 같이 사고를 당했다 한다. 죽었다 해도 여기로 올 영혼이 아니었다. 큰일이다. 나일호 혼자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결국 마천과 사비도 알게 되고 이후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됐다. 마천도 벌을 받게 생겼다. 그런 것 따윈 걱정 되지 않는 마천은 높은 분에게 직접 가겠다는 나일호에게 오디션을 보게 하고 지난 날과 살지 못하고 온 시간들을 생각하며 가족들에 대한 자신의 애정과 가족들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깨달으며 자신이 자신에게 냈던 오디션에 통과한다. 결국 모든 이들을 남겨 두고 홀로 이승으로 돌아가게 되는 나일호. 하지만 남은 이들을 위해 친구 나도희를 시켜 오디션을 통과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떠나온다. 이곳에서의 기억과 시간들을 비밀로 하기로 하며 기억을 지우고 말이다.

여기에 모인 나일호를 제외한 12명에겐 각자 특별한 사연들이 있다. 자신과 동료들의 임금 때문에 죽은 황명식 아저씨, 홀로 아들을 낳아 키우던 미혼모 아줌마, 남자친구에게 버림 받은 진주구슬, 왕년에 인기 좀 있었던 이수종, 자식들의 유산 싸움에 질려버려 죽은 할아버지, 유명한 여러 노래를 작곡하고 티비에도 나왔지만 자신으로 인해 상처 받았을 다른 사람들에게 속죄하고자 죽었다는....당최 정체를 알 수 없었던 도진도, 실력도 좋고 인기도 많은 래퍼 가수이자 나일호의 친구인 나도희.......

이 사람들이 오디션을 통과하려 하고 이승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는 나일호에게 말을 걸어올때는 다들 자기 밖에 모른다 참 약았다 싶었는데 뜻밖에도 그 누구도 자신들이 나일호를 따라 이승으로 돌아가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저 하고 오지 못했던 것들과 걱정되는 남은 사람들, 자신의 뜻을 전하거나 해명해 달라는 뜻밖의 부탁들을 하는 것이었다. 두고 온 삶에 대한 제대로 된 마무리를 못한 탓인가, 아니면 미련이 남아서 그러는 걸까? 그들 모두가 힘들어도 버티고 또 견뎌내다 결국 선택한 것이 자살이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겠지만 그들에겐 정말 심각한 일들이었다. 그걸로 다 끝이날거라고 생각했지만 여기와서 보니 끝이 아니었다. 결국 그 힘듬을 이겨내고 버텨줬다면 다른 어떤 방법이라도 있었을텐데.... 마천 또한 돌아가게 될 나일호에게 부탁을 했다.

부디 너에게 남은 그 시간들을 행복하게 보내라. 오늘이 힘들다고 해서 내일도 힘들지는 않다. 오늘이 불행하다고 해서 내일까지 불행하지는 않다. 나는 사람들이 세상에 나가 보낼 시간들을 공평하게 만들었다. 견디고 또 즐기면서 살아라.

요즈음의 시간을 많은 이들이 힘겹게 버티고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그 안에서 또 다른 행복을 찾으며 지금을 이겨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단 한번이라도 바라보며 얼마나 살고 싶어하는지를 알게 된다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들이 얼마나 값지고 감사한 것인지를 알 수 있을까? 나에게 주어진 이 모든 것들에 대해 돌아보게 하고 얼마나 남았을지 모를 앞으로의 시간들에게 대해 함부로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해보며 이 이야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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