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꿀꿀바와 수상한 택배 ㅣ 마음이 쑥쑥 자라는 인성 동화 7
엄예현 지음, 이경국 그림 / 아주좋은날 / 2020년 10월
평점 :
아이가 책을 받고 나서 학교에 들고 다니며 몇번을 읽을 정도로 좋았던 책이라 했다. 그래서 엄마가 순서를 기다리기에는 이번에 시간이 좀 걸린(?) 책이다. 뭐.... 이런 기다림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만 ㅋㅋ 궁금했다. 아이가 왜 이 책을 그렇게 아꼈는지.
이 책은 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혼자 4남매를 친정 식구들의 도움으로 키우고 있는 한 엄마가 가장인 집의 셋째 예훈이를 중심으로 쓴 이야기이다.
예훈이는 어른들이 봐서는 참 순한 아이다. 하지만 아이 자체로는 크게 의욕도 없고 욕심도 다툼도 싫은 그저 형제들에게나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을 크게 내세우지 않는 아이이다. 그런 예훈이가 어느날 집으로 온 택배 하나를 비밀로 가지게 된다. 그 택배는 바로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 온 것이라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더 고민하고 망설이고 두려웠다.
무엇인가 정해져있지 않거나 내가 알아서 해야 하거나 선택하는 일은 너무 어렵다. 그리고 잘 모르겠다. 그런 것을 정하느라 힘을 쓰는 일도 너무 괴롭다. 나는 예훈이의 모습에서 우리 큰딸과 나의 모습을 보았다. 우리는 스타일이 비슷하다. 그냥 양보하는거나 어른들이 시키는 일을 힘들어도 하기 싫어도 꾸역 꾸역 하는 게 차라리 마음이 편하고 낫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의 아이가 이렇게 생각하는걸 작년즈음에야 알게 되어서 너무 속상했었다. 어떻게보면 자기 자신이 없는 사람 같아 보이고 안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종종 자주 다그쳤다. 니가 하고 싶은대로 말하고 선택하고 요구하라고. 가르쳐주고 싶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내 방법이 많이 틀렸었고 아이도 힘들었겠다는 감정이 이입이 되다 보니 책이 더 빠져드는 것 같았다.
4남매의 엄마는 어땠을까.... 아픈 남편의 병간호 끝엔 혼자 남겨졌고 아이들을 책임져야하고 생계를 꾸려야하는... 이 엄마도 많이 힘들었겠다. 나라면 저럴 수 있었을까. 남편 없이 하루도 힘든데 많이 지치지 않았을까 싶었다.
역시나 바쁘고 힘들었고 아이를 이해하거나 다독일 힘이 없었던 엄마도 매일 내어주던 '오늘의 할 일'도 내어주지 못한다. 학교에서 생수병을 두개를 뜯었고 왜 그렇게 했냐는 아이의 대답에 엄마는 아이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예훈이는 결국 엄마에게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 온 택배이야기를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예훈이는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 가족들 모두가 먼저 떠나가신 아버지의 사랑도 느껴지는 대목이면서 예훈이가 먼저 용기를 내고 선택을 해보는 순간 아이는 또 한뼘 자란다는 느낌? 그동안 지쳤던 엄마에게도 쉼과 다독임을 주는 듯한 그 장면이 가장 인상깊게 기억에 남는다.
예훈이의 용기있는 이 선택으로 인해 가족들은 여행을 떠나본다. 아버지가 같이 계셨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그냥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함께인거 같은 느낌이다.
책은 참 신기한 물건인것 같다. 나는 이 책을 보며 이런 저런 상황들 인물들에 나와 내 주변사람들과 실제 상황들을 비교하거나 대입해보며 몰입했는데 아이는 또 다른 시선과 또 다른 방법으로 이 책을 읽고 나에게 재미있다고 말을 해주니 말이다.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어른들도 같이 읽기에 좋은 책이다. 아이와 함께 읽을 책을 고른다면 감히 추천드리고 싶은 잔잔한 감동과 여운이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