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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취와 별하 ㅣ 바다로 간 달팽이 26
윤미경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6년 4월
평점 :

청소년 소설이라고 해서 가볍게 펼쳤다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몇 번이고 마음을 얻어맞은 것 같습니다. 『비취와 별하』는 단순 상처받은 아이들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어요. 비취가 겪은 괴롭힘과 성희롱, 그로 인해 무너져 내린 마음, 그리고 아무도 자신의 고통을 제대로 알아주지 못했다는 절망이 너무 생생하더라구요. 특히 비취가 자기 자신을 향해 저주를 퍼붓는 장면에서는 제 맘이 다 아렸습니다. 누군가의 악의적인 말이 결국 자신의 목소리가 되어 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나이를 먹으니 조금은 알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절망만을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취가 만난 별하, 미래, 효정, 미스 최는 모두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죠. 자해, 중독, 우울증, 조현병. 사회는 너무 쉽게 그들을 문제아나 환자로 규정하지만, 작가는 그들의 병이 아니라 그들이 왜 그렇게 아플 수밖에 없었는지를 담담히 말하더라구요.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그들을 판단하는 대신 이해하게 됐습니다.
별하는 자신이 우주 저편에서 온 존재라고 믿고, 반려자의 파편을 찾으러 왔다고 말하는 별하는 얼핏 보면 엉뚱하고 납득하기 힘든 캐릭터였지만 책을 읽을수록 그녀의 말과 행동 속에는 누구보다 순수한 진심과 따뜻함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더 슬펐어요. 별하가 비취에게 건네는 위로와 믿음이 예쁠수록 더 슬프더라구요.
아이들의 세상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둡고 복잡할지도 모르겠어요. 어른들이 모르는 곳에서 아이들은 외로움과 불안, 상처와 싸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싶으니 초조해지더라구요. 도움을 요청할 방법을 모르거나, 도움을 청해도 아무도 손을 내밀어 주지 않는 상황 속에서 혼자 버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 한편이 서늘해집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정답을 강요하지 않지만, 대신 아이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보라고 말합니다. 함부로 판단하지 말고,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라고 조용히 말하죠. 그래서, 에필로그에 이르렀을 때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어요. 이야기 속 인물들이 겪어 온 고통이 떠올랐고, 그럼에도 다시 앞으로 걸어가려는 모습이 너무 애틋합니다.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소설이지만, 어른들조차 위로와 이해를 하게 될 책인지도 모르겠어요.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너희들을 진정 이해하려고 해보겠노라고. 그러니까 너희들도 포기하지 말아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