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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요나! 1 - 기쁨의 숲마을로 출발하다
류재향 지음, 방새미 그림 / 창비 / 2026년 4월
평점 :

『나요나! 1: 기쁨의 숲마을로 출발하다』는 보는 내내 제 마음속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것 같은 친근감이 있었어요. 혹시 어릴 적,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간 머리 앤을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짜릿하고 몽글몽글했던 감정을 아실지? 기차역에서 초록 지붕 집으로 향하며 쉴 새 없이 조잘대던 앤의 사랑스러움, 세상 모든 것에 저만의 아름다운 이름을 붙여주던 그 순수한 에너지가 문득 떠오르거든요.
주인공 '나요나'는 참 반가운 아이입니다. 복숭앗빛 폭탄 머리를 휘날리며 “한번 맡겨 보세요. 제가 뭘 해내나!” 하고 당차게 외치는 모습에서부터 벌써 웃음이 지어지거든요. 무엇이든 뚝딱 고쳐내는 야무진 손재주에, 마음이 울적할 때는 정성 어린 요리로 스스로를 달랠 줄 아는 이 열 살 소녀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앤이 상상력으로 세상의 외로움을 이겨냈다면, 요나는 씩씩한 행동력과 따스한 손길로 주변을 환하게 밝힙니다.
이 책의 백미는 요나의 단짝이자 신비한 탈것인 ‘나르리’의 존재입니다. 운석, 순록 썰매 조각, 호숫가 진흙, 다람쥐 도토리 껍데기 같은 세상의 온갖 소박하고 버려진 기억들이 긴 세월 동안 쌓여 탄생했다는 나르리의 설정은 그 자체로 마법 같습니다. 나르리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요나의 기쁨과 슬픔을 고스란히 나누는 영혼의 동반자지요. 요나가 성장하고 진정한 기쁨을 느낄 때마다 나르리 역시 환상적인 모습으로 변신하는데, 그 장면을 읽을 때는 마치 앤이 다이애나와 영원한 우정을 맹세하던 순간처럼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요나는 이웃들과 ‘주거니 받거니 주머니 우체통’을 만들며 환대와 나눔을 배웁니다. 때로는 근거 없는 소문과 오해에 부딪혀 마음을 다치기도 하지만, 빨간 벽돌집 할머니가 건네는 따뜻한 돌봄과 정성 가득한 음식을 통해 다시 일어섭니다. .
게다가 이 책은 단순히 아름다운 판타지에만 머무르지 않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삶에 대한 묵직한 울림도 줍니다. 마을의 발전기가 고장 났을 때, 요나는 음식 쓰레기나 이끼, 소라 껍데기 같은 버려진 것들을 연료로 쓰는 지혜를 발휘하죠. “그 대신 집집마다 조금씩 계속 나누어야 할 거예요”라는 요나의 말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를 향한 다정한 경고이자 따뜻한 제안처럼 느껴져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어린이에게는 세상을 향해 나아갈 단단한 용기를, 어른에게는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순정을 되찾아주는 참 고마운 책입니다. 보랏빛 꽃나무 숲을 뒤로하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출발한 나요나와 나르리. 이들의 다음 모험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마음이 지치고 따스한 온기가 그리운 날, 이 책을 펼쳐보는 아이들이 앤을 처음 만났던 저처럼, 마음속에 눈부신 기쁨이 소록소록 피어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