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학과 분석철학 - 후설, 하이데거, 사르트르, 메를로-퐁티, 무어, 러셀, 카르납, 비트겐슈타인 知의 총서 4
박이문 지음 / 지와사랑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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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77년 일조각에서 나온 같은 이름의 책을 다소 수정하여 펴낸 것이다(때문에 인터넷에서 '박이문'을 검색해 보면, 이 책에 실린 내용과 거의 같은 내용의 논문을 일부 찾을 수 있다). 벌써 30년 전에 쓴 글들(이 때문에 별을 하나 뺏다)이기는 하지만, '현상학' 또는 '분석철학'에 대한 입문서로서는 매우 좋다(여기서 '좋다'는 것은 읽기 쉽도록-대학교 2,3학년 정도의 교양 수준이라면-서술되어있다는 의미다).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 있다. '구조'라고 이름 붙인 1부는 양 철학 사조를 기반으로 철학 일반의 물음과 그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시도의 글 묶음이고, '전개'라고 이름 붙인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현상학과 분석철학을 비교의 대상으로 놓고, 각 사조의 대표자들의 업적과 평가를 제시한다. 

각 철학자에 대한 해석과 비판은 박이문 선생의 시각에서 바라 본 것이고, 이에 대한 토론은 학술의 장에서 가능한 것이니, 여기서는 다만 몇 가지 지엽적인 것-내가 이 책을 구입하게 된 것은 분석철학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했으니, 분석철학 부분만- 만 말하겠다.  

첫째, 분석철학 부분에서, '무어'에 대한 이야기는 있으나 '프레게'나 '콰인'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는 것이다(출판사 제공 책 소개에는 콰인을 다루고 있는 것 처럼 말하고 있지만, 카르납을 설명하는 곳에서 아주 조금 다루고 있다). 분석철학의 모티브가 된 것이 프레게(이 책에서는 후설을 다루면서 조금 언급된다)라면, 지금 미국 분석철학계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 바로 콰인(비록 그는 2000년에 죽었지만)이다. 그런데, 이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없다는 것은 매우 의아스럽다(내 무식의 소치인지 모르겠으나, 무어가 이들보다 중요하다고 보긴 어렵다.)

둘째, 각 장의 말미 마다 철학자들에 대해 저자의 비판이 들어있는데,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다음이 그렇다.

.."러셀의 가장 뚜렷한 철학적 공로는 그가 기호 논리학을 정리해서 보다 과학적, 즉, 정확한 개념분석의 틀, 즉, 확실한 테크닉을 만들어 준데 있고, 또한 그 자신이 혼동하기 쉬운 중요한 언어의 분석을 실증해 준 데 있지, 그의 존재론이나 혹은 그가 무엇인가를 새로 발견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고 나는 믿는다..."(213쪽)

나는, 적어도 '분석철학'을 존재론이 부재하다고 비판하는 박이문 선생의 논리에 동의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분석철학은 '존재론'이 아닌 '인식론'의 차원에서 다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보다 쉽게 말하자면, 인식론(또는 논리학)은 진리를 찾는 방법이지, 존재에 대한 천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점은 특히 러셀의The Problems of Philosophy를 읽어보면 분명히 드러난다). 존재론을 이야기 하지 않는 사람에게 존재론을 다루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것은 다소 엉뚱하다고 생각한다.(박이문 선생 자신도 제1장- 28쪽-에서 이런 내용의 말을 했는데, 러셀 비판 부분에서는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  

 The Problems of Philosophy

마지막으로는 오탈자에 관한 것이다. 책에서 오탈자가 드러나는 것은 다반사인데, 이 책도 마찬가지다. (예를들면, 233쪽 마지막 문단에서 '...을' '...는' 이 탈자된 경우.) 하지만, 수학 책이나 철학 책의 오탈자는 출판사 측에서 상당히 주의 깊게 관리 해야한다. 수학이나 철학 책은, 책의 성격상 오탈자가 있어서는 안된다. 곧 독자들의 신뢰를 잃는 가장 빠른 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 책 만큼 쉽게 -우리나라 학자가 쓴 - 분석철학/현상학을 개관한 책을 찾기는 어렵다. 달리 말하자면, 박이문 선생의 글 말고는 이렇다할  관련 서적이 없다는 말이다(때문에 이 책은 다소 반사적인 이익을 얻고 있다고 하겠다). 프랑스 철학이나, 사회철학 분야에서는 몇몇 국내 학자들의 책이 보이지만, 현상학과 분석철학 분야에서 교양서로서 읽을 만한 순수 우리학자의 책이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후학들이 반성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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