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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전략 - 게임이론과 전략이론
토마스 쉘링 지음, 최동철 옮김 / 나남출판 / 1992년 10월
평점 :
품절
먼저 밝혀 둘 것은 나는 이 책을 우리말 번역본이 아닌 1980년 판에 출간 된 하버드 대학판으로 읽었기에(The Strategy of Conflict) 번역에 대해서 할 말은 없다. 때문에 이 책의 내용과 관련해서만 한 두 마디 하는 것으로 그치겠다.
이 책은 60년도에 처음 출간되었고 80년에 저자 서문이 새로 씌어져 재 출간되었다. 많은 이들이 아다시피 책의 저자 토마스 셸링은(Thomas C. Schelling)은 2005년 노벨 경제학 상을 받은 인물이다. 비록 그가 경제학상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그가 정말 경제학자인지(1951년도에 하버드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사실을 빼고는)는 다소 의문이다. 그는 오히려 냉전 시대 미국의 국가 안보 전략을 세웠던 국제 정치학자 쪽에 가깝다 (과거, 미국의 국가 정책 수립에 기여했던 인물들이 요즘 게임이론가라는 이름으로 노벨상을 받는 것을 보면, 미국을 위해 일 한 것이 지금에 와서 보상 받는 것 아닌가하는 음모론적 시각이 생기기도 한다). 현제 그가 소속된 곳도 메릴랜드 대학의 공공 정책 스쿨이다.
이런 그의 배경을 알게 되면 이 책이 게임이론을 응용한 경제나 비지니스 서적이 아님을 쉽게 짐작 할수 있을 것이다. 셸링의 저작들은 대부분 냉전 시대 미국의 국제정치 전략-미소간 핵경쟁-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의 주제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핵 전쟁이 일어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여러 전략적 판단들이다.(이 주제는 지금에 와서는 다소 시대에 뒤떨어진 감이 있다)
무엇보다 셸링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Focal Point(연세대의 김영세 교수는 이것을 '촛점'이라고 번역한다) 개념이다. 보통 '게임'에서는 게임 참가자들이 전략을 바꿀 유인이 없는 안정된 상태-내쉬 균형-가 존재하게 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균형점이 여럿 있을 수가 있다. 이때 문제는 어느 점이 균형점인지 게임 참가자들이 알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셸링은 Focal Point 개념으로 이것을 설명한다. 즉, 서로 약속하지는 않았지만, 여러개의 균형점 중에 서로 암묵적으로 합의하는 하나의 균형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그는 Focal Point라고 부른다. (성sex대결 게임을 아는 이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Focal Pointr개념은 게임이론의 다른 개념들과는 달리 수학으로는 풀수가 없고 문화나 심리적 요소로 설명이 된다 (이 책의 4장에서 Focal Point의 개념이 언급된다).
이 책도 그렇지만 셀링의 책들은 게임이론 책 치고는 수학식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일상에서 겪는 일들을 주요 소재로 삼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그렇다고 처세술 책 처럼 술술 읽힌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직 우리나라에 번역은 되지 않았지만, 그가 쓴 다른 책 "Micro Motives and Macro Behavior"과 "Choice and Consequence"도 비교적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앞의 책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게임이론 상황을 서술하면서 개인의 합리적 행동이 집단으로 모여졌을때 어떤 구조를 만드는가에 촛점을 맞추고 있고, 뒤의 책은 게임이론과 관련된 에세이 모음집 정도 된다. 두 책 다 저자의 사적인 경험에서 실마리를 찾아 개념을 설명하는 방식이어서 읽기가 쉽다.


(아마존에서 따온 이미지라 좀 지저분 하다...)
독자들에게 게임이론을 좀더 쉽게 소개하자는 의도로 보자면 뒤의 두 책이 훨씬 더 추천할만 하지만, 게임이론에 대한 기초가 있는 이라면 The Strategy of Conflict이 보다 더 읽을 가치가 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경제학이 아닌 국제정치학에서 다루는 게임이론 서적들이 미국을 중심으로 점차 많이 출간되고 있다. 2007년에 출간된 Political Game Theory(-Nolan McCarthy 와 Adam Meirowitz 공저)도 그 중의 한 예인데, 경제학 책 못지 않게 수학식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 하겠다.

(이 책은 2008년 여름, 슬로베니아의 루블라냐 대학에서 열리는 유럽연합 내 박사과정 학생들을 위한 서머스쿨 교재로도 사용하고 있다. 한가지 단점이라면 Erratum이 제법 많아서 저자의 홈페이지에서 일일이 확인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