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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숨은 왕 - 문제적 인물 송익필로 읽는 당쟁의 역사
이한우 지음 / 해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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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망월>

둥글기 전엔 늘 더디 둥긂을 한하였더니

둥근 후엔 어찌 그리 쉬이 이지러지나

서른 밤 중에 둥근 달은 단 하루 밤뿐이라

평생의 심사 모두 이와 같은 것을

 
안가의 사노로 판결을 받고 추노꾼을 피해 다니던 송익필이 지은 시 중 한 편이다.

수많은 제자를 키워내고 내노라 하는 문인들의 존경을 받던 송익필은 아버지 송사련의 악업으로 인해 피맺힌 한을 오랜 세월 품어왔던 안가와 동인 세력에 의해 '곧음'을 목숨처럼 여기던 이가 하루아침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가 제자를 키워내고 뒤에서 정치 인사들을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게 애썼던 것은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곧음'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본인은 그 진위를 전혀 모르지만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그렇다.)

그런 이가 쫓기면서 지은 시 <망월>을 찬찬히 다시 읽어보라. 

저자가 준 픽션이라 명명한 <조선의 숨은 왕>에는 송익필을 비롯한 당대의 문장가들의 글이 많이 실려있다. 그들이 나눈 대화도 많이 실려있다. 벗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글귀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책의 구성은

1장. 선조대의 당쟁에 대한 전반전 소개

2장. 율곡 이이를 중심으로

3장-4장. 송익필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동인과 서인의 당쟁사를 읽는 재미가 있으며, 송익필이라는 인물과 그 가족사가 안타까우며, 송익필과 이이, 성혼, 정청 등 당대의 인물들이 교류하는 것을 들여다보는 것이 훈훈하다. 이이의 죽음을 애통해하는 송익필의 글이 뼈에 사무치고 수많은 제자들이 송익필의 사후에도 그 영향받음을 기꺼워하는 것이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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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30
야마다 에이미 지음, 이규원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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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텐 짱, 죽어버려!"

총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작품의 각 챕터에는 일정한 형식이 있다. 각 챕터의 시작은 작품 속 주요인물 중 한명의 부고로 시작된다는 것, 그리고 끝은 그 중 특히 주인공이라 할 만한 히토미가 역시 특히 주인공이라 할 만한 신타에게 속으로든 겉으로든 하는 말 "텐 짱, 죽어버려!"라는 구절로 끝난다는 것이다. (마지막 챕터는 살짝 변형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면 전체적인 형식은 "죽음"이라는 테마로 이루어져있다는 것인데, 이 작품에서 "죽음"의 의미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것과 다르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은 이 작품을 읽는 재미 혹은 감동의 하나다.

작품에는 4인방이 나온다. 히토미, 신타, 치호, 무료다. 그러니 챕터도 4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네 번째 챕터에는 형식의 변형이 있다. 어떤 변형일까...? 네 번째 챕터에는 부고가 두 번 실린다. 그것은 모토코의 부고다. 이 작품에는 그러니까 사실은 다섯 명의 주요인물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모토코는 스스로 자처해서 4인방에 끼지 않는다. 잘 어울리면서도 그 4인방에 끼는 것은 사양한다. 작품에서 4인방은 각각 성욕, 지배욕, 수면욕, 식욕을 상징한다. 그렇다면 모토코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학문>을 읽으면서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도 역시 하나의 재미다.

각 챕터에 나와있는 부고를 보면 주요인물들의 삶이 어떻게 흘러 어떻게 마감하는 지를 알 수 있다. 초등 2학년, 초등 5학년, 중학 2학년, 고등 2학년...각 챕터마다 3년의 터울을 두고 성장하고 있는 4인방의 모습을 그리는데 그들의 관계가 세월과 함께 어찌 변하는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부고부터 먼저 다 읽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주지만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알기 위해 꾹꾹 참아가며, 아껴가며...순서대로 읽는다. 아껴둔 그 인내심은 충분히 가치를 가진다.

<학문>이라는 소설을 읽으며 살면서 가장 단기간에 가장 많이 나의 과거를 회상해보지 않았나 싶다. 3년씩 흘러갈 때마다 인물들의 행동과 심리를 따라가면서 그 즈음의 나에 대해, 나의 친구들과의 일에 대해 참으로 많이도 회상했다. <학문> 자체도 매력적인 소설이었는데 거기에 회상의 시간들이라는 선물까지 받은 것이다.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부분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갸우뚱 정도는 쉽게 잊어줄 수 있게끔 매력적인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닌 작품이다. 목소리를 낮추지만 사회, 정치적 모순을 꼬집고 있는 면도 그렇고, 일본의 사회문화적 특색을 느낄 수 있는 점도 그렇고, 부분부분의 재미, 전체의 전개에 대한 호기심 등... 중간에 읽기를 멈추게 되는 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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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있다면 이루지 못할 것은 없다
최재성 지음 / 페이퍼북(Paperbook)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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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권의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때로는 숭고함이 느껴지고, 때로는 존경심이 느껴지고, 때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기도 하며, 때로는 섬찟하기도 하고, 때로는 얌체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귀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반감이 들기도 하며, 때로는 좀 감정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용감하다는 생각이, 때로는 운이 좋다는 생각이, 때로는 겸손하다는 생각이...특히 스스로에 대해 많이 반성하고 싶다면 이 책을 보면 저절로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한 권의 책을 참으로 호흡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참 많은 감정을 느꼈다. 특히 나름 열심히, 즐겁게, 스스로에게 귀를 기울이며 또한 타인과 내가 속한 세상을 성찰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여겼는데, 나 자신이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이며, 또한 얼마나 작은 위협에도 몸을 사리며 살아왔는지를 인정하게 만들었다.

특히나 두 산악인의 이야기가 나를 가장 자극했다. 얼음산에 매달려 있으면서 생사고락을 같이 한 동료가 눈 앞에서 사라져 가는 것을 지켜보고, 당장 나 자신이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농후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정상을 향해 올라가고, 지구의 극단을 향해 나아가고,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는 탐험인들이다. 발목이 180도 돌아가서 대수술을 받고, 살며 걸을 수 있는게 다행이라는 주위의 말은 아랑곳 않고 뛰는 것도 상상할 수 없는 발을 가지고 다시 실패했던 정상을 홀린 듯 찾아가는 사람, 소변을 보면 동상이 걸리는 극한의 추위에도, 식량이 바닥나서 영하 50도 속에 3일 동안 꼼짝않고 누워 헬기를 기다리게 되더라도 남극점을 밟지 않으면 삶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히말라야에 코리안 루트를 개척해준 사람... 방향이나 정도는 다르지만 그들의 도전은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도전들이다. 다만 우리는 작은 도전도 쉽게 포기하고, 그들은 엄청난 도전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 서적의 31인 영웅들이 모두 초인간적인 성공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수면제를 한웅큼 먹는 자살 기도를 3번이나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자신이 하는 운동의 결과물은 내 놓지만 그걸 즐기지 못해 정상을 밟은 후 바삐 그만두기도 한다. 어떤 이는 어릴 때부터 절대적인 심정으로 운동을 시작하고, 어떤 이는 우연한 기회에 운동을 하기도 한다. 모두 다른 과정을 밞고, 좌절과 노력의 정도가 다르긴 하지만 분명 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그들은 목표를 향해 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을 하고, 계획을 실천하며,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임신 7개월까지 경기에 임하기 위해 몸 조절을 게을리 하지 않고 출산 이삼일 전까지 연습장에서 선수들에게 공을 던져주며 연습시킨 배구선수. '노력하자'라는 말을 숱하게 스스로에게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내가 한 노력이 정말 노력이었을지 생각해봐야 겠다. 아니 생각도 말고 그냥 바로 실천해야겠다.
 
에피소드들이 재미있어서 손에서 책을 떼질 못했는데, 읽다보니 스스로에게 귀중한 시간을 선물해 준 고마운 서적이 되었다. <꿈이 있다면 이루지 못할 것은 없다.> 그 이야기들을 주변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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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로 가는 길 2 암자로 가는 길 2
정찬주 글, 유동영 사진 / 열림원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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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우란 무엇인가? 목우란 '소를 길들이기'이다. 저자는 법당 벽에 열 단계로 그려져 있는 심우도(소 찾는 그림)에 대해 친절히 설명한다. 소를 찾고자 하는 단계부터, 발자국을 발견하고, 소의 실체를 보고, 소를 얻어, 소를 길들이고, 소를 타고 깨달음의 집에 돌아와서, 소가 달아날 염려가 없으므로 소 같은 것은 다 잊은 채 안심하고, 사람도 소도 실체가 공한 것을 보아, 있는 실상을 그대로 보고,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거리로 나서기까지의 열 단계 그림이다. 법당의 이 그림은 바로 깨달음의 과정이고 각 과정을 즐길 때 진정한 깨달음이 자연스레 찾아오는 것임을 뜻한다고 독자에게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다. 무안 승달산에 있는 '목우암'에 대한 소개에서 나오는 내용이다. 이렇게 저자는 암자들을 소개하면서 그 암자와 암자 주변부, 혹은 암자를 세운 분이나 지금의 주인 등과 관련된 이야기를 전해준다. 아쉬운 것은 그러한 내용이 좀 많았으면 하는 것이다. 가슴에 와 닿는 구절들이 있고, 옛 싯귀나 옛 성현들의 행적들을 소개해주고 있긴 하지만 저자의 '앎'과 '깨달음'을 좀 더 풀어놓았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젊은 독자층을 좀 더 배려하여 집필하고자 했으나 아직도 오늘날의 젊은이들이라면 알기 어려운 용어들을 설명 없이 사용하는 부분들이 굉장히 많다.

그래도 각 암자의 특색들이 잘 드러나고, 특히 나그네를 통해 각 암자를 지키시는 고유함을 지니신 스님들과 직접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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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의 결혼식
한지수 지음 / 열림원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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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과 수필의 차이는 허구이냐 그렇지 않으냐이다. 한지수의 단편소설집 <자정의 결혼식>에는 '나'의 이야기를 하거나 내가 '당신'의 이야기를 하는 단편이 반 이상을 차지한다. (너무 딱딱할 테니 몇인칭 시점 뭐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으련다.) '나'와 '당신'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한지수의 단편은 독자로 하여금 보다 인물의 내밀한 경험을 듣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고, 인물의 일상의 고뇌를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더구나 인물들의 관찰력이 뛰어나며 그들의 심리가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이러한 느낌은 더욱 강해진다.
한지수가 창조하는 인물들은 독자들이 평소에 살아가면서 느낌직한 것들을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독자는 일면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작가의 인물들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독자가 생각했을 만한, 그러나 자각하지 못하고 넘어간 것들을 역시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독자는 이 인물들의 생각을 때로는 친근하게,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때로는 잃어버린 것을 찾듯이 따라간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작가는 끄덕끄덕하는 독자들에게 반전을 마련해준다. 그 반전은 혁명적이지 않다. 부드러운 반전이다. 반전을 '쾅'하고 던지지 않고, 사실은 처음부터 마련되어 있었는데 몰랐던 것이 아니냐고 독자에게 반문하듯이 넌지시 내민다. 낯선 형식의 반전에 독자는 '그렇지'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하다. 잔잔한 분위기에서 복합적 감정을 갖게하는 이 반전은 한지수라는 작가의 힘이다.
작가의 힘으로 한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것은 그의 관찰력이다. 나아가 관찰한 것을 문학적으로 기록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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