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의 결혼식
한지수 지음 / 열림원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과 수필의 차이는 허구이냐 그렇지 않으냐이다. 한지수의 단편소설집 <자정의 결혼식>에는 '나'의 이야기를 하거나 내가 '당신'의 이야기를 하는 단편이 반 이상을 차지한다. (너무 딱딱할 테니 몇인칭 시점 뭐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으련다.) '나'와 '당신'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한지수의 단편은 독자로 하여금 보다 인물의 내밀한 경험을 듣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고, 인물의 일상의 고뇌를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더구나 인물들의 관찰력이 뛰어나며 그들의 심리가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이러한 느낌은 더욱 강해진다.
한지수가 창조하는 인물들은 독자들이 평소에 살아가면서 느낌직한 것들을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독자는 일면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작가의 인물들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독자가 생각했을 만한, 그러나 자각하지 못하고 넘어간 것들을 역시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독자는 이 인물들의 생각을 때로는 친근하게,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때로는 잃어버린 것을 찾듯이 따라간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작가는 끄덕끄덕하는 독자들에게 반전을 마련해준다. 그 반전은 혁명적이지 않다. 부드러운 반전이다. 반전을 '쾅'하고 던지지 않고, 사실은 처음부터 마련되어 있었는데 몰랐던 것이 아니냐고 독자에게 반문하듯이 넌지시 내민다. 낯선 형식의 반전에 독자는 '그렇지'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하다. 잔잔한 분위기에서 복합적 감정을 갖게하는 이 반전은 한지수라는 작가의 힘이다.
작가의 힘으로 한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것은 그의 관찰력이다. 나아가 관찰한 것을 문학적으로 기록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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