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스탕스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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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 - 헤르만헤세의 데미안
아직 미성숙한 자아였던 기윤은 29살의 어른이 되었으나 사회에 부적응한 모습이고 부유하는 자 같았다. 그저 떠돌이나 이방인의 삶을 표방하는 듯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화가,

그러다 "너 민재 기억나?"라는 수형의 질문에서 그는 깨어난다.
그의 삶 속에 데미안이었던 19살의 시인 민재의 존재의 부재 후에도 기윤은 그의 발자국을 쫒아갔으나,그의 행위는 마치 그의 고교시절, 진짜 독서 대신 도서 출납부에 도장을 찍듯이 겉 훓기의 모형만 따라 가고 있었다.
일종의 겉멋,마치 19살의 기윤이 상민이의 멋을 따르 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민재의 저항의식이나 그의 사상에 대한 깊은 사유없는 모방이었기에 그는 그의 찬란했던 민재와 함께 했던 19살의 그 때를 잊었다.
학창시절 이단자였고, 저항하는 사람, 레지스탕스였던 그 때를..!
" 하지만 저항 한다고 달라지는게 있을까?"
"물론이지. 저항의지를 갖는 그 순간부터 이미 모든 것이 달라져 있을거야."p88
"수포로 돌아 갈지도 모를 그 모든 불확실한 노력과 투쟁의 날갯짓 때문에 오히려 비극적인 삶은 더 아름다워지는 거야.(중략) 죽음도 삶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은걸,세상에 만연한게 바로 죽음이야."p148
의대 진학을 포기하고 시베리아 횡단과 시계 여행을 꿈꾸며 티켓을 구매한 민재는 남이 그려준 인생이 아닌,스스로 개척하는 길을 가고자한다. 그의 희망찬 발걸음은 떠나기 전에 좌절 되고 마지막 순간까지, "열차는,,,, 떠났나요?" 라고 묻는 그의 질문에서 그가 동경하던 비극의 아름다운 여운은 죽음으로 완성된다.

​연극 '루멘'을 통해 비극의 메타포로 사람들의 내적인 무언가를 자극시키는 혁명을 이루며,자신의 삶의 비극적인 요소들과 억압을 인식하게 하려던 그의 혁명은 그의 삶을 통해 증명되었다.그는 떠났으나 희곡 루멘이 남았고, 그의 남겨진 시가 있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했던 이단자 기윤이 남았다.

​그러나 기윤은19살의 저항시인 민재를 온전히 이해하고 기억했던 유일한 조문객에서,29살의 부유하는 화가 기윤은, 그를 완벽히 잊어버렸다. 어쩌면 자신만의 장례식(시집 출간과 명예의 진열당에 시집을 둔 것) 이후 그저 이 모든 것이 망각이 되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망각하던 모든 것의 기원을 찾기로 한 그는 그 시를 읽다가 그 해 제주도 해안에서의 그를 떠올리고 그 때의 스케치를 찾아 다시 그리기 시작한다.
"태초부터 끊임없이 몰아쳐온 파도를 향해 무의미할지도 모를 저항을 시도하는 나의 친구를 말이다."p223
인정받는 시인이 되기를 꿈꾸었으나 나중에는 그저 시인이 아닌 이끌림에 따라 본능적으로 살아가는 시인의 삶을 꿈꾸며,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초월하고자 했던 그 시절의 민재를 그렸으나. 그림 속의 그는 더이상 민재가 아닌 남겨진 저항자 기윤 그 자신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모방을 뛰어 넘은 체화로서 그의 사유를 받아들임으로서 자신만의 그림을 표현해내며 알에서 나온 그는 새로운 세계로 혁명을 꿈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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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두 얼굴
폴 존슨 지음, 윤철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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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사람이 모두 온전하다거나 선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모두가 약간의 이중성과 상대적인 선과악의 중간지대에서 균형을 잡고 살아가고 있고 그들의 추구하는 바에 따라 그 길의 끝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

지식인이라고 부르던 인물들..

심지어는 평생 꼭 읽어보고자 했던 고전 목록에 있던 학자들,

2020년 읽어야 할 고전 리스트에도 있는 작가들의 이름과 어린시절 좋아했던 문학의 작가들의 이중성을 발견하고 나니 점점 그들의 위선에 구역질이 났다. .



변명과 거짓투성의 혼합 기록이었던 루소의 '고백록' 과 아이를 가지며 아이 교육에 관한 관심으로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루소의 '에밀'은 루소가 자신의 5 아이를 모두 고아원에 내다 버리고 그들의 생존에 관심 조차 없었다는 사실에 흥미를 잃어버렸다. 아니 오히려 아이들에게 관심과 애정이 없는 그가 어떻게 그런 글을 쓸 수 있었는가에 대한 생각으로 읽어봐야하나.. 나 자신에게 질문이 생기긴 했으나 당장 읽을 것 같지는 않다.



누군가에게 발자국을 남기고 삶의 영향력을 준다는 것이 바로 그가 옳은 사람이었고, 도덕적인 인물이 아닐 수도 있다. 마르크스는 그의 저작을 통해 사회주의를 옹호하던 자들의 아버지 같은 존재였고, 그로 인해서 많은 인명 피해도 일어났다. 레닌, 스탈린,모택동은 그의 저서에서 모순 관계를 발견하지 못하였을까? 자신들의 가치관에 눈이가리워 편향적으로 바라본 것일까?

마르크스는 프롤레타리아라는 개념을 사용하며 노동계급에 관해 말하고 썼으나, 일생을 통틀어 제분소,공장,광산이나 다른 작업장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다.



"진실을 왜곡하고 폭력을 부추긴 행동에 대해 마르크스가 실제로 어떠한 도덕적 태도를 가졌는지 단언하기 어렵다."p131



그들의 지성은 거짓되었고 교활한 뱀머리같이 느껴졌다. 삶과 글은 일치되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그들의 글은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현혹했다. 처음 책의 인물들을 하나씩 접할때 일던 분노가 뒤로 가니, 사람이란 원래 이런 것인가라는 생각마저 들게한다.

“위대한 인물을 가까이에서 관찰할수록, 그 인물의 모습은 더욱 괴상해진다.”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고 연구한듯한 그들의 걸작품과 삶이 달라 나의 눈은 길을 잃은 듯했고, 이 책의 쓰여진 것들이 사실이 아니길 바랬다. 어린 시절 톨스토이의 책을 읽고읽으며,좋아하던 구절을 노트에 적던 나에게 그의 야누스적인 모습은 그의 문학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가에 관해 생각하게 되었다. 커서 좋아하게 된 헤밍웨이의 허풍과 거짓말은 그저 귀여운 거짓말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도 그의 문체를 좋아하게 된 것이 번역가의 능숙함이었는지는 몰라도 나는 그의 글들과 정서를 좋아했다. 그 이유는 아마도 그의 문체에 대한 열정,개성적인 집필 습성을 형성하기 위한 작가의 투쟁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헤밍웨이는 정확한 표현에 특히 관심을 기울이면서 적절한 단어를 찾기위해 사전을 샅샅이 뒤졌다. 산문 스타일의 형성기에 그가 시인이기도 했다는 것을 명심하자."p 266



누군가에게 인생의 길라잡이 역할을 해준 그들의 삶이 실은 모래 위에 지어진 성이었다니

입안에 모래알들이 굴러다닌다. 몇년 전 핫 이슈가 되었던 문학계와 영화계 거장으로 불리던 이들의 미투사건 등을 생각해보면 먼 과거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그들의 지성과 재능은 스스로를 포장하고 그럴 듯 해보이게 하는데 사용되었다. 그러나 실상은 부패하고 인간답지 못하고 비열하고,선동적이고 조작이 난무한.. 현대의 뉴스 속의 정치인들의 모습 같았다. 비단 정치인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회면에 자주 등장하니 굳이 정치인이라고 꼽았다.



시간이 흘러 다음세대에 어떤 포장지들에게 사람들은 열광을 하게 될까. 진리와 본질을 꿰뚫는 눈이 필요하다. 그러함에도 가치 있는 그들의 작품들은 어떻게 바라봐야할것인가.



기독교적인 사상의 지배에서 지성을 강조했던 지식인들의 삶의 모습에서 이성주의의 무언가를 발견하기 보다 쾌락주의 단면을 들여다 본것 같은 이 책은, 사람의 본질과 우리가 어떻게 발자국을 남기며 살아갈 것인가의 선택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사상과 행동이 일치되지 않는 삶? 인격적인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간적인 삶을 살기를 바란다면, 유명한 작가의 반열에 들지 못하는 것인가. 사람과 사람사이의 기본적인 존중과 애정어린 시선을 가진 작가 혹은 예술가 들이 좀 더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학자와 작가,철학자가 아무리 저명하다고 할지라도,대중을 향해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일해야 하늕를 말해 줄 권리가 있을까하고 회의하는 경향이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지식인은 마법사나 구시대의 성직자보다 현명하지는 않은 정신적인 지도자고,귀감이 될 정도로 가치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믿음이 퍼져 가는 하다." p601



"즉 인간의 관념보다 중요하고 인간이 관념의 앞자리에 놓여야만 한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하고 있어야만 한다. 모든 폭정 중에서 최악의 폭정은 사상이 지배하는 무정한 전제정치다."p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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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너를 생각해 아르테 미스터리 2
후지마루 지음, 김수지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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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소확행이라는 단어는 흔하게 sns태그로 사용 하면서도 뭔가 행복에 대한 단어는 왠지 모르게 낯 간지럽고, 지나간 옛단어같다는 느낌을 받고는 한다. 그렇다고 내가 이 소설 속의 시즈쿠 처럼 외로움과 고독에 스스로를 무장한 사토리 세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사토리 세대(오랜 불황 속에서 자라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그에 적응하는 세대로 1980년대 후반 이후 태어난 젊은 층을 가리킨다.)니까.

이 세상에서 가장 합리적인 세대니까'

-p19

시대적으로는 비슷하거나 조금 빠른 세대이지만, 오랫동안 몸담아 왔던 나의 전공 분야 덕인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고, 냉정하기 보다는 세상과 꿈에 대해 약간은 환타지를 가지고 있는 나이먹은 피터팬적인 성향이 강하다고나 할까. 그나마 요즘 임신 후 엄마 준비를 하다보니 현실의 벽에 강하게 부딪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워낙에 긍정의 힘을 믿기에 자족과 만족, 그리고 그 가운데 무수한 선택을 하며 조금씩 성장을 하고 있다.

냉정하고 자신의 사명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던 평범한 소녀인 척 하고 살았던 마녀의 성장기.. 그런데, 여기에 마법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다보니 뭔가 꿈만 같다. 마녀는 우리가 동화 속에서 읽었던 마법 스프로 아이들을 유혹하던 못된 흑마술의 할머니가 아닌, 집안 대대로 남을 돕기 위해 한 세대 걸러 여성들에게 대물림되는 것으로 시즈쿠는 대학생이다. 마녀로서의 정체성은 있지만, 이 시대에 굳이 마법이니 마도구는 필요하지 않다고 믿는 그녀 앞에 어린 시절의 소꿈친구 소타가 나타난다. 약간은 거추장스럽고, 민폐스러우면서도 어린 시절의 세계의 전부였던 그의 등장으로 스주쿠는 마녀로서 자신의 본분을 마주하게 된다.

'합리적이지 않은데, 합리적일리 없는데,,'

마도구는 한번씩 마법의 힘을 사용하여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데, 소타의 성가신 도발로 시작된 의뢰인들과의 만남 속에서 그녀는 스스로 합리적일 리 없는 이 행동들을 통해 자신의 힘으로 누군가에게 행복을 찾아줄 수 있고 또 그로 인해 행복감을 얻고 있음을 깨닫는다.

자신의 10년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소타조차도 오직 그녀만을 기억하고, 스즈쿠 안의 가능성을 발견하여 토닥이고 위로하고 때로는 장난도 치고,그녀가 마녀로서의 사명을 감당하도록 돕는 자가 된다. 그 과정에서 어린 시절 부터 따를 당해 늘 혼자 친구없이 외로웠던 그녀의 삶에도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우게 된다.
누군가를 도울 힘이 자신 안에 있음을 발견했으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던 그녀는 어떻게해야 행복을 줄 수 있을지, 도대체 무엇이 행복인지 고민하게 된다. 아마 내가 이 단어에 낯 간지럽다고 느꼈던 것은 나 또한 이 단어의 정체성을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에 대해서는 너무 잘 알고 작은 것에 기쁨을 느끼지만, 여기서 말하는 행복이란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 온기를 전해주고 그를 통한 마음의 소통의 결과였기 때문일까. 뭔가 추상적인 단어가 주는 막연함에 보는 내내 한 발자국 떨어져서 시즈쿠와 소타의 고군분투를 읽어내려갔다.

마법이라는 행복으로 나아가기 위한 설정에 대한 불신은 시즈쿠와 할머니와의 대화에서 깨어졌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마법사란다, 마도구를 쓰지는 못하더라도 마음이 있는 한 다들 마법사야.마음은 때떄로 마법을 능가하지,마음이야 말로 진정한 마법이야. 마음이 행복을 느낄때, 그 사람 주변에는 행복의 꽃이 피어난다. 그건 무척이나 멋진 일이지. 사람은 모두가 누군가의 마법사야. 시즈쿠도 분명히 마법사를 만나게 될거야'
-164p
'앞으로 살다 보면 괴로운 일,슬픈 일,온갖 일을 겪을 거야, 그걸 다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그런 미소를 가꾸는 연습을 하는 거야.그렇게 손에 넣은 미소를 보면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단다. 행복해진 사람이 다른 사람을 구하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구하고,시즈쿠의 미소에는 그런 힘이 있어. 그게 사람이 지닌 최강의 마법이지.'
-233p
마법의 정의에 대한 할머니의 말에 위로를 받은 것은 비단 시즈쿠만이 아니었다. 마음이 때때때로 마음을 능가하는 일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듣기도 하는 소식이니까. 다만 자극적인 뉴스 1면이나 특종에 가려져 있을 뿐, 여전히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는 작은 마음의 마법들과 따스함을 다시 상기시켜주는 이야기였다.
마도구를 한번씩 사용 후 그녀는 결국 마법의 힘을 잃고 더이상 마녀는 아니지만, 마음의 마법을 다스리는 마법사로 살아가게 된다.삶의 언저리에서 겉돌던 삶에서 모든 인연과의 연결 고리를 소중히 여기고 시간을 보내며 마녀로서의 삶을 사는 동안 배운 것들을 실천해나가는 최강 마법을 행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이름은 다르지만, 우리 각자에게도 있는 따스한 온기와 도움, 그리고 관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따스한 소설이었다. 뱃속에 아이를 품고 다음세대를 바라보며 현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어쩔때는 두렵기도 하다. 각종 뉴스에서 매일 쏟아지는 범죄의 이야기는 세사을 향하여, 오히려 벽을 쌓고 아이를 보호하고 싶게 만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아직은 따스함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게 하고, 그 따스한 온기의 시작이 나와 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작은 불씨같은 이야기였다. 아이를 기다리며 따스한 소설을 만나게 되어 너무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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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휘게를 몰라서 불행한가 - 정작 우리만 몰랐던 한국인의 행복에 관한 이야기
한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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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20~30대 청년들을 n포 세대 삼포세대라고 부른다고 한다.또는 누군가는 희망없는 세대라고 부른다는데,

그 속에서 누군가는 소소한 행복을 찾는 소확행을 누리고, 누군가는 프로 불편러로 오늘도 모든 일에 전투적으로 살아간다. 나의 모습은 이 중간 어디쯤인 것 같다.

우리가 휘게를 몰라서 불행한가를 읽으면서 개인주의적인 행복과 집단주의적인 행복에 관한 개념과 행복에 대한 기본적인 나의 생각이 정리되었다.

회의적인 현실주의자가 되어야하는 시대라고 누군가는 말한다. 우리 부모님 세대들 50년,60년대 생의 급작스런 경제성장과 노력하면 누구든 부를 얻을 수 있던 것과 달리 모든 계급간의 이동이 적어지고 있는 이 시대에 무한 긍정은 거짓말이고, 그저 현실에 안주하게 만들며 스스로 발전하지 않고 그저 포기하거나 자신의 일을 통한 수입이 아닌 다른 일들을 전전하게 만드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우리 안의 트라우마가 3대까지 전해진다고 한다.우리나라의 역사는 전쟁과 식민지, 또 다시 전쟁과 분단,독재시대 등을 겪으며 많은 상처를 가진 민족이다. 지금이야 옛 이야기인것 같은 이 일들은 사실 우리 할머니 세대만 가도 그들이 생생하게 겪은 현실의 삶이었다.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진 불안과 초조는 경쟁적이고 참을성없는 사회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고,다른 이들이 나를 해할지 모른다는 인지적 편향과 나만 잘되면 된다는 자기 중심적 사고로 이어졌다.편 가르기 및 혐오와 같은 적대적 갈등 해결 방식은 한국전쟁 이후 70년간 계속되었던 분열과 대립의 산물이다." P43

스스로 나는 가끔 불편러가 출동하기는 하지만 보편적으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36살에 결혼도 하였고, 아이도 임신 중이고, 집은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살 수도 있고, 뭐, 전세에 산다고 해서 그것이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프랑스의 경우도 거의다가 월세 생활을 해서 월세라는 개념에 대해도 그다지 부정적이지는 않다.(25살부터 30살까지 6년정도 프랑스에 거주) 나도 어찌보면 작가가 지적했던 소확행으 즐기고, 욜로의 삶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가의 말처럼 내 삶을 포기했다거나 대충 살기로 해서가 아닌, 더 소중하기에 어떤 목표를 향해 감에 있어서 순간순간의 기쁨들로 채워 나가고 싶은 것이다.

물론 결혼도 했고, 아이가 있기에 처녀때처럼 훌쩍 여행을 떠날 수도 없고, 원하는 대로 모두 할 수 없지만, 그 안에서 나만의 소소한 행복한 것들을 찾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책읽기이고, 서평을 쓰는 것이기도 하다. 여행도 요즘은 여행적금이 잘되어 있어서 1달에 10만원씩만 부어도 비행기표는 살 수 있고, 여행도 패키지가 아닌 자유여행으로 직접 코스를 짜서 돈을 절약하며 내가 누릴 수 있는 것들을 계획 할수도 있다.

그리고 목표를 잃지 않고 수시로 방향설정을 끊임없이 조정하며 내 삶을 영위하고 있기에 나는 내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며 나답게 살기위해 흔들리며 균형잡기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감히 말한다.


그래도 책을 읽으며 불만에 대한 생각의 시선이 바뀌었다. 부정적이라고 판단하기 보다 문제제기를 통하여서 해결방법을 찾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만은 행복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더 행복하고 싶다는 의미다." p143

불안이 사회를 한 층 성장할 수 있게 만드는 부분이라면 불안의 순기능도 있다.

" 몸과 마음이 예상되는 부정적 결과를 방지하거나 회피하도록 준비 태세를 취하는데,이를 '투쟁-도주반응'이라 한다. 불안을 느끼고 이에 반응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불안을 느낀다는 것은 생존욕구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다. (중략)

그러기에 실존을 위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불안을 만나게 된다, 불안을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바람직하지 못한 방식으로 해결하려하면 병이 되자마느나의 불안이 어디서 비롯된 것이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겟다는 의지가 있다면 그 불안은 실존적 불안이 될 수 있다."p192


결혼전 철저하게 개인주의적이었던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게 되면서 점점 사회에 관심을 갖게 되고, 교육과 사회문화의 전반적인 상황등에 대한 생각들을 하게 되고, 때로는 이에 불만을 갖기도 하고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면서 나의 삶 또한 성장하고 있다. 나의 삶에 휘게(편안함,따뜻함,아늑함,안락함을 뜻하는 덴마크어,노르웨이어의 명사.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서 보내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 일상 속의 소소한 즐거움이나 환경에서 오는 행복을 뜻하는 단어. )는 항상 있어왔고 이것을 지키기 위해서 오늘도 재미난 것들을 찾으며 살아갈 것이다. 내 삶의 의마와 목표는 이미 알고있으므로(약간의 수정은 있겠지만) 그것을 어떻게 채워나가는 가도 나의 몫이다.

"우리의 행복은 스스로 찾는 삶의 의미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서이지 매일같이 즐거운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가 아니다.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이 바로 행복이다.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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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바치는 심장 문득 시리즈 3
에드거 앨런 포 지음, 박미영 옮김 / 스피리투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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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는 인간 정신의 천장과 음습한 지하 통로를 찾아가는 탐험가다"

D.H로렌스

이렇게 정확하게 에드거 엘렌 포의 소설의 맥을 집다니..! 사실 읽기 전에는 그냥 넘어갔던 문구가 다 읽고나니 확 꽂혔다. 한 살 한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사람의 내면에 아름다운 것만으로 가득 차 있지 않음을 느꼈고, 아주 흔하게 사회면과 또 덧글들만 들여다 봐도 알수있다. 인간 내면에 존재하고 있는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유독 이 작가는 음습한 내면의 충동과 욕구에 집중하여, 근원적인 공포에 어떠한 미신적인 것들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과 두려움을 가진 자들을 그림을 그리듯이 묘사하였다. 차근차근 그림 그리듯이 작가의 문체를 따라 그림을 그리다보면 등줄기가 오싹해진다. 그 정서의 전달 덕분에, 처음 몇 가지 이야기는 잠들기 전에 읽었다가 무서워서 다른 책을 집어들고 중화시킨 후 잠에 들었다. 공포와 두려움

"정말이지 위험 자체는 전혀 거리끼지 않아. 그 절대적인 결과인 두려움 말고는. 이렇게 무기력하고 비참한 상태로 두려움이라는 음산한 유령과의 싸움 끝에 삶과 이성을 전부 버려야 할 때가 곧 올거라는 기분이 들어."p15

- 어셔가의 몰락

가문에 내려오는 미신과 저주,환상과 환청 그리고 주변의 자세한 설명(날씨 혹은 방 안의 풍경)으로 공포가 극대화 되어 느껴진다. 앞의 목차들의 이야기는 범죄를 은닉하려는 자들의 심리가 묘사 되어있다.

" 이 두려움의 실재하는 악에 대한 두려움은 아니지만 달리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p91

"아, 공포와 죄악의-고뇌와 죽음의 음산하고 끔찍한 원동력이여!"p91 검은 고양이

잘못 내려져 온 무지에 의한 미신들에 대한 맹신으로 인한 극한의 두려움에 범죄를 저지르고선, 또 더 극심한 공포에 시달린다. 그들 안의 양심의 소리였을까, 그들의 두려움은 분노와 증오로 바뀌어 폭력이 되었고 범죄가 되었다.

자신이 저지를 죄악에 대한 죄책감에서 비롯된 공포들로 인물들은 환청과 환상으로 괴로워 하다 결국은 스스로 자신의 범죄를 자백하곤 했다.살인을 저질렀지만, 양심으로 인한 환청인가?

요즘 뉴스에서 매일 접하는 사이코패스들보다 훨씬 인간적이다. 그들의 범죄에는 다를 바가 없으나, 범죄 후에 지독한 죄책감으로(책에서 죄책감이라 표현하지않고 보통은 망령등이 등장하지만 스스로 잘못을 인지했기에 망령의 존재가 복수 할 것이라 믿었던 것은 아닐까)두려워하고, 고통스럽게 스스로 말한다는 사실은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 모습의 범죄자들이다.

며칠 전 뉴스 속 범인들만 바도 자신의 잘못을 자백은 커녕, 다시 태어나도 또 죽일 거라는 둥,피해자가 먼저 시비를 걸고 돈을 내지 않았다며 진술을 하였다. 살인의 책임이 온전하게 상대에게 있고, 자신의 행위는 그 결과일 뿐이라며 뻔뻔하다 못해 떳떳하다 믿는 그들의 모습보다 차라리 책속 인물들이 인간적인 악인처럼 느껴졌다.

"악당들 같으니!" 나는 비명을 질렀다."더는 숨기지 말아요! 인정할 테니까!바닥 널빤지를 뜯어요! 여기,여기! 그 끔찍한 심장 박동 소리라고요!"p107 일러바치는 심장

과연 경찰의 방문때 들린 소리가 피해자의 심장 소리였을까? 혹은 피의자 본인의 심장 소리는 아니었을까?

중 후반 부의 이야기는 공포스럽다기 보다는 추리에 가깝다. 호기심 많은 작중의 인물의 뛰어난 관찰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패턴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다. 코난 도일이나 모리스 르블랑,스티븐킹의 소설들이 모두 에드거 앨런 포에서 시작되었다고 했으니, 익숙함에 대한 이유야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다만 그들의 이야기 속의 셜록이나 루팡 처럼 천재적이라기 보다는 사고의 방식과 관찰력이 뛰어나다. 지혜롭다고 해야 할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인물들도, 이야깃 속에서 복수로 자신의 농담을 완성하는 광대도, 정신요양병원의 원장인 척 환자도 모두 지혜롭게 상대를 잘 속이고, 문제들을 잘 해결해 나간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하지만 떠도는 소문을 믿지 말고 세상일이 어찌 돌아가는지 스스로 판단해야 할 때가 올 겁니다. 남들이 하는 말은 믿지 말고,직접 본 것은 절반만 믿으세요."p163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의 치료법

수 많은 뉴스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 한 말이 아닐까..?

그런데 이 말을 한 인물은 옛날에는 정신병원의 책임자였으나 본인도 미쳐서 병원에 수감 된 후 동료들을 선동해 반란을 일으켜 감시자들이었던 직원들은 모두 가두고 스스로 원장 노릇을 하였던 정신병자 마이야르였다는 아이러니가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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