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정조 - 유교 문명국의 두 군주 창비 한국사상선 2
세종.정조 지음, 임형택 엮음 / 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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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과 정조 대왕의 업적을 살펴보다보면 상황과 업적의 차이는 있으나 그들이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있는 지를 살펴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가장 찬란한 문화 유산을 남긴 두 왕의 저서와 신하와의 대화 기록 등을 통해 그들의 성품을 살펴볼 수 있다. 국사 시간에 열심히 암송했던 몇 줄 자리 업적을 넘어 그들의 사상을 엿보고 그들을 탐구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천천히 필사하며 읽다보니 한편의 대하 드라마 장면 속에 내가 들어와 있는 듯한 전율이 있다. 실록이 어려운 글이라는 편견만 넘어서면 조금 더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다른 역사서 보다는 조금 편안한 어체로 적어준 저자의 노고에 감사하다.

가르치는 사람은 많으나 진정한 스승은 적은 이 시대에 우리가 귀 기울여 배울만한 이야기 이다.

💡추천:

1. 리더 혹은 리더를 꿈꾸는 이들

2. 내 아이를 인재로 키우고 싶은 부모님들


<세종, 성품과 태도>

1. 겸손: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귀


덕이 부족한 내가 뒤를 이은경 이후 밤낮으로 두려워하고 조심하며 선대를 우러러 오직 조종이 하신 일을 본받고자 한다.

P67 세종

세종은 태종의 3째 아들로 조선의 4대 왕이다. 장자는 아니었으나 일찍이 뛰어난 학식과 성품으로 양녕군의 세자 폐위 이후 별다른 이견 없이 세자에 책봉되었다. 태종에 의해 이미 외척세력이 처단을 당했고 새로운 나라의 기틀을 마련하는 일에만 집중을 하면 되었다. 어려서 부터 부족함 없이 자란 세종은 뒤늦게 세자로 책봉된 탓인지 자신이 왕이 된 것을 두렵게 여긴다. 권력자의 자식으로 태어나 조선의 최고 권력자였으나 그 자리를 당연히 여기지 않았다. 겸손함의 태도 덕분에 그는 두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귀를 갖고 있었다. 진짜 지혜로운 사람은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라고 한다.

“경의 말을 내가 왜 듣지 않겠는가. 군사가 나가고 물러남에 있어서는 오직 경의 뜻을 받아들이겠노라.”하고 이어서 지시했다. P142

국방의 서북 지방 관련해서 전문가의 의견을 묻고 그의 의견을 수렴하는 태도를 보인다. 세종실록에는 “이 글의 내용을 어떻게 생각하는 가?”류의 질문이 자주 보인다. 자주 질문하고 답을 가져오면 의견을 첨부하여 문제의 해결을 찾는다.

2. 애민 정신: 긍휼

세종 대왕의 관심 분야의 넓고 깊다. 그 일을 시작하는 계기들을 보면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책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세종대왕은 책의 힘, 글자의 힘에 대해 알았다. 글을 읽으며 지혜를 얻을 수 있기에 무지한 백성들 또한 글을 배워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기를 바랐다. 내가 아닌 남을 생각하는 마음, 긍휼의 마음 없이 <훈민정음>의 창제가 이루어 질 수 있었을까.

- 28자로서 전환을 시켜서 막힘이 없으니 간단하면서 요긴하고 정밀하면서 두루 통하는 까닭에 재주 있는 자라면 하루 아침에 알것이요. 어리석은 자라도 열흘 내에 배울 것이다. P82

훈민정음 어제 서문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서 문지와 서로 통하지 못하므로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바 있어도 마치내 제 뜻을 펴지 못하는 자가 많다. 내가 이를 딱하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들었다. 사람마다 쉽게 익혀 날로 쓰기에 편하게 할 따름이니라.

훈민정음-어제 서문

- 애민정신: 강직함

특히나 훈민정음 창제의 경우 많은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최만리의 상소 내용을 살펴보면 이 시대 팽배하던 사대주의를 찾아볼 수 있다. 속국, 식민지도 아닌데 이렇게 까지 굽실대야 할 것 인가 싶을 정도로 중국의 눈치를 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비판의 근거가 <훈민정음> 자체에 있지 않고 철저하게 중국 중심으로 이루어 진다.

- 만약 중국으로 흘러가서 비난을 듣게 되는 일이 있으면 어찌 사대모화에 부끄러운 점이 없겠습니까. P83

불쾌 할 정도의 단어도 사용된다. 스스로 말똥구리, 무식쟁이라는 말로 우리의 언어를 비하하는 모습을 보인다. 신기한 재주, 학문에 손상이 되고 무익하다는 한글이 지금 이렇게 널리 퍼진 것을 알면 그들은 역사의 심판대에서 무어라 변명할 수 있을까. 스스로 난체 했으나 본인들의 수준이 말똥구리 무식쟁이에 지나지 않았다.

전문가들을 적재적소에 등용하는 일에 탁월할 뿐 아니라 그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일을 잘 하였다. 그러나 중요한 가치 앞에서는 절대 뒤로 물러서지 않던 그의 강직한 성품에 온몸에 짜릿함을 느꼈다.


 

 


- 애민정신: 디테일

세종의 업적을 살필 수록 감탄 할 수 밖에 없다. 2024년을 살아가는 우리도 배워야 할 태도를 발견할 수 있다. 백성을 살피다 보니 농업을 하던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 영향으로 찬란한 우리의 과학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백성들이 약을 구하지 못해 제때 치료받지 못함을 알고 내놓은 향약집성방도 그 뿌리에 그들을 향한 마음이 있었다. 물론 마음을 넘어서 오랜시간 쌓인 그의 독서력으로 박학다식함이 바탕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 분야에 대한 디테일이 남다르다.

단순히 천재를 넘어서 한 나라의 군주로서 어떤 태도로 나라를 다스려야 할지 알 수 있다.

천년의 성과는 한 시각도

어긋나지 않는 데서 시작되니 여러 공적을 훌륭하게 잘 이루자면 촌음을 허송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역대의 성군은 대개 하늘의 뜻에 따라 빼어난 정치를 해나감에 이 점을 각별히 조심했다. P109

- 이제 촌음을 아껴 모든 일이 잘 이루어가리니

버들가지로 울타리 삼아도 백성은 현혹되지 않거늘

이제 표준이 섰으니 다함없음을 환히 알겠도다

<실록>세종 16년(1434) 7월 1일

P112 3장 기술문화

- 상이 일찍이 여러가지 천문의 의상을 제작하라고 명했다. 크고 작은 간의, 혼의, 혼상, 앙부일귀, 일성정시, 규포, 금루등의 기구이다. 모두 극히 정교했는데, 그 규모와 제도는 다 성상의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국조보감>제7권, 세정 20년(1438)

P113 3장 기술문화


 

 

3. 지략 :국방

대마도 정벌, 여진족과의 관계

전문가의 의견을 묻고 군사출동을 위한 그들의 12조목을 듣고 수정 첨부하여 16조목을 만들었다.

- 경은 이상의 16조를 여러 번 생각해보아 좋다든가 나쁘다든가 느리다든가 빠르다든가 혹은 별도로 딴 계책이 있다든가 하면 자세히 비밀보고를 하도록 하라. P153

- 예로부터 적국을 상대할 때는 반드시 적국의 정상과 허실, 도로가 직통인가 우회인가, 평탄한거 험악한거 등의 형편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자면 우리를 위해서는 당연히 간첩으로 잘 이용해여 합니다. P154

- 지금 경들이 올린 계책은 참 좋다. (…) 이제 야인 중에 저들과 관계를 가진 자를 택해서 그의 사적인 일처럼 해서 반간의 계교를 쓰되, 후한 보상에 현혹이 되어그 자신 반간을 하고 있는 줄을 알지 못하도록 해야한다. 그래야 그는 실정을 숨기지 않게 되고 우리도 계책을 성공할 수 있다. 상으로 쓰는 재화는 경들이 의논해서 적절히 마련하되 만약 여의치 않으면 즉시 보고할 것이다. 내가 바로 준비하게 해서 보내겠다.

<실록> 세종 18년(1436) 7월 18일

P160


정조


잠시 정조의 업적과 사상 전 그의 배경을 살펴보자면 그는 사도세자(장헌세자)의 아들이다. 아버지의 노여움과 정권 다툼의 희생양으로 뒤주에 갖혀 죽은 비운의 세자의 아들. 시파(남인 소론, 일부 노론-사도세자 동정 여론),벽파(노론-사도세자 행실 비판)의 붕당정치 후 노론의 승리로 끝난 듯 보이는 정치 상황에서 사도세자의 어린 아들은 세자가 되었다. 실록에 보면 그는 잦은 살해 위협을 느낀 듯 하다. 정조를 향한 의혹의 눈초리와 견재의 시선 속에서 시작해야 하는 그의 어려움을 읽을 수 있다.


이 자리는 다름 아닌 선왕이 앉으시던 어좌이다.

오늘 내가 어떻게 이 자리에 앉을 것으로 생각했겠느냐?

<실록> 정조 즉위년(1776)3월 10일

(정조의 정치적 상황과 심정)

정조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이야기 속에 빠지지 않는 소재거리는 바로 암살에 관한 내용일 것이다.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노론의 입장에서 정조의 즉위는 곧 위험을 뜻한다. 그래서 인지 즉위 초기 정조대왕은 여러 모양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실록에 따르면 영조의 서거 후 침통하던 정조는 선왕의 왕좌에 어찌 않겠느냐 말하고 해가 질 때까지 자리를 거절했다고 한다. 심지어 장헌세자(사도세자)보다도 어렸던 영조의 두번째 왕비였던 정순왕후에 대해서도 효를 다했다고 한다. 기록상으로 보면 철저하게 효와 충의 모습이지만 이 효의 대상이 아비를 죽인 이들임을 감안하면 정조대왕의 마음 속에 어떠한 번민과 갈등이 있었을지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 과인은 어렵고 지대한 왕업을 이어받아 밤낮으로 조심하고 두려워하여, 종묘사직의 임무를 저버릴까 하여 마음을 놓을 겨를도 없었다. <실록> 정조2년(1778)1월1일

세종대왕의 때 신하들이 상을 대하는 태도와 정조대왕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를 살펴보면 부아가 치민다. 물론 세종대왕의 경우 훈민정음 창제시 반대 상소에 부딪히기는 했으나 정조의 경우 모든 행동에 일단 반대 상소를 올리는 듯 하다.

- 신들은 너무도 놀랍고 분통하여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방금 금오로 하여금 죄인을 압송하게 하였습니다. 이렇게 품계하오니 멋대로 처리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p222

강화도에 유배 중인 동생을 한 번 만난일로 이렇게 질책 당할 일인가 싶기도 하다.

- 그에게 죄가 있고 없고는 먼저 따질 것이 없다. 인정이나 천리에 비추어 나의 심경은 어떻겠느냐? (...) 내가 저를 안타까워한 때문이었다. 주야로 소원하던 일을 비로소 실행한 것이 오늘이다.p218


규장각

세종의 집현전이 애민정신과 세종 대왕 자신의 왕성한 지적 호기심에서 생긴 것이라면 정조의 규장각의 시작은 결 핍에서 시작되었다. 실록에서 여러차례 정조대왕은 외척과 환관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다. 당시 국사를 어지럽게 하고 아비와 자식의 관계를 원수로 만든 것이 바로 친족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비밀리에 소식을 실어나르며 도왔던 환관들의 연결고리를 간파해서 억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들은 정조의 암살을 계획하게 된다.

- 비수를 품은 자와 통하여 어두운 방에 들어오기도 했고, 혹 점방에서 통해 음모를 꾸며 흉측한 물건을 몰래 땅에 묻어 놓기도 했다. (... ) 무릇 나의 동정과 언어, 음식, 기거 일체를 난보로 만들어 간첩들이 하는 듯이 전해져서, 칼날과 독침의 위급함이 호흡간에 달려 있었다. 이 때에 나는 실로 어디서 안전한 곳을 찾을지 알 수 없었다.

<실록> 정조 6년(1782)5월29일

정조 대왕의 위기에서 시작된 것이 바로 외정의 신하들이었다. 그리하여 규장각을 설립하여 조정 신하들을 선발하는 일에 힘썼던 것이다.

-내가 처음 초계문신을 둔 뜻은 학문을 권면하는 데 있다. 내가 몸소 부지런히 하는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어떻게 여러 문신들을 다 잡을 수 있겠느냐. 나의 버릇 또한 이러기를 좋아하여 종일 초록하는 일을 해도 피곤한 줄 모른다.

<홍재전서> 권 161. <일득록>. 1783년 서용보 기록

일득록: 매일 얻은 바를 기록한다는 의미이다. 18권. 정조가 측근의 신하들(규장각의 관료)과 주고 받은 대화를 정리한 방식

  • 제왕의 학문은 마땅히 경전을 위주로 해야 옳지만, 역사서 또한 급선무로 숙독해야 할 것이다. 성스럽고 어진 제왕의 법도와 정책, 이름난 신하와 훌륭한 보좌관의 위대한 업적과 충절은 어린시절에 학습해서 알아두어야 한다. <전서> 권 165. <일득록> 남공철. 1792

세종 대왕, 정조대왕은 둘 다 책을 특별히 사랑한 군주들이었다. 그래서 정무를 보는 중에도 틈틈히 택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의 지식의 풍요와 디테일의 힘은 혹시 그들이 읽었던 책과 강론 중에 체득한 것은 아닐까.

틀을 부수다: 제도 개혁

자신이 그 상황에 처해보지 않으면 온전히 그 아픔을 알 수 없고 억울함을 알 수 없다. 그런데 정조는 적자임에도 서자의 등용에 힘을 싣는다. 실력이 있어도 신분의 한계로 관직을 얻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제도를 마련했다. 조선시대와 같은 신분제도가 지켜지는 나라에서 양반의 최상위 계급이 중인들의 아픔을 이해한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지혜로움과 진짜 지식은 타인을 공감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겪어보지 못한 일을 어찌 공감 할 수 있을까. 정조는 왕의 권위로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한다. 그리고 덕분에 조정에서도 유능한 인재들을 고루 등용할 수 있었다.

- 무릇 일은 평등하고 공평하게 해야 할 것이다. 인사 정책이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문, 음, 무에 진출할 길이 오래 막혔던 자들을 넓혀준다고 하여 이미 다들 거두어 썼는데, 이름이 관안에 올라 있어도 적자와 함께 거론 하지 않는다면 어찌 차별 없이 대하는 도리이겠는가. <실록> 정조. 17년. (1793)5월 12일

정조의 업적을 하나하나 적다보니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 실로 놀라웠다. 먼저는 그의 태도에 놀랐고. 생생하게 기록된 실록과 여러 기록들로 그림그리듯이 상황이 그려지는 것이 신기했다.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정반합의 흐름 속에서 현재의 해답을 찾는 것이 첫째요. 둘째는 선조들의 지혜를 배우는 일이다. 개인을 넘어서 나라의 정치, 경제, 교육, 예술, 문화를 바라볼때 우리는 어떤 기준을 갖아야할지. 어떤 리더로 살아야 하는가. 리더를 뽑아야 하는가 세종과 정조의 사상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지나치게 나뉘어진 현재의 상황을 보며 조금은 지켜봐주는 여유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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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자녀 교육의 비밀
시멍 지음, 임보미 옮김 / 더모던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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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교육방식에 흥미가 있어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유월절 절기의 설명이 다르게 나와 있더라고요. (한번도 아님) 영어로도 pass over이고요. 돌아온 날을 기념하는 날은 아닌데.. 흠. 유대인자녀교육의 관한 책인데 가장 중요한 절기의 의미가 다르니 신뢰도가 떨어져요. 인용 성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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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로 만든 마을 - 에밀리 디킨슨이 사는 비밀의 집
도미니크 포르티에 지음, 임명주 옮김 / 비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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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사진이라고는 달랑 한장.

그것도 어린 소녀 시절의 사진이라 내게는 그녀의 삶의 주름보다 소녀의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그래서 캐나다 출신 작가의 디킨슨 에세이가 반가웠다. 조금이나마 나를 에밀리에게 가깝게 소개해 줄 듯 했다.



책을 다 읽고 그녀의 시를 소리 내어 읽고 보니.

그녀의 단어들이 내 피부 위를 뛰놀고 있다.

짜릿한 전율이 인다.

가까워짐의 신호다.

한 걸음 가까워졌다고 감히 말한다.



도미니크 포르티에의 상상을 더한

에밀리의 삶에 초대받았다.

그곳은 종이로 만든 마을,



디킨스가 꿈꾸었던 바로 그곳,

(린든: 지도에 이름은 있으나 존재하지 않는 마을이다. 지도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지도를 표절하지 못하도록 만든 지명이다.)



이름은 있으나 존재하지 않는 그곳,

종이로 만든 마을



"그리고 방 여기저기에 책더미가 쌓여 있다. 책 속에는 세상의 모든 나라가 있다. 하늘의 별, 나무, 새, 거미, 버섯.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사실과 허구의 나라들이 들어 있다. 책 속에 또 책이 있다. 거울의 방 처럼. 서로를 비추는 거울 속에서 방안에 있는 사람은 조금싹 작아지고 저 끝에 있는 거울에서는 개미만큼 작게 보인다.

책 한권에는 백권의 책이 들어 있다. 책은 항상 열려 있는, 절대 닫히는 법이 없는 문이다. 에밀리는 십만개의 바람이 들어오는 방에서 살았다. 그래서 항상 담요가 필요했다.p53

분명 도미니크는 자료만으로 자신만의 종이 마을을 만들고 그곳에서 에밀리 디킨슨을 만난것이 분명했다. 그러지 않고서 이리도 생생하게 디킨슨의 삶을 그려 낼 수 있을까. 마치 19세기 에밀리의 삶에 초대받은 느낌이다.



저자는 에밀리가 생각하는 시에 대해 시인의 화려한 언어 속이 아니라 그녀가 보고 있던 푸르스름한 새알 세개와 같은 얇은 알 껍질 속에, 태어날 존재의 아주 작은 심장 속에 숨어 있는 것이라 말한다. 그녀의 시어들을 이리도 잘 해석할 수 있을까. (아직 에밀리의 시를 전부 다 알지 못하기에 어쩌면 이러한 시가 있는 지도 모르겠다.)



19세기에 여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빤하고 뻔한 하루 일과들을 견디는 일이다. 그녀는 과감하게 그러한 삶을 거부하고 독신의 길을 걸었다. 그녀는 그 방 안에서 누구보다 열렬하게 (시를) 사랑하고, 하늘, 나무, 귀뚜라미 울음소리 등 놓치기 쉬운 것들과 함께 했다. 집 안에 스스로를 가둔 것이 아니라 그녀는 그녀가 사랑하는 종이위에 머물렀다. 이름도 대상도 없는 절박함으로 부터의 구원으로 그녀는 쓰면서 자유해졌다.

우물, 심연의 경계에서 균형을 잡으며 이 세계와 저 세계 사이에서 글을 썼다.

세상과 이상 사이에서 발을 걸치고서.

세상이 기대하는 어떤 극적인 사건이나 질병은 없었다. 그저 그녀는 시를 택했다. 조금씩 자신의 세계로 침잠 했다.



저자 도미니크는 에밀리를 추적하기 위해 애머스트로 향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시로 지어진 집을 읽고 종이로 만든 곳 린든에서 그녀와 재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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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알러지
박한솔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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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읽다 묵직하게 다가온 질문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의 애착형성과 엄마의 심리에 관한 책들을 접하게 되었다. 어린시절의 엄마와의 관계가 아이가 커서 인간관계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양육을 하며 내 안의 어린아이가 튀어나오는 순간을 기억한다. 나는 마흔이 된 어른이지만, 5살의 어린아이가 나와 내 아들과 다투고는 했다. 그렇게 아이를 키우며 함께 성장했다. 여기에는 여러 부모가 나온다. 엄마지만 자신의 상처에 몰두해서 어린 딸을 충분히 보듬어 주지 못한 엄마. 마음으로 낳아 아이를 가슴에 품고 키운 엄마. 자신의 사랑을 찾아 날아간 무책임한 아빠, 비툴어진 사랑과 욕망으로 자신의 사랑하는 이들을 학대한 아빠. <러브 알러지>의 인물들은 이 부모들의 아이들이다.



휘현,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다툼 속에서 충분히 애정을 받지 못한 아이, 회피형 인간이 되었다. 회피형 인간은 중요한 관계의 문제 앞에서 늘 도망을 친다. 완전한 사랑 애정을 갈구하지만 회피형 타입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동류의 또 다른 회피형이다. 상대에게서 측은함과 자신의 모습을 보며 거울이 되어 자신을 바라본다. 서로 사랑하고 애정하지만 온전히 곁을 줄 수는 없다. 고슴도치처럼 날을 세운 채 자신의 영역에 타인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든,

또 다른 아이,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려졌으나 사랑많은 양부모의 햇살같은 사랑으로 안정형 타입의 인간이 되었다. 마음에 깊은 상처가 있지만 과거에 머물러 있기 보다 용서와 용기를 통해 한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다. 요즘 유행하는 사랑의 모습과 형태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랑은 온전히 자신의 민낯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와 그녀 만나다.

감정적으로 결핍이 있는 그녀는 지나치게 따스한 이든의 언어가 불편하다. 결국 그 언어의 온도에 반응하기 시작한다. 알러지 쇼크로 병원에 가게 되고 병명은 '러브 알러지',알레르겐은 룸메이트이자 같은 수업을 듣고 있는 이든이다. 지나치게 비싼 병원비를 위해 임상실험에 참여하게 된 그와 그녀의 이야기.



진정한 사랑의 시작은 용서에서 시작됨을 알려준다. 간단한 러브스토리 속에서 나의 과거와 현재를 투영해 본다. 소녀 시절 휘현과 같은 회피형 인간이던 시절을 떠올리며 어긋나버린 여러 인연들을 생각해본다. 용기가 없어 주위만 멤돌다 어긋나 버린 인연. 사랑받고 있지만 의심으로 만족하지 못했던 사랑. 어린시절의 상처를 마주하고 용서와 회복기를 통과했다. 그리고 마침내 나도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했고 결혼을 했다. 여전히 회피형의 인간에게 끌린것인지 우리의 시작은 많이 삐걱거렸다. 그럼에도 우리가 삶 속에 용서의 과정과 마무할 용기를 내었을 때 우리는 동행할 수 있다. 연애 소설이었으나 이제 나는 부모의 시선이 입혀졌다. 부모로서 아이를 어떻게 길러야 할까.

'안정형 인간으로 아이가 자라면 회복탄력성이 좋아진다.'

연애 소설을 읽으며 설렘을 기대했으나 내게 들어온 것은 관계에 관한 묵직한 질문과 이 시대에 넘펴나는 인스턴트의 사랑이 혹시 회피형에서 시작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었다.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거리를 둬야 한다.'
"마음을 줄수록 남는 건 상처 뿐이에요. 그걸 피하는 게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고요."
-휘현



"제 생각은 달라요. 사랑은 가까운 친밀함을 기반으로 한 안정된 마음에서 커지죠. 순간적인 감정적 흥분은 향수처럼 곧 휘발되니까요."
-이든

20대 초반의 사랑이야기로 웹 소설을 떠올리는 (실제로 웹소설로 시작되어 종이책으로 나왔다) 구성과 문체이다.
그러나 담고 있는 메세지까지 가볍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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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과의 결별
구본형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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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돌아가신 지 10년이 지났다.
2007년에 나온 자기계발서인데 지금 읽어도
여전히 혁명적이다.
인문학적인 시선에서 시작된 경영철학으로 자신을
혁명한 사람,
그저 그런 하루에 만족하기 보다 변혁을 꿈꾸었고
실천했던 사람.
그런 어른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는 일은 의미가 있다.

​자기계발서의 고전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저자가 시대의 흐름 뿐 아니라 본질 탐구에 가치를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대적인 특수성이 있을 수 있으나 현재 IMF의 위기보다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되려 더 강퍅해지고 전문가들은 암흑기적인 경제적 불황을 예고하고 있다.

이럴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경제인이나 사업가가 아니어도 퍼스널 브랜딩에 대해 고민해본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자신을 브랜딩하기에 앞서 세워야 할 가치, 철학에는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어떤 신념을 붙들고 어떤 것들을 놓을 것인가 고민해보게 된다.


'불타는 갑판 위에 서 있는 것은 아닌가.?
뛰어내려서 약간의 생존 가능성을 높일 것인가
아니면 갑판 위에서 불에 타 죽기를 기다릴 것인가.'



지금은 잔잔하고 안정,평안의 시대는 아니다. 되려 변혁이 필요한 불타는 갑판 위에 서 있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의 위기를 예고하고, 이미 직면한 사람들도 있다. 자기계발에 관심이 많고 성장에 몰두해 있는 시대이다. 물질 성장에 몰두해 있는 시기에 인문학적 소양이 가득한 이 책을 권함은 당장에 눈 앞에 이익을 좆기보다 조금 멀리 보는 눈을 키우기 위함이다. 비젼과 신념이 없는 기업은 오래갈 수 없다. 개인의 삶도 되는대로 닥치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의 삶이 아닌 무언가의 성취를 원한다면 자신의 신념,비젼이 있어야 한다.

어제보다 나은 나의 모습, 자신의 일 안에 갇히는 것이 아닌 신념으로 자신의 일에 임할 때,
개인은 직무에서 해방되고 존경받는 사회의 어른이 될 수 있다.
비전을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길 때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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