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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편에서 이리가 ㅣ 오늘의 젊은 작가 53
윤강은 지음 / 민음사 / 2025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나됨이라는 단어가 고루하게 느껴지고 분리가 당연시 되는 분위기이다. 뉴스 속에서 접하는 정치 와 이념등은 화해보다는 점점 극과 극으로 치닫고 있다. 한반도는 국가가 세워진 이레로 여러 차례 분단을 경험했다. 단일 민족이지만 여러 국가의 형태로 문화가 꽃 피우기도 했다. 통일이라는 이름으로 국경선의 축소를 경험하기도 하고 여러 사건들을 겪으며 지금의 국경선을 이루고 있다. 어릴 때는 자주 부르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문구는 요즘 어린 친구들에게는 낯선 이유모를 문장이요 선전 문구다. 이 책은 분리가 만연한 이 시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저편에서 이리가>
대멸종 시대의 빙하기 시대가 찾아왔다. 한반도에 공존하는 세가지 구역이 있다. 이들은 정치 이념도 다르고 각자의 역할도 다르지만 서로 공존하며 협력체제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이들의 세계는 자신들의 이권에 따라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다. 온실 마을, 한강 구역, 압록강 기지. 정보와 물자를 전달하는 짐꾼들은 개 썰매를 이용해 구역을 넘나든다. 가장 천한 취급을 받는 직업 중 하나인 짐꾼 유안과 화린. 한강 유역의 짐꾼 가족으로 자라났으나 부모님의 죽음 후 압록강 기지에서 군인으로 살아가는 기주와 실종 된 태하. 대륙에서 도망쳐 온 군인중의 군인 백건의 이야기가 설원 위에서 펼쳐진다.
대멸종이라는 설정 값 덕분인지 설국열차가 떠올랐다. 다른 점이라면 인물들이 경쟁구도가 아닌 서로의 구원이 되어 준다는 점이 다르다. 모든 것이 얼어 붙어 버린 땅에서 남아있는 생명들은 상대에 대한 무심함을 권력의 자질로 보았다. 그러나 권력자의 잠재력을 뿌리치고 그들은 서로에 대한 마음을 건넨다.
온실 마을에서 한강 유역으로 또 한강유역에서 압록강 기지로. 대륙에서 압록강 기지로. 그들은 서로를 향해 나아간다.
각각의 고독한 성에서 고군분투하던 인물들은 자신의 구역을 나와 마주보기 시작한다. 어린시절 같이 자란 같은 구역의 친구와는 다른 인연이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우정을 쌓는다. 우정의 이유도 구원의 이유도 다르다.
저자는 세상이 망하는 것은 지구의 온도가 아닌 분열되어 싸우는 것이 원인이 될 것이라한다. 계속된다면 인류는 멸종될 것이고 무기력해질 것이라 말한다. 잘 짜여진 문학은 자신만의 소설 속 세계관 속에 현실의 문제들을 고스란히 거울 처럼 비추곤 한다. 이책은 분열 앞에 전혀 다른 답을 건내는 듯 하다. 살아남음과 기억, 그리고 남겨진 씨앗으로. 이미 죽었을지 알 수 없는 복숭아는 미래의 희망이 될지 그저 기억의 산유물이 될 지 아무도 모른다.
“유안은 씨앗을 떠올려 보았다. 눈 속의 씨앗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웅크리고 때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존재들. 낯선 욕망에 가슴이 세차게 두근거렸다. 그런 존재들을 더 알고 싶었다. 기억하고 싶었다. p141
그리고 작가는 서서 노려보고 원망하는 것을 멈추라 한다. 화린과 유안의 서로의 존재 만으로 위로가 되는 모습으로 그녀는 답했다.
백건과 기주는 그들은 싸우는 것 대신 도피를 택한다. 대륙의 배신자와 군인다움에 대한 동경으로 그를 살린 그의 구원자 기주. 도피함으로 생존한다. 대륙군의 침략 앞에 이번에는 백건이 기주에게 생존으로 그를 구원한다.
“네가 나를 구원한 이유가 내가 나를 버린 이유이고 , 네가 동경하고 시기하는 내 모습을 나는 온 힘을 다해 증오하고 그런데 너는 군인이 영영 될 수 없지. 확실히 너는 그 사람이 아니지.” P90
- 백건
서로가 서로의 구원이 되어주는 관계. 그들은 살아남기로 한다.
‘살아있는 한 기억할 수 있다. 기억은 사라진 것들을 되살릴 수 있다. 지금 이곳에 없더라도.’ P156
눈이 시릴 법한 설원의 이야기인데 읽고나니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따뜻한 차 한모금의 온기가 뱃 속을 휘젓듯 다가온다. 손 끝도 발끝도 여전히 시리지만 덥힌 찻잔 덕에 손에 따스함이 몰린다. 기분 나쁜 각성이 아닌 다정한 온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덮었다.